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빚투’ 꿈꾸는 당신께, 주식 9승1패 개미 이야기[이슈&탐사]

[자본소득, 생존의 뉴 노멀이 되다] ④·끝 뉴 노멀의 그림자

고려대 가치투자 동아리 KUVIC 소속 학생들이 지난달 23일 고려대 한 건물에서 주식 차트를 보고 있다. 화면은 학생들의 얼굴과 국내 주식 차트를 다중 촬영해 합성한 모습. 윤성호 기자

고수익을 쫓아 투자에 나서는 2030세대는 “시간이 무기”라고 말한다. 이들에게 ‘버티는 자가 승리한다’는 공식은 신념이 됐다. 주식과 부동산, 비트코인 모두 장기적으로는 우상향했다는 ‘경험칙’이 이들을 금융시장으로 내몰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투자가 언제나 위험을 동반한다는 점을 간과한다. 자기 자본이 적은 2030세대는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상환 능력을 초과하는 범위까지 빚을 내는 ‘영끌 빚투’도 서슴지 않는다. 무리한 투자의 끝에는 저당 잡힌 청춘만 남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빚투는 질 수밖에 없는 싸움”

직장인 오세종(34)씨는 유튜브에 ‘주식 잃고 우울증을 극복한 사연’이라는 주제로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오씨는 본인을 “흙수저 집안에서 태어나 알바를 달고 살며 아등바등 아껴가며 살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힘들게 모은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다 지난해 3월 2억원이 넘는 손실을 보고 우울증을 앓았다.

큰돈을 잃게 된 건 주식 미수, 신용 융자 거래에 손을 대면서부터다. 미수 거래는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거래를 말한다. 외상으로 주식을 사는 것이다. 2거래일까지 갚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신용 융자 거래 역시 갖고 있는 현금보다 더 많은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일종의 대출이다. 이 역시 정해진 기간 안에 담보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자기자본 3000만원과 아버지가 준 4000만원을 더해 시작한 주식 투자는 미수, 신용 융자 거래를 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규모가 커졌다. 그의 주식 계좌 잔고는 수익을 포함해 3억원까지 불어났다.

처음부터 빚을 쉽게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 오씨는 “워낙 빚지는 걸 싫어하는 데다 겁도 나서 처음에는 신용 거래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주가가 예상한 대로 움직이자 자신감이 커졌고 1000만원으로 시작했던 거래액이 나중에는 ‘풀 신용’(최대 한도의 외상 거래) 상태를 유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빚을 내 투자를 하더라도 수익이 나면 즉시 상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식 투자는 늘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었다. 오씨가 투자했던 대북 경협주의 주가가 하락했다. 손실액이 1억원인 날도 있었다. 그는 “신용담보비율 밑으로 잔고가 떨어지자 증권사 직원에게서 매일 전화가 왔다. ‘돈을 입금하든, 주식을 팔든 비율을 맞춰놓으라’는 전화가 마치 악마의 목소리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단기 악재를 극복하면 반드시 오를 주식이라고 믿었지만 달리 도리가 없었다. 증권사는 오씨의 주식을 팔았고, 계좌 잔고에는 1500만원이 남았다. 그가 일해서 번 돈뿐 아니라 아버지가 빌려준 돈마저 사라졌다.

오씨는 “레버리지로 처음부터 수익을 봤더니 (신용 거래가) 너무 달콤했다. 습관처럼 사용하다가 한 방에 정말 쫄딱 망했다. 9승 1패였지만 단 한 번의 패배로 망해버렸다. 남의 돈을 써서 주식을 하면 그 순간이 ‘깡통’ 차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빚투를 하는 개미 투자자는 헐값에 반대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오씨는 자신처럼 젊은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많은 빚을 내 투자하다 돈을 잃지 않도록 경험을 공유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그는 “주식으로 큰돈을 벌 때는 하루에 연봉을 벌어들이니까 노동으로 버는 소득이 하찮게 느껴졌다. 하지만 단기간에 돈을 잃어보니 그 돈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모두가 투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최근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주변의 ‘성공’에 나만 소외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뜻하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 번지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례를 접하면서 ‘나만 돈을 벌지 못했다’는 박탈감에 뒤늦게 ‘패닉바잉’(불안감에 따른 매수)에 나서는 사람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해 7월 처음으로 14조원을 넘어섰다. 추격 매수를 한 개미들도 주식과 부동산 상승 기류를 타고 자본과 자산을 늘려가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취재팀이 만난 2030세대 대부분은 지난해 처음 투자에 나섰다. 차모(28)씨는 어머니의 권유로 주식을 시작했다. 그는 “주변에 주식하는 친구들이 없었는데 너도 나도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투자를 시작한 친구들이 늘었다”며 “투자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식, 부동산에의 투자가 소득을 높여 한 개인의 계층 이동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있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와 전병유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소득과 자산의 연계 불평등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간 분위에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소득과 자산의 상관성이 높지 않았다. 중산층의 경우 소득이 높다고 해서 자산이 높다고 볼 수 없고, 반대로 소득이 낮다고 해서 자산이 낮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자산 형성에서 소득 이외의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근로소득 상승 속도가 더디더라도 자본소득 등으로 자산을 늘릴 수 있으므로 계층 이동을 할 수 있다. 이는 젊은층이 패닉 바잉에 뛰어드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이마저도 근로소득이든 대출이든 여러 수단을 통해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이들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다. 투자금 마련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기회 자체가 없다. 이들은 심리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동시에 현실에서는 양극화 심화에 따른 계층 하락을 겪게 된다.

청년들의 자산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층의 자산 및 부채 보유 실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 청년가구 자산 빈곤율은 61.6%로 전체 평균(58.2%)보다 높았다. ‘자산 빈곤’은 순자산의 중위값이 50% 미만인 경우를 뜻한다. 특히 청년 1~2인 가구를 포함한 가구주로 한정하면 자산 빈곤율은 73.6%로 크게 증가한다.

가장 큰 원인은 주거비 부담이었다. 빈곤가구 청년 5명 중 1명(19.4%)은 소득의 2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었다. 청년 가구주로 한정하는 경우 비율은 26.4%로 높아졌다. 보사연은 “청년 자산 빈곤층의 경우 자가나 전세로 거주할 자금이 없어 월세로 거주하는 비율이 훨씬 높을 것”이라며 “주거비 부담으로 빈곤 가구 청년의 경우 자산 형성에서 뒤처지는 위험이 누적된다”고 지적했다.

20, 30대들은 유튜브를 통해 주식 투자를 배우며 자산 소득을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30대 한 직장인이 주식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는 모습. 최현규 기자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저소득층의 자산은 노동소득 중심이므로 금융소득과 같은 비노동소득 비중이 커지면 계층별 자산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사연이 2019년 12월 포용복지 포럼에서 발표한 ‘우리 사회 자산 불평등 문제 분석’에 따르면 소득 1분위(하위 20%)와 5분위(상위 20%)의 자산 절대금액 격차는 2012년 약 6억6000만원에서 2018년 7억7000만원으로 늘었고 2019년에는 8억2000만원까지 확대됐다.

이렇게 커지는 자산 불평등은 코로나19와 같은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저소득층에게 더 큰 상처를 낸다. 보사연은 지난해 발표한 ‘소득 불평등 심화의 원인과 정책적 대응 효과 연구’ 보고서에서 “소득과 자산 불평등은 경제적 위험 상황에서 대응 능력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므로 경제적 안정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소득이 높고 자산이 충분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갑자기 터진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버틸 수 있지만 소득이 낮고 자산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계층은 위기를 더 크게 겪을 것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적 안정성이 개인의 불행으로만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적 안정성은 개인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인 동시에 ‘안전하고 살 만한 좋은 사회’를 판단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다. 경제적 안정성이 떨어지는 사회는 그만큼 안전하지 않은 사회다.

투자를 통한 부 축적 기회가 많을수록 가난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랐다. 국민일보가 비영리 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과 함께 지난달 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난이 계속되는 것은 개인이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58.4%로 ‘그렇다’(30.7%)보다 높았다. 하지만 본인의 계층이 ‘상층’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경우 51.9%가 ‘그렇다’고 답했다.

적극적인 투자를 권하는 유튜브 채널에서도 가난을 개인의 탓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세상은 정말 공평하다. 게으른 사람은 (자산이) 그대로이고, 노력하는 사람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행크TV 2020년 5월 15일자), ‘가난은 선택입니다’(배해병, 2020년 9월 11일자) 등 유튜브 투자 채널에서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해 ‘개인의 게으름’이나 ‘능력 부족’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영끌’ 개미의 최후는

대부분의 주식 투자 관련 영상은 저축 대신 과감한 투자를 이야기한다. 반면 유튜브 김씨호랑TV 채널을 운영하는 김모(36)씨는 젊은 세대일수록 저축을 통한 종잣돈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씨는 “불안하게 투자하기보다 과할 정도로 저축하는 게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50% 저축’을 투자의 제1원칙으로 삼고 있다. 투자를 시작한 뒤로는 취업 이후에도 월급의 절반은 무조건 적금 통장에 넣어 돈을 모았다. 김씨는 힘들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종잣돈을 한순간에 투자로 잃을 수 있으므로 늘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수익이 불어난 지금도 수입의 절반은 꼬박꼬박 저축한다. 김씨는 워런 버핏의 투자 원칙을 강조하며 “잃지 않는 투자를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또 위험 대비책을 늘 마련해놔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이 풀리면서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유례없는 상승기였다.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레버리지 투자는 젊은 세대에게 필수 투자 전략인 것처럼 됐다. 새롭게 투자 시장에 진입한 2030세대는 상승장만 겪었다. 따라서 투자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2030세대의 평균 투자 수익도 전체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A증권사가 지난해 주식 계좌를 신규 개설한 이들의 평균 수익률(2020년 11월 기준)을 분석한 결과 20대는 10.45%, 30대는 15.87%였다. 전체 계좌의 평균 수익률(20.32%)에 미치지 못했다. 20대 평균 회전율은 52.48%, 30대는 44.72%로 전체 평균(35.25%)보다 높았다. 다시 말해 20, 30대는 단기간에 주식을 사고파는 거래를 많이 했다는 것을 뜻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기업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투자한 기업에 신뢰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장기 투자가 어려울 수 있다”며 “특히 지난해에는 수익률이 좋아 수익 실현을 단기로 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수·신용 융자 거래를 통한 무리한 투자일수록 위험이 크다. 김 교수는 “2030세대의 수익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신용 융자를 통한 투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신용 거래 투자는 (자금 회수 시점이 빨라) 단기 투자를 할 수밖에 없어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한국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올랐지만 앞으로는 기대수익률이 크게 미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상승장만을 생각하고 투자해선 안 된다. 주식 투자는 반드시 여유자금으로 해야 하고 목표 수익률과 자금 운용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는 근로소득만으로 노후가 보장되는 제도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열심히 일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고수익을 좇는 고위험 투자에 열광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세대 입장에서는 직업이나 연금처럼 (제도적으로) 안정감이 들도록 하는 것들이 사라지고 있다. 결국 자기 안정을 보장해주는 건 돈, 특히 ‘부동산’밖에 없다고 생각해 자산 투자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자본소득을 무작정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개인이 단기 투자 중심으로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은 불공정한 경쟁이 될 것 같다”면서도 “주식 투자 자체는 좋은 기업을 선별해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므로 건전한 경제활동이다. 단 개인투자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가 갖춰져 있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신중히 고민해 볼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슈&탐사2팀 권기석 김유나 권중혁 방극렬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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