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딸 둘 아빠’ 헬스장 사장님 울린 건물주의 말

기사와 무관한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에서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는 딸 둘 아빠입니다.”

딱 한 문장이었지만, 복잡한 사정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 탓에 수도권 헬스장 운영이 중단됐으니 생계가 걱정됐을 것이고, 자녀들 생각에 한숨의 깊이는 더해졌겠지요. 아니나 다를까, 이 아빠는 대출까지 받아 겨우 버티고 있다고 했습니다.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입니다.

A씨는 “올해 7월부터 여유자금까지 바닥이 나서 대출받아 임대료와 직원들 월급을 주고 있다”며 글을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여름 동안은 사정이 조금 괜찮았다고 합니다. 건물주가 5월부터 3개월간 임대료를 30% 감면해줬고, 7월부터 조금씩 회원도 늘어 마이너스지만 운영은 가능했다고 말했죠.

그러나 겨울이 다가올수록 걱정이 커졌다고 했습니다. 헬스장은 겨울이 비성수기인 데다 날씨가 추워지면 코로나19가 다시 대규모로 확산할 거라는 전망을 종종 접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는 추위와 함께 수도권을 덮쳤습니다.

A씨는 “11월 말부터 매출이 급격히 줄었고, 문까지 닫게 됐다”며 “대출도 한계가 있고 직원들에게도 너무 미안하고 정말 놓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했습니다. 본인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거의 모든 자영업자가 같은 마음일 거라고 했죠. 그는 “결국 염치없지만 건물주에게 다시 연락을 드렸다”고 말했습니다.

“열심히 한번 해보려고 노력 중인데 너무 힘듭니다.” 이 뒤로도 여러 사정을 설명하는 말이 덧붙었습니다. 미안한 마음만큼 말도 길어졌죠. 그렇게 그가 이런저런 말을 다 쏟아냈을 때 건물주의 답변이 들렸습니다. “이번 달과 12월 월세는 내지 않아도 됩니다.”

A씨는 통화하면서 펑펑 울었다고 했습니다. 너무 감사하다고, 잘하겠다고 울면서 말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한 줄기 희망을 본 A씨. 물론 그의 모든 고민이 해결된 건 아닙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한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불안함이 자리하고 있겠죠. A씨도 “통화를 그렇게 끝냈는데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막막하다”고 했으니까요.

그날, A씨가 눈물을 쏟은 건 단지 두 달치 임대료를 감면받았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지친 그의 말을 들어주고, 뜻밖의 도움까지 준 건물주의 배려가 고마웠기 때문이겠지요. A씨에게 건물주의 배려와 같은 행운이 겹치고 또 겹쳐서, 그렇게 무너지지 않고 조금만 더 버텨서 코로나19가 끝났을 때는 두 딸과 함께 환하게 웃으면 좋겠습니다. 전국의 모든 A씨가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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