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 경찰도 정인이 양부모와 공범이다” 비난 쇄도

좌측은 방송에서 공개된 생전 정인이의 모습. 우측은 양천경찰서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 캡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16개월 입양아 정인이의 사망 사건을 추적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방송 직후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엔 ‘정인아 미안해’와 함께 ‘양천경찰서’가 오르내리고 있다. 많은 네티즌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세 차례나 부실 처리한 양천경찰서 홈페이지에 몰려가 비난 여론을 쏟아내고 있다.

3일 서울양천경찰서 ‘칭찬합시다’ 게시판엔 비난 게시물이 쏟아졌다. “정인이 사건 담당자들 처벌하라” “정인이 담당 경찰 징계를 요구한다”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세 번 신고 중 한 번이라도 신경 썼다면…” “방관한 경찰도 공범이다”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민중의 공범이다” 등의 게시물이 쏟아졌다.

2012년 경기도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토막 살해 사건, 이른바 ‘오원춘 사건’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부실한 초기대응으로 젊은 여성이 희생된 오원춘 사건의 담당 경찰 간부가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오원춘 신고 전화를 받은 경찰과 무엇이 다르냐”며 공분했다.

지난 2일 방송된 SBS 시사 고발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선 2020년 10월 13일 생후 16개월의 정인이가 세 번의 심정지 끝에 응급실에서 숨진 사건을 파헤쳤다. 이날 방송에선 위독한 환자들을 수없이 경험한 의료진이 보기에도 아이의 상태는 처참했다고 전했다.

또래보다 눈에 띄게 왜소한 데다 온몸이 멍투성이였고 찢어진 장기에서 발생한 출혈로 복부 전체가 피로 가득 차 있었다. 생후 7개월 무렵 양부모에게 입양된 정인이는 입양된 지 271일 만에 결국 숨을 거뒀다.

정인이는 생후 두 달 만에 양부모가 정해졌다. 정인이가 입양되기 전까지 아이를 돌봤던 위탁모는 “인상이 좋았다. 양모는 너무 활달해 보이고 밝고, 아빠도 보기에는 인상이 순해 보였다”고 했다. 미국에서 유학을 한 양엄마 장모씨는 해외 입양을 돕는 일을 했다. 양아빠도 역시 그런 아내의 봉사에 동참한 이력도 있었다. 그러나 양부모는 악마와 다름없었다.

지난해 10월 13일, 세 번째 심정지로 응급실에 실려 왔을 때 이미 정인이는 숨을 거둔 상태였다. 의료진은 아이의 몸에 드러난 손상의 흔적들을 보고 단순 사고가 아닌 아동학대라고 판단했고, 현장에 있던 양엄마를 경찰에 신고했다. 정인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양엄마 장씨는 구속 기소된 상태다. 어렵게 입수한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이다. 강한 외력으로 췌장까지 절단된 상태였다.

정인이가 이날 응급실에서 숨을 거두기까지 세 차례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다. 그러나 경찰은 첫 신고 때부터 증거가 없다며 사건을 종결시켰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여러 상처에 아동학대 신고를 했고,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이 어린이집으로 출동해 조사했다. 그러나 정인양의 양부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해 어린이집 교사는 “경찰이 어린이집을 출동해 아동 학대 조사를 시작했지만 경찰관은 ‘뼈가 부러지거나 어디가 찢어지지 않는 이상 아동학대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며 “경찰서에 와달라고 해서 갔는데 정인이 엄마와 아빠랑 입양 관련 일을 했다더라. 경찰이 하라는 대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하라는 대로 다 해줬다더라”고 말했다.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좋지 않은 일을 할 리 없다는 편견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얘기다.

한 달 뒤 정인이가 차에 방치돼 있는 것을 발견한 한 시민이 두 번째 학대 의심 신고를 했지만 이번에도 실제적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세 번째 학대 의심 신고는 소아과 전문의가 했지만 당시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아과 전문의는 “경찰분들에게 강력하게 말했다”며 “부모와 분리돼야 한다고 했는데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정인이를 학대한 양엄마는 단골 병원으로 다시 갔고 그곳에서 구내염 진단을 받았다.

정인이를 학대한 범인으로 양엄마가 주로 의심받았지만 양아빠가 해명하면서 의심을 피했다. 양아빠는 정인이의 몸에 몽고점이 있고 아토피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정인이의 사진을 본 후 멍이 많으며 아토피 증상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결국 양아빠는 아내의 학대를 알면서도 방관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당시 응급실에서 정인이를 만난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정인이의 배를 가리키며 “이 회색 음영이 다 피다. 이게 다 골절이다. 나아가는 상처, 막 생긴 상처, 이 정도 사진이면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아동학대다”라고 했다.

“사진을 보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았다”고 한 남 전문의는 “갈비뼈 하나가 두 번 이상 부러진 증거가 있다. 온몸에서 나타나는 골절, 애들은 갈비뼈가 잘 안 부러진다. 16개월이 갈비뼈가 부러진다? 이건 무조건 학대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결정적 사인은 장기가 찢어진 거고 그걸 방치한 거다. 바로 왔으면 살았을 것”이라며 “양모가 무릎을 꿇고 ‘우리 아이가 죽으면 어떻게 하냐’고 울었다. 이게 학대고 살인이라고 다 알고 있었는데 부모가 너무 슬퍼하니까 진짜 악마라고 생각한 의료진도 있었다”고 했다.

이날 방송에서 김상중은 “아이의 얼굴 공개를 두고 깊고 길게 고민했다. 하지만 아이의 표정이 그늘져가는 걸 말로만 전달할 수 없었기에 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같은 어른이어서,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늦게 알아서, 정인아. 미안해”라고 사과했다.

이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가 정인이를 추모하기 위해 제안한 것으로 현재 온라인에서 진행 중인 캠페인이다. A4용지에 ‘정인아 미안해’ 등의 글을 적고 인증사진을 올리는 방식이다. 실제로 SNS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인아 미안해’ ‘고통 없는 곳에서 부디 행복하길’ 등의 글이 적힌 게시물이 이어졌다.

온라인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정인아 미안해’가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아울러 정인이의 양부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 청원은 지난달 20일 답변 기준인 20만명의 동의를 넘긴 23만명으로 마감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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