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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검 군주’ 양의지가 말하는 ‘NC 왕조’의 내일

국민일보 본사 방문 인터뷰
“창원 팬들과 2년 전 우승 약속 지켜 뿌듯”

NC 다이노스 주장 양의지가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앞두고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김지훈 기자

“감격해 울고 있는데, 검을 뽑으라는 거예요. 다른 선수가 하면 안 되느냐고 물었더니 ‘주장이 해야 한다’더군요. 그래서 뽑았죠. 지금 생각하면 큰 영광이 됐습니다.”

NC 다이노스 주장 양의지(33)가 창단 첫 정규리그(KBO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하고 ‘집행검’을 뽑아 든 순간은 2020시즌 프로야구 204일의 대장정을 단 하나의 장면으로 압축한다. 올해 프로야구는 39년사에 유례없는 혼란을 겪었다. KBO리그는 처음으로 개막일을 연기해 어린이날(5월 5일)에 시작됐고, 그렇게 순연된 일정을 따라 포스트시즌은 가장 늦은 11월 24일에 끝났다. 시즌 초반 석 달에 가까운 무관중 경기는 프로야구에서 처음으로 펼쳐진 풍경이다. 단 한 번도 100만명을 밑돈 적이 없는 KBO리그 관중 수는 사상 최저인 32만8317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NC는 흔들림이 없었다. KBO리그 개막 2주 차인 5월 13일부터 단 한 번도 선두를 빼앗기지 않고 우승까지 한걸음에 달려갔다. 2011년 창단 후 9년 만이자 2013년 1군 합류 8시즌째에 달성한 쾌거. 소프트웨어업체 계열 구단의 첫 우승이기도 하다. 모기업 엔씨소프트의 인기게임 리니지에서 ‘억’ 소리 나는 최강 아이템 ‘집행검’이 우투우타인 양의지의 오른손에 들려 곧게 세워진 순간은 올해를 ‘신흥 왕조’의 출범 원년으로 삼겠다는 NC의 선언이 아니었을까.

양의지는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 도중 ‘집행검’을 들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부터 NC에서 시작한 ‘야구 인생 2막’은 이적 2년 만의 우승으로 결실을 맺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도전을 좌절시킨 두산 베어스 타선의 중심이자 배터리도 양의지였다. 이런 양의지를 NC 연고지 경남 창원 팬들은 환대하며 지지를 보냈다. 양의지의 약속은 우승. 그 약속은 현실이 됐다.

“2년 전 창원에서 팬들에게 가장 먼저 우승을 약속했습니다. 약속을 지켜 정말 뿌듯했어요. 우승하고 감격해 울면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습니다. 주변에서 시키는 대로 집행검을 뽑았죠. 높이 들었습니다. 올해 모두가 힘들었잖아요. 그 순간이 팬들에게 위안과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양의지에게 올해가 특별한 이유는 우승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 15년 차인 베테랑 양의지가 KBO리그에서 130경기 이상을 소화한 시즌은 올해까지 세 번뿐이다. 양의지는 올해 151안타(33홈런) 124타점 타율 0.328 장타율 0.603을 기록했다. 30홈런-100타점을 넘게 수확한 시즌은 프로 인생을 통틀어 처음이다. 한국시리즈에서는 6경기에 모두 출전해 31안타(1홈런) 3타점 3득점 타율 0.318을 작성했다.

양의지는 “매년 시즌을 끝낼 때마다 내년을 커리어하이로 삼겠다고 다짐한다. 올 시즌에도 그랬다. 욕심을 내 출전 횟수를 늘렸고 앞만 보며 달렸다. 그렇게 시즌을 완주하고 되돌아보니 좋은 성적이 쌓여 있었다”며 “나와 동료들이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하나하나 극복하다 보니 우승에 도달해 있었다”고 올 시즌을 자평했다.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지난달 2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두산 베어스를 최종 전적 4승 2패로 제압하고 2020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뒤 ‘집행검’을 든 주장 양의지 주변에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연합뉴스

챔피언이 됐지만 과제는 남았다. 양의지와 함께 NC 타선의 큰 축을 책임지는 나성범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 그의 빈 자리만큼 NC 타선에도 공백이 생긴다. 올해 전반부 9승 무패로 승승장구하다가 부상으로 후반부를 쉰 선발투수 구창모의 재기도 내년 NC의 마운드 전력을 좌우할 관건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양의지는 걱정하지 않았다.

양의지는 “이제 우리 팀 모두가 우승을 맛봤으니 내년에 더 노력할 것이다. 팀에 한방을 터뜨릴 선수가 많다. 그 힘 하나하나가 모여 우승하게 된 것”이라며 “코로나19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NC를 응원해 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지금에 만족하지 않는다. 내년에도 동료들을 이끌고 더 좋은 순간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인터뷰를 끝낼 때쯤 양의지에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팬들을 위한 인사를 부탁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팬들은 모기업 명칭과 지역명의 이니셜이 같다는 이유로 시즌 내내 NC를 응원했다. 양의지는 주저하지 않고 영어로 인사했다.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 내년에도 다시 봐요.”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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