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전날 무기력한 정인이 영상…“겨우 삼킨 우유는 살려고”

어린이집 CCTV 영상…전문가 “무감정 상태”
“탈수 극심…안 먹으면 죽으니까 먹은 것”
사망 당일 응급실 의사 “교과서 실릴 정도의 아동학대”

사망 전날 어린이집 CCTV에 찍힌 정인이의 모습. 오른쪽은 정인이를 사망 당시 응급실에서 만났던 남궁인 전문의가 공개한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다 숨진 생후 16개월 여아 정인이의 사망 전날 모습이 공개됐다. 거의 움직이지 않고,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어린이집 CCTV 속 정인이의 모습에 의사들은 극심한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입양된 지 9개월 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을 2일 집중 조명했다. 2019년 6월 태어난 정인이는 입양기관이 지정한 위탁가정에서 지내다 지난해 1월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위탁모는 양부모의 첫인상이 매우 좋았다고 했다. 특히 양모 장씨는 매달 정인이를 보러 오는 등 입양에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인이는 양부모의 품에 안긴 지 271일째 되던 지난해 10월 13일 세 차례의 심정지 끝에 응급실에서 숨을 거뒀다.

당시 의료진은 정인이의 몸에 있던 손상의 흔적들이 아동학대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해 경찰에 신고했다. 담당의였던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사진을 보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았다. 뼈가 다 골절이었다”며 “이 정도 사진이면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아동학대 소견”이라고 말했다. 갈비뼈 골절이 많았으며, 몇 달 전 부러졌다 스스로 붙은 뼈도 있었다. 또 찢어진 장기에서 발생한 출혈로 복부 전체가 피로 가득 차 있었다.

남궁 전문의는 “(양모 장씨가) 무릎을 꿇고 ‘우리 아이 죽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울었다”면서 “누가 봐도 학대고, 살인인 것을 다 알고 있었는데 너무 슬퍼하니까 ‘진짜 악마구나’라고 생각한 의료진도 있었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입수한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정인이의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이었다. 강한 외력으로 인해 췌장도 절단된 상태였다. 정경원 교수는 “췌장은 우리 복강 안의 장기 중에 뒤쪽에 위치하는 흉복막각 장기”라며 “그 앞쪽에 있는 위, 대장, 소장 같은 장기들을 뚫고 췌장까지 힘이 전달되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어떠한 외력이 뒤에 있는 척추뼈까지 맞닿아서 그사이의 장기들이 파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내부에 있는 췌장이 절단됐다는 것은 외력의 크기를 추정케 하는 단서가 된다는 것이다.

외상환자에 대한 손상 중증도 점수 체계인 AIS코드표. SBS '그것이 알고싶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이어 외상환자에 대한 손상 중증도 점수 체계인 ‘AIS코드’를 언급하며 “췌장은 절단 훼손의 경우 무조건 3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3세 아동 기준으로 AIS 3+에 해당하는 부상을 입기 위해서는 복부에 3800~4200N 정도의 충격이 가해져야 한다. 양모 장씨와 비슷한 몸무게인 여성으로 실험한 결과 바닥에 누워 있는 아이를 두 차례 소파에서 뛰어내려 밟았을 때 3800~4200N 사이의 물리력이 가해지는 것으로 나왔다. 적어도 이 정도의 충격이 가해져야 췌장 파열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양부모 측은 사건 당일 홧김에 정인이를 들고 흔들다가 떨어뜨렸고, 그 과정에서 아이의 배가 의자에 부딪혔다고 주장했다. 아동학대는 없었으며, 고의가 아닌 실수로 정인이가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발생 시기가 다른 것으로 추정되는 골절이 정인이의 몸 전체에서 발견됐다. 다친 장기들 중 일부에 섬유화 흔적도 있었다. 유성호 교수는 “장간막 파열 주변으로 섬유화라고 하는 치유가 된 흔적이 보인다. 이는 보통 일주일 이상 시간이 경과했다는 뜻”이라며 “복부에 이런 충격이 장기간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정인이가 숨지기 전날 어린이집 CCTV에도 이상한 징후가 포착됐다. 정인이는 또래 아이들과 달리 구석에 앉아 있는 등 움직임이 없었다. 한 소아과 전문의는 “저 나이대 아이들은 몸이 엄청나게 아프지 않은 이상 항상 움직여야 한다”라며 “정서 박탈이 심해서 무감정한 상태일 때 저런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정인이를 안고 있는 어린이집 교사. SBS '그것이 알고싶다'

당시 어린이집 교사들은 오랜만에 등원한 정인이의 몸 곳곳을 살펴보며 상처를 찾았다. 힘없이 교사 품에 안긴 정인이는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고, 배가 볼록한 상태였다. 겨우겨우 우유만 한모금 삼켰다. 남궁인 전문의는 “탈수가 너무 심해서 그거라도 안 먹으면 죽으니까 먹는 것”이라며 “배 안이 다 염증이라서 먹으면 먹을수록 엄청 메스껍다”고 말했다.

이날 정인이를 데리러 온 것은 양부였다. 종일 무기력하게 앉아있던 정인이는 양부를 보자 걸어가 안겼다. 교사는 양부에게 꼭 병원에 데려가라며 정인이의 건강 상태를 염려했지만, 정인이는 다음 날 더욱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사망했다.

정인이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양모 장씨에게 상습적인 폭행·학대를 당하고, 사망 당일 등쪽에 강한 충격을 받아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양부도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유기·방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양부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은 최근 전문 부검의 3명에게 정인이의 사망 원인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했으며, 결과에 따라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해 양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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