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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시장 먼저 알아본 프레시지·그립…코로나 타고 고속성장

집에서 밀키트를 이용해 홈파티 분위기를 내고, 라이브 방송으로 판매자와 소통하며 상품을 구매하는 게 이제는 낯설지 않은 모습이 됐다. 지난해 유통업계에선 비대면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 ‘밀키트’와 ‘라이브커머스’가 선두에 꼽혔다. 그 영향으로 관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동안 이런 변화의 시작을 끊은 스타트업들 역시 크게 성장해 눈길을 끌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밀키트와 라이브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2019년 400억원대였던 밀키트 시장은 지난해 1000억원 규모로 2배 이상 증가했고, 2024년에는 7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 시장 역시 올해 3조원대에서 2023년 8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두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프레시지와 그립은 국내에 생소했던 두 시장의 문을 가장 먼저 열었던 스타트업이다.

프레시지 블랙라벨 스테이크. 프레시지 제공

밀키트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프레시지는 2016년 창업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선 밀키트가 생소했던 탓에 2017년 매출 15억원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로 내식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지난해 매출은 17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711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2019년과 비교해도 지난해 매출액은 2배 이상 커졌다. 프레시지 이후 한국야쿠르트, CJ제일제당 등 대기업이 연이어 밀키트 시장에 진출하는 와중에도 프레시지는 시장 점유율 70%로 1위를 공고히 지켜냈다.

프레시지는 대기업들과의 경쟁 속에서도 살아 남은 이유를 자사 브랜드 제조·판매가 아닌 B2B 사업에서 찾았다. 밀키트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해 상품 제조 역량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갖춰놨고, 이를 기반으로 대기업 브랜드 및 외식업체부터 소상공인들의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까지 가능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대기업 브랜드의 이름을 달고 있어도 제조사명엔 프레시지가 적힌 경우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이런 역량과 차별점을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자상한기업’이 되기도 했다. 장수 소상공인 업체인 ‘백년가게’의 메뉴를 밀키트 상품으로 출시하도록 돕고 온·오프라인 판로 확대를 지원하는 등 창업 5년도 안 된 시점에 기업의 역량과 노하우를 소상공인들과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립 제공

지금은 하루에도 여러 건의 라이브커머스 방송이 이뤄지고 있지만 지난해 초만 해도 라이브커머스는 매우 생소한 쇼핑 방식이었다. 하지만 2019년 2월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을 론칭한 그립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쇼핑이 확산되면서 거래액이 크게 성장했다. 출시 2년 만에 지난해 누적 거래액이 240억원을 돌파했고, 판매자는 8200여곳까지 증가했다. 판매자만 보면 지난해 8월 4000여곳이었는데 4개월 사이 2배가 늘어났다.

코로나19로 라이브커머스가 주목받기 시작할 땐 그립에 손을 뻗어온 대기업이 많았다. 플랫폼을 가진 곳은 그립이 거의 유일했기 때문이다. 신세계면세점, AK플라자, GS25 등이 그립을 통해 라이브커머스를 시도했다. 이후 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백화점을 선두로 자체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을 론칭하는 유통업체들이 늘어났고, 네이버와 카카오도 뛰어들었다.

'그립' 어플리케이션의 홈 화면. 그립 제공

그러나 그립은 ‘에브리원 캔 셀(everyone can sell)’을 모토로 지하상가 상인들도 소비자와 영상통화 하듯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서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마켓에 입점하지 않아도 누구나 비대면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소상공인들의 진입장벽이 훨씬 낮다는 것이다. 그립 관계자는 “홈쇼핑을 모바일로 가져오는 방식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쇼핑 생태계를 만들자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막대한 자본과 넓은 유통망, 두터운 소비층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넓힐 수 있는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이 심어놓은 나무에서 열매만 취할 수 있다는 점은 업계에서 계속 제기되는 아쉬움 중 하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과 같은 비대면 시대에는 결국 아이디어 싸움”이라며 “대기업이 보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알아보는 스타트업에 대기업이 적극 투자함으로써 스타트업이 일군 성과를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국내 생태계에서도 혁신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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