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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지 않는 새가 ‘별종’ 된 이유…당신 때문입니다

영국 UCL 연구팀 분석결과

그린피스 제공

인간의 방해가 없었다면 펭귄 같은 ‘날지 않는 새’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새가 하늘을 나는 게 당연해 보이지만 진화적으로 볼 때 도리어 비행을 포기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과학진흥협회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따르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생물다양성·환경 연구센터의 페란 사욜 박사 연구팀은 인간 등장 이후 멸종한 조류를 분석해 얻은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화석 기록과 문헌 등을 토대로 약 12만 6000년 전 후기 플라이스토세 이후부터 지금까지 멸종한 새들의 상세 목록을 만들었다. 모두 581종이 멸종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날지 못하는 새는 166종이었다. 현재 ‘날지 못하는 새’는 세계적으로 60종뿐이다. 과거 연구에서 추정한 것보다 이러한 새들이 훨씬 다양했고, 비행 능력을 갖춘 경우보다 멸종 가능성이 더 높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멸종위기조류인 검은목두루미가 지난 3일 전남 신안군 압해도 논 습지에서 발견됐다. 신안군 제공

논문 공동 저자인 팀 블랙번 교수는 “새는 하늘을 나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쓰는데, 많은 조류가 섬처럼 일상적인 포식자가 없어 날 필요가 없는 환경에서는 에너지를 다른 용도로 쓰기 위해 날지 않는 쪽으로 진화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행하게도 이런 환경에 인간이나 사람을 따라다니는 쥐·고양이 등이 갑자기 등장하면 날지 못하는 새들은 손쉬운 사냥감이 돼 멸종으로 이어지고 만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애초 세계 군도(무리를 이룬 크고 작은 섬들) 대부분에 날지 못하는 새들이 살고 있었다고도 언급했다. 가령 뉴질랜드에 멸종한 모아를 포함해 모두 26종이 있었으며, 하와이에도 23종의 날지 못하는 새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는 것이다.

사욜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조류가 비행을 하지 않는 쪽으로 진화하는 게 광범위한 현상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현재 12개 과(科)만 날지 않는 조류 종(種)을 갖고 있지만, 인간에게 멸종되기 전에는 적어도 40개 과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간이 세계 생태계를 실질적으로 바꿔놓아 수백 종의 동물을 멸종시켰다”고 비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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