“음주차량에 잃은 내딸은 반짝이는 아이였습니다” [인터뷰]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 부모의 호소

쩡이린씨 부모 제공

지난달 6일 대만에서 온 유학생 쩡이린(28)씨는 길을 건너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교수 자택에서 함께 식사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신호등이 있는 건널목이었고 신호는 초록불이었다. 가해 차량은 신호위반이었다. 한국에 있는 신학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그녀는 그대로 세상을 떠났다. 사고 당시 가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가해 운전자인 50대 남성 김모씨는 음주운전 사고 이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달 1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죄로 구속 송치됐다.

외동딸의 사고 소식을 들은 노부부는 그길로 한국으로 날아왔다. 서울에 도착한 지난달 8일 딸의 자취방에는 딸의 흔적이 가득했다. 이튿날 경찰서를 거쳐 병원에 갔다. 딸의 신원을 확인해야 했다. 노부모가 본 건 피투성이가 된 딸의 시신이었다.

한국 도착 4일 만인 지난달 12일 부부는 딸을 화장했다. 딸의 장례를 치른 부부는 편지를 썼다. 딸을 잃은 엄마는 백지 위에 한자씩 억울함과 슬픔, 절망을 적었다. 가해자를 단죄하게 될 한국의 판사에게, 한국인들에게, 한국사회를 향해 피를 토하듯 써내려간 편지였다. 그는 “제 유일한 딸아이는 경솔하고 자신밖에 모르는 음주운전자에 의해 횡단보도에서 치여 죽었다”며 “저는 이 음주운전자를 살인자라고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 딸아이가 차에 치였을 때 얼마나, 얼마나 아팠을까. 우리는 그것을 생각할 때면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며 “법관께 유일한 부탁이 있다면 살인자에게 가장 엄중한 형벌을 내리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국민일보는 음주운전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대만 유학생 쩡이린씨의 부모와 지난달 26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부모는 이메일을 통해 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소개하는 애정 넘치는 답변을 보내왔다. 딸의 생전 사진과 추도식 영상도 함께 보내줬다. 쩡씨 모친이 보내준 글을 1인칭으로 정리했다.

쩡이린씨 부모 제공

내딸 이린이는 이런 아이였습니다

이린은 어릴 때부터 사랑이 많고 마음이 따뜻하고 반짝이는 아이였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면 항상 먼저 도움을 주는 아이였습니다. 나는 이린이 초등학생 시절 교회가 태국·미얀마 국경의 가난한 사람을 위한 봉헌금을 모으고 있을 때 이린은 가진 돈을 모두 털어 기부하는 것을 봤습니다. 이린은 항상 사랑이 많고, 사려 깊고, 검소하며, 세심한 사람이었습니다.

어른이 돼서도 사랑이 넘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친구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시간을 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착하고, 선한 딸을 가진 것에 감사했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자신의 돈으로 장갑, 음식 등을 노숙인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우리는 안전을 걱정했지만 이린은 걱정 말라며 신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선물을 나눠주고 집으로 돌아온 이린은 슬프다고 말했습니다. 나눠줄 선물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노숙인 몇몇이 선물을 받아가지 못했는데 이것이 이린을 마음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이게 우리 딸입니다.

이린은 신학과 심리학을 함께 공부해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기를 바라며 한국에서 공부했습니다. 우리는 매일 밤 페이스타임(영상통화)을 통해 만났습니다. 페이스타임을 켜놓고 각자 할 일을 했는데, 이린이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나는 말을 하지 않고 딸과 함께했습니다. 내가 요리를 하느라 바쁘면 내 딸 이린은 페이스타임을 켜고 내가 요리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저녁에 우리는 기도하고 서로를 축복하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2020년 1월 우리는 마지막으로 설을 함께 보내려고 한국에 갔습니다. 돌아온 후 코로나19 사태가 터질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코로나19가 계속되면서 우리는 페이스타임에 의지해야만 했습니다. 그때의 만남이 딸과의 마지막이 됐습니다.

쩡이린씨 부모 제공

딸과의 마지막 통화, 그리고 영원한 이별

2020년 11월 6일 마지막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이린은 교수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요리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11월 7일 우리는 학교로부터 통지를 받았습니다. 전날 저녁 집으로 가던 이린이 초록불에 길을 건너다가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에 치여 죽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어떤 크기의 슬픔도 우리의 귀중한 딸을 다시 찾아올 수 없습니다.

서울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얼음장처럼 차갑고, 피에 뒤덮힌 딸을 안았습니다. 아이가 관으로 옮겨져 화장터로 보내지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잔혹함과 비통함이 우리를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그 무엇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죽음을 헛되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린의 아버지는 영어로 편지를 쓰고 나는 중국어로 청와대에 비통함을 전하는 편지를 썼습니다. 우리의 딸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다른 사람이 더는 희생되지 않도록 할 수는 있습니다. 딸의 친구가 우리를 도와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원을 올렸습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음주운전에 희생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조금 생겼습니다. 딸도 그걸 원할 것입니다.

(*지난달 23일 이들 부부가 지인을 통해 올린 ‘음주운전자 처벌 강화’ 국민 청원글 ‘횡단보도 보행 중 음주운전자의 사고로 28살 청년이 사망했습니다’는 게시 5일 만에 20만명 이상의 청원 동의를 얻어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아래는 쩡이린 부모의 추도사 영상




김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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