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시험실 감독관 “전례 없어 긴장…텅 비어 다행이었죠” [인터뷰]

3일 수능 당일 증상 수험생용 ‘별도시험실’ 감독 자원 선생님 인터뷰
“방호복 입을 준비 상태, 별도 공간서 종일 대기…다행히 발생 상황 없어”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3일 전국 곳곳에 유례없는 진풍경을 남겼다. 모든 수험생이 마스크를 낀 채 칸막이를 앞에 둔 책상에서 긴 시험시간 내내 문제를 풀었다. 코로나19 확진 수험생이 시험을 치른 병원 시험장과 자가격리 수험생을 위한 별도시험장은 물론이거니와 일반 시험장에서도 ‘별도시험실’이라는 특이한 공간이 준비됐다.

확진도, 자가격리도 아니지만, 시험 당일 열이 나는 등 증상이 있어 분리가 필요한 수험생을 위한 시험실이다. 만일에 대비한 시험실인지라 입실할 수험생이 한 명도 없을 수도, 예상 인원을 넘을 수도 있는 예측 불허의 별도시험실에도 감독관은 필요했다. 교육 당국은 병원 시험장, 자가격리자용 별도시험장과 함께 별도시험실 시험감독을 할 교사를 자원 신청으로 모집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방호 장비 등을 갖춘 채 감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었다.

전무후무할 ‘코로나 수능 시험실’은 어떻게 준비됐을까. 이 시험실을 맡은 감독관의 하루는 어땠을까. 국민일보는 3일 수능이 끝난 직후 별도시험실 감독관을 자처했던 서울 한 고등학교 이모(46) 교사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교사는 인터뷰 요청에 “제가 (감독) 나간 곳에서 얘기 드릴 만한 ‘상황’은 나오지 않아서 특별히 할 얘기는 많지 않다”면서도 “그래서 다행이었다”며 특별하지만 특별치 않았던 하루를 전했다.

-올해 ‘코로나 수능’ 탓에 전례 없는 시험장이 많이 등장했는데, 선생님이 감독 나간 곳은 어떤 시험실이었나.

“내가 나간 곳은 일반 고사장 내에 있는 별도시험실이다. 시험 감독은 사실 매년 했다. 대부분 교사, 특히 고등학교 교사는 특수한 사정이 없는 한 전부 매년 수능 시험 감독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자가격리자가 시험 보는 별도시험장, 일반 고사장 내 별도시험실 시험 감독을 할 사람에 한해 학교(근무학교)에서 자원 신청을 받았고 난 별도시험실 감독을 자원했다.”

-별도시험실 감독으로 보낸 수능일은 어땠는지.

“이번 수능 고사장에 예년 같은 응원 부대가 없긴 했지만 크게 다르다는 느낌은 의외로 없었다. 말씀드렸듯이 다행히 감독 나간 학교에 유증상 수험생이 없어서 별도 시험실은 내내 비어있었다.
그러면 종일 대기한 건가. 휴대전화는 이용 못했을 텐데….) 맞다. 대기했다. 별도 시험실 감독관은 따로 분리돼 있어야 해서 ‘격리 대기’했다가 맞는 말일 거다. 1교시 시작할 때 없었다고 끝은 아니고, 매 교시마다 혹시 발생할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교시별로 초반 20분은 긴장 상태 속에 대기하고 그 후엔 마음을 좀 풀고 준비해 간 책을 읽거나 우리가 나갈 수 있는 외부 공간이 있어서 몇 바퀴 돌고 올라오는 식이었다. 20분 긴장-대기 반복이었다.
오늘보다는 전날인 어제 정말 긴장됐던 것 같다. 처음 경험하는 일이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평소 시험 때는 긴장보다는 워낙 조심해야 하는 시험 감독인 만큼 좀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이번엔 불안과 긴장이 있었던 것 같다.”

-별도시험실은 완전히 분리된 병원시험장이나 별도시험장, 그리고 일반시험실과 어떻게 다른가.

“학교(시험장) 안에 모두 3개 별도시험실을 준비했었다. 일반 수험생들이 시험을 보는 학교 안에 함께 있는 만큼 유증상자가 나오면 사실상 격리되도록 만든 공간이다. 일반 시험실 정원은 20명이 넘지만, 별도시험실은 교실당 배정할 수 있는 인원이 4명~7명이었다. 각 교실별 3명씩 모두 9명의 감독관이 배정돼 있었다.

만약 발열 등 증상 수험생이 나오는 상황이 벌어졌다면, 미리 준비된 보호장비를 다 착용하고 감독을 해야 한다. 별도시험실 감독관은 해당 교실뿐 아니라 학교 안에서도 머무는 장소, 식사하는 장소 등이 다른 감독 교사들과 분리돼서 격리돼 있었다. 다행히 그런 상황이 벌어지진 않았지만,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별도시험실 감독관끼리 계속 격리돼 대기하고 있었다.”

-보호장비라 하면 방역복을 입는 건가. 관련해서 특별히 방역 당국이 교육했다거나, 본인이 따로 준비한 게 있나.

“두 종류의 방역복이 준비돼 있었다. 하나는 파란색 옷에 고글 등 쓰는 선별진료소에서 볼 수 있는 차림이고, 다른 하나는 음압병실 등 방역 요원들이 입는 하얀색 레벨 D 방호복이다. 감독 교사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고 돼 있었다. 만약 유증상 학생이 생겨서 감독을 들어가야 했다면, 난 파란 옷에 고글 쓰고 장갑 끼고 들어갈 생각이었다. 레벨 D 방호복은 입은 채 오랜 시간 버티기도 힘들고, 입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들어서다. 별도의 방역당국 교육을 받거나 하진 않았다. 방호복 입는 법을 비롯한 수칙이 있는 유인물 정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학교 선생님들이 다 하는 구조다. 이와 함께 각 학교별로 코로나19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팀을 마련해 대비했다고 보면 된다. ”

수능 전날인 지난 2일 별도시험실 교실을 체크 중인 시험감독관이 입은 파란색 방역복.

하얀색 레벨D방호복 모습.

-방호복을 입으면 오래 있기 힘들어서 한 교시마다 감독관을 교체해준다고 들었는데 맞나.

일반 시험실도 시험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감독하지는 않고 중간에 교체한다. 별도시험실이라고 매 교시 교체를 한다 이렇게 정해진 건 없었다. 교실이 세 개고 한 교실당 감독 세 명이 들어가야 하니까, 교실이 얼마나 비느냐에 따라 교체 주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극단적으로 오늘 발열 학생 등이 엄청 많이 생겨서 교실 세 개가 다 찼다면 시험 시간 내내 모두 풀로 감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

- 해마다 감독을 했지만, 처음 경험하는 이번 감독에 대비해 준비한 건 없었는지.

“특별히 시험 감독 때문에 뭘 준비한 건 사실 없는 것 같다. 감독이 아니더라도 고등학교 교사니까, 평상시 생활할 때도 사람 많은 곳은 거의 가지 못했다. (수능을 앞두고)이 기간에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거나 하면 학교나 학생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되지 않겠나. 특히 수능 직전 기간에는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다른 선생님들도 마찬가질꺼다. 별도시험실이 아녀도 모두 시험감독을 앞두고 있었으니까. ”

- 애초 자원할 때 마음은 어떠셨나. 자원한 이유는.

유증상 수험생이 있는 교실 감독을 하게 될 경우 나도 나지만 가족(아내와 초등학생 아이 2명)이 있다 보니 신경이 쓰이는 결정이긴 했다. 당연히 지원하기 전에 가족에게 의향을 물었고 오케이 해줘서 신청했다.
하지만 엄청 어려운 결정을 했다거나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누군가는 맡아야 할 일인데, 가족 동의를 구한 내가 가능하니까 (신청) 한 거였다. 병원 시험장이나 자가격리 시설 감독은 훨씬 어려운 결정이었을 거다 .실제 별도 시험장 지원은 다들 주저했다. 난 그거에 비하면 부담이 적은 일이었다. ”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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