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같은 췌장절단, 차량 정면충돌 때나 가능”

유사사례 판결문 속 부검의 진술 보니

정인이 사망 전 함께 한 방송에 출연한 양부모 모습. EBS 방송 캡처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학대 사망사건과 관련해 정인이와 유사한 췌장 파열 사건의 경우 매우 강한 외력에 의해서만 발생한다는 취지의 부검의 진술이 담긴 판례들이 공개됐다. 특히 췌장 파열 등으로 사망에 이르거나 중상해를 입은 경우 흉기나 중장비 등이 사용됐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8일 뉴시스가 대법원 판례검색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복수의 판결문에 따르면 피해자가 정인이와 유사하게 췌장 손상 등으로 사망한 경우 가해 과정에 흉기나 중장비가 동원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단독 정희철 판사는 지난해 6월 수도배관공사 중 굴삭기 암 실린더 바켓으로 B씨의 복부와 허리를 친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16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 B씨는 같은날 오후 간과 위 일부 파열, 췌장 절단 및 췌장 주위 후복막 파열 등 손상에 의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제주지법 형사합의2부(부장판사 정봉기)는 지난 2019년 8월 살인, 특수중상해, 사기, 상해, 특수폭행 혐의를 받는 C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C씨는 2018년 6월 D씨 거주지로 찾아가 얼굴, 몸통 등을 수회 때리고, 배를 수회 힘껏 밟아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D씨는 췌장 파열과 이로 인한 복강 내 대량 출혈로 사망에 이르렀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영상 캡처

주목할 대목은 당시 부검의 진술이었다. 부검의는 재판에서 “췌장은 늑골의 바로 아래쪽 상복부 좌측에 있는 장기로서 그 위에 장과 장간막 등 쿠션 역할을 하는 다른 장기들에 덮여 있다”며 “일반적인 싸움에서 체중을 싣지 않는 주먹 정도의 힘으로는 파열이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이어 “자동차 정면충돌로 밀려들어오는 운전대가 운전자에게 가하는 정도이거나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체중을 실어 발로 아주 세게 밟는 정도의 외력이 있어야 파열된다”고 했다.

이외 사례들에서도 다른 장기들에 덮여있는 췌장의 손상은 흉기 등을 동원한 의도적 상해에 의해서 발생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정인이 양모는 지난해 10월13일 당시 생후 16개월에 불과한 정인이의 등 부위에 강한 둔력을 가해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검 결과 소장과 대장 장간막열창이 발생하고, 췌장이 절단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복강 내 출혈 및 광범위한 후복막강출혈이 유발된 복부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정우)는 지난해 12월8일 정인이의 입양모 장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입양부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부검의 3명에게 정인이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하는 등 관련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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