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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아닌데 안내견을 데려온 이유 [개st상식]

생후 1년은 퍼피워킹…교육 및 적성 검사
자원봉사자, 다중시설의 협조 필수
관심에 그쳐선 안돼, 안내견문화 정착해야

마트 출입을 거부당한 예비 안내견. 출처: 인스타그램

지난달 29일 서울의 모 마트 직원이 예비 안내견(퍼피)의 입장을 가로막고 언성을 높여 논란이 됐습니다. 목격담에 의하면 직원은 다짜고짜 “장애인도 아니면서 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어떻게 하냐”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예비 안내견을 데리고 온 시민은 눈물을 흘렸고, 놀란 강아지는 소변을 지렸죠. 네티즌들은 “직원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냐” “해당 업체를 불매운동해야 한다”며 분노를 드러냈습니다.

반면 안내견 육성기관인 삼성화재안내견학교(안내견학교)의 대응은 침착했습니다. 안내견학교 관계자는 “전국에 활동하는 퍼피는 50여 마리에 불과하다”면서 “잘 모르실 수 있다. 너무 탓하고 싶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내견이 하루아침에 양성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그렇다면 비장애인이 안내견을 데리고 다닌 이유는 무엇일까요? 안내견이 길러지는 과정, 퍼피워킹(Puppy Walking)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힝, 예비 안내견이랍니다" 예비 안내견들은 생후 7주~1년까지 일반 가정에서 길러진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제공

생후 1년은 퍼피워킹…“안내견의 자질을 확인해요”

어린 후보견들은 생후 7주에서 1년까지 일반 가정에서 지냅니다. 지하철, 도서관 등을 다니며 기본적인 사회화 교육을 받는 과정을 퍼피워킹이라고 하는데요. 이때 후보견들을 돌보는 봉사자를 퍼피워커라고 합니다. 퍼피워커에겐 후보견 식비, 병원비 등 돌봄비용이 전액 지원되며 해당 가정의 초·중·고교 학생에게는 1년치 봉사활동 시간이 인정됩니다.

갓 태어난 예비 안내견(퍼피)들 모습.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제공

그런데 안내견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납니다. 스스로 길안내를 즐길 줄 아는 견공만이 안내견이 됩니다. 안내견학교 관계자는 “안내견은 희생한 적이 없다. 스스로 좋아하는 행동을 할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안내견에 적합한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안내견학교는 5가지 기준을 제시하는데요. 예컨대 동행자의 안전을 잘 살펴보는지(민감성), 다른 생명체를 공격하지 않는지(공격성), 길안내 중에 먹이나 장난감 등에 이끌리지는 않는지(유혹성) 등입니다. 이건 가르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안내견이 타고나는 고유한 성격입니다.

그래서 퍼피워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후보견이 안내견으로서 적합한 자질을 가졌는지 관찰일지를 작성해야 하거든요. 한 마리 한 마리 성격을 파악하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최종적으로 후보견 가운데 약 40%가 안내견으로 선정되며, 안내견의 자질이 부족한 견공들은 가정에 분양돼 반려견으로 살아갑니다.

안내견은 타고난 자질이 있어야 한다. 동행자가 안전한지 반응을 살피고, 동행 중에는 먹이나 장난감 등 유혹에 휘둘리지 않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이런 자질을 타고난 견공은 10마리 중 3~4마리 수준이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제공

안내견을 기르려면 온 사회의 도움이 필요해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이 다닐 수 있는 어느 곳이든 함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비롯해 카페, 식당 등 다중시설은 안내견 및 예비 안내견이 드나들도록 협조할 의무가 있습니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에 따르면 보조견 표지를 붙인 안내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됩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자유롭게 통행할 권리는 안내견뿐만 아니라 예비 안내견(퍼피)도 해당합니다. 물론 퍼피를 돌보는 자원봉사자(퍼피워커)도 당당히 다중시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안내견학교에서 제작한 '안내견환영스티커'. 식당, 숙박시설, 쇼핑몰, 대중교통 등 안내견이 출입가능한 곳에서 신청할 경우 상담을 거쳐 제공된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제공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니…

마트에서 거절 당한 예비 안내견이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았냐며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안내견학교 관계자는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리트리버 견종은 회복탄력성이 뛰어나서 괜찮다”고 말합니다.

겁에 질린 예비 안내견의 모습이 잊혀선 곤란하다. 출처: 인스타그램

다만 이번 사건이 금세 잊히면 곤란합니다. 안내견이 국내 도입된 1993년부터 출입거부 사건은 매년 이어졌지만, 관심은 그때뿐이고 유사한 사건은 반복됐거든요. 스스로 15년 전 퍼피워커라고 소개한 네티즌은 “그때나 지금이나 퍼피를 홀대하는 건 변하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관심은 변화를 이끌어낼 때 의미가 있습니다. 언제까지 퍼피워커들이 지하철이나 마트를 이용할 때마다 ‘양해해 달라’ ‘배려해 달라’며 고개를 숙여야 할까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예비 안내견들이 어디서나 당당하게 걸어다니길 기대합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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