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8년간 가짜돈에 국수 내준 사장 부부

중국 샤오샹 신보 홈페이지 캡처

한 할아버지가 손으로 직접 그린 지폐를 내밉니다. 국수 가게 사장님은 아무 말 없이 지폐를 받아 들고 국수를 내줍니다. 벌써 8년째입니다.

중국 원저우 창난현에서 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이씨 부부는 거의 매일 가게를 찾아오는 단골 손님 류씨 할아버지에게 가짜 돈을 받고 국수를 팔았습니다. 이 돈은 류씨 할아버지가 직접 그린 가짜 돈입니다.

류씨 할아버지는 8년 동안 거의 매일 돈을 그렸습니다. 서툰 솜씨지만 직접 색연필로 그리고 색칠한 가짜 지폐에는 각각 10위안(약 1670원), 100위안(약 1만6700원), 1000위안(약 16만7000원) 등의 금액이 적혀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이렇게 그린 그림 돈을 가지고 매일 국수 가게에 들러 하루 종일 먹을 수 있을 만큼의 국수를 사갑니다.

유튜브 채널 The Paper (펑파이 신문) 영상 캡처

이씨 부부와 류씨 할아버지의 인연은 8년 전 이씨 부부가 가게를 차리기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 다른 국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씨 부부는 국수 가게를 찾던 류씨 할아버지가 친아들을 잃고 홀로 남아 생활고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이씨 부부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조금씩 모아둔 돈으로 지금의 국수 가게를 차렸고, 줄곧 류씨 할아버지에게 무상으로 국수를 제공해 왔습니다. 이씨 부부는 류씨 할아버지의 형편을 고려해 할아버지가 직접 그린 가짜 돈을 내면 국수를 사 갈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지난 8년간 이씨 부부가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유튜브 채널 The Paper (펑파이 신문) 영상 캡처

자신이 내미는 그림 지폐가 가짜라는 사실을 류씨 할아버지가 아는지, 모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씨 부부는 “할아버지가 배고픈 모습을 볼 수 없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에게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배웠다”고 할아버지를 돕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씨 부부는 류씨 할아버지를 “수줍음이 많고 예의 바른 사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들은 “(류씨 할아버지는) 가게에 사람이 붐빌 때는 들어오지 않고 문 밖에서 기다린다”며 “가끔은 부끄러운지 돈을 자리에 놓고 그대로 도망치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국수 말고 다른 선물은 절대 받지 않는 할아버지. 유튜브 채널 The Paper (펑파이 신문) 영상 캡처

부부가 할아버지를 생각해 국수 대신 다른 선물을 건네려 해도 할아버지는 절대 받지 않습니다. 8년간 직접 그린 돈으로 부부의 가게를 방문해 오직 국수만 사갔습니다. 남편 이씨는 “가끔 아내가 할아버지에게 과일 등 각종 먹거리를 챙겨드리려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받지 않고 재빨리 가게 밖으로 나선다”고 전했습니다.

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부부는 그저 할아버지를 돕기 위해 이 같은 선행을 이어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씨 부부가 직접 반죽해서 만드는 국수 한 봉지 가격은 지난 8년 전 2위안(약 334원) 수준에 그쳤지만 8년이 지난 현재는 6위안(약 1000원)으로 가격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씨 부부는 류씨 할아버지에게 8년 전과 똑같이 2위안의 그림 돈만 받고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The Paper (펑파이 신문) 영상 캡처

이씨 부부는 “할아버지를 따로 돌보는 것처럼 대단한 일을 한 게 아니라 가끔 직접 그린 돈을 내면 받아주는 식으로 얼굴만 내밀었다”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들은 “우리 부부도 도시 생활을 시작하기 전 산에서 지냈다. 그래서 배고픔이라는 것이 어떤 건지 누구보다 잘 안다”며 “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동안 우리 부부가 국수를 계속 만들어드리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부부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중국 현지에서도 큰 화제가 됐습니다. 중국 현지 SNS인 웨이보에서 이들 사연이 담긴 영상은 조회수 3600만건을 돌파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현지 누리꾼들은 웨이보 등을 통해 해당 사연을 공유하면서 “이웃 사이의 훈훈한 관용” “부부의 친절한 행동이 온 세상을 따뜻하게 했다” “감동적이다. 가게 주인은 정말 큰 복을 받을 것”이라며 주인 부부의 선행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부부는 그저 따뜻한 한 끼를 나눈 게 아닙니다. 할아버지의 가짜 돈을 필요없다고 내치지 않은 그들의 마음에서는 배려심이 느껴집니다. 덕분에 할아버지는 공짜로 먹을 것을 얻어가는 구걸꾼이 아니라 근사한 그림 돈으로 국수를 사먹는 국수 가게의 명물 손님이 되었습니다. 거창한 선행이 세상을 바꾸는 건 아닐 겁니다. 작고 따뜻하되 끈질긴 친절. 세상을 밝히는 진짜 빛일 겁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남명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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