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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워싱턴] 꺼져가는 트럼프 ‘역전의 꿈’…‘보수’ 대법원도 등 돌려

연방대법원, 트럼프 측 소송 또 기각
‘보수’ 우위 대법원 공들였으나 두번 연속 패배
14일엔 주별 대선 결과 확정하는 선거인단 투표
트럼프, 대선 역전 가능성 사실상 ‘제로’

미국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 간의 미식축구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12일(현지시간) 육사 경기장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육사 생도들에 둘러싸여 있다. AP뉴시스

선거 부정 소송으로 미국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꿈이 산산조각이 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보수 성향으로 기운 미국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에 등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믿었던 연방대법원에 발등이 찍힌 모양새가 됐다.

또 14일(현지시간)엔 미국 50개주가 자신의 주에서 나온 대선 결과를 바탕으로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인단 투표를 실시한다. 선거인단 투표는 미국만의 독특한 제도로, 여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가 재확인될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인을 대선 승자로 확정하는 법적 절차가 착착 진행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벼랑 쪽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연방대법원. AP뉴시스

트럼프, 믿었던 대법원에서 두 번 연속 발등 찍혀

미국 연방대법원은 텍사스주가 펜실베이니아주·조지아주·위스콘신주·미시간주 등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한 4개 주의 대선 결과를 무효로 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을 11일 기각했다.

대법원은 텍사스주가 다른 주의 선거 결과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이 시작됐을 때부터 기각될 것이라는 분석이 압도적이었다. 텍사스주가 다른 주의 선거시스템에 관여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폴 스미스 조지타운대 법학센터 교수는 “이번 소송은 정신 나간 짓”이라고 비판했다.

텍사스주로부터 소송을 당한 펜실베이니아주의 조쉬 샤피로 법무장관은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미시간주의 데이나 네슬 법무장관은 “텍사스는 이 문제의 이방인”이라며 “사실과 법적 근거가 없는, 전례 없는 도전”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공화당의 텃밭인 텍사스주는 선거 불복 소송에 총대를 멨다. 여기에다 앨라배마주·인디애나아주 등 공화당이 주정부를 장악한 17개주가 동참 선언을 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번(텍사스주 소송)은 큰 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대로 패했다. 대법원은 텍사스주가 지난 8일 소송을 제기한 뒤 사흘이 지난 뒤인 11일 신속하게 기각 결정을 내렸다. 혼란이 길어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대법원에서 2연패를 당했다. 앞서 대법원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펜실베이니아주 우편투표를 무효로 처리해달라고 제기했던 소송을 기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선 전에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지명자의 임명을 밀어붙일 만큼 대법원의 보수화에 적극적이었다. 미국 대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싸움과 관련해 대법원의 도움을 얻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분석됐다. 배럿 지명자가 지난 10월 26일 상원 인준 표결을 통과하면서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미국 대법원은 현재 ‘보수 6대(對) 진보 3’이 됐다. 확연한 보수 우위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간곡한 요구를 외면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부정선거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데다 법적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무리한 소송전을 펼치면서 패배를 자초했다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측은 부정선거 소송 전략을 그대로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일(현지시간) 인수위원회의 임시 본부로 사용하고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한 극장 건물에서 언론 브리핑을 갖고 있다. AP뉴시스

선거인단 투표…바이든 당선 확정절차 ‘착착’ 마무리

미국 50개주에선 주 별로 선출된 선거인들이 각 주가 지정한 장소에 모여 지지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선거인단 투표가 14일 실시된다.

미국 대선은 유권자 투표수에서 한 표라도 더 많이 받은 후보가 승리하는 제도가 아니라 선거인단 투표수에서 앞선 후보가 당선되는 독특한 제도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대선 선거인단은 모두 538명.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마지노선은 270명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당선 기준을 훨씬 넘긴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232명에 그쳤다.

선거인단 투표는 과거 대선에서는 요식절차였으나 올해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중대한 이슈가 됐다.

그러나 이번 선거인단 투표에서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가 재확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인단 투표는 주별 대선 결과를 반영해 투표하는 일종의 대리 투표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른 바 ‘신의 없는 선거인(Faithless Elector)’이 나올 가능성이다. 그 주의 대선 결과와 반대로 투표하는 선거인이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이 이긴 주에서 선출된 선거인단은 모두 민주당의 오랜 활동가들이나 주 의원이나 연방의원, 주지사 등 현역 정치인들이어서 반란표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선거인단의 주별 투표 결과는 투표가 실시된 14일 집계돼 발표될 예정이다. 선거인단 투표가 무사히 끝나면 바이든 당선인으로선 백악관을 차지하기 위한 법적 관문 하나를 넘는 것이 된다.

남은 절차는 내년 1월 6일에 있을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다. 상·하원 합동의회를 통해 주별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최종 승인된다. 바이든 당선인이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실에 도장이 찍히는 회의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상·하원 합동의회가 마지막 반전의 기회다. 이 회의에서 주별 선거인단에 대한 문제 제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원의원 1명과 하원의원 1명 이상이 함께 특정 주의 선거인단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의회는 이를 정식 안건으로 채택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가 뒤집힐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이 안건을 하원에서 통과시킬 가능성이 0%이기 때문이다.

상·하원 합동회의까지 거치면 바이든 당선인은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되기 위한 법적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낮 12시에 열릴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를 한 뒤 미국 대통령으로서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바이든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이후 ‘전(前) 대통령’ 신분이 될 트럼프가 어떤 정치적 행보를 펼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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