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동생 나하고 친구더라” 무죄 이후 윤성여 근황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캡처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때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옥살이했던 윤성여씨가 무죄 재심 판정을 받은 이후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9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화성 8차 사건 재심 무죄 받은 윤성여씨 모셨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32년 만에 누명을 벗은 윤씨는 심정이 어떠냐는 질문에 “홀가분하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30년 묵은 체증이 한번에 뻥 뚫린 것 같다”며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좋다. 그냥 날아가는 기분? 전과자라는 신분을 갖고 산다는 게 참 힘들다. 좀 힘들어도 그냥 꾹 참고 열심히 살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윤씨는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오늘은 좀 눈물이 나온다”며 “웬만하면 눈물 안 흘리는데. 내가 울어본 게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무죄 받고 그 다음날에 한번 울었다. 한이 맺힌 게 북받치니까 눈물이 안 멈춰지더라”라고 전했다.

제작진이 근황을 묻자 윤씨는 “요즘 평상시랑 똑같이 지내고 있다”며 “직장 다니고 여러 사람이 알아본다. 아는 지인들도 많이 생겼다. 길다가 알아보시는 분도 있다. 쉬는 날엔 집에서 거의 보낸다. 최근에는 영국 BBC 방송에서 변호사님과 같이 인터뷰도 했다”고 했다.

이춘재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자기 생각을 밝혔다. 그는 “재심 공판에서 이춘재가 증인으로 나왔다. 이춘재가 직접 미안하다고도 얘기했고 인사도 했다”며 “이춘재가 원래 우리 동네 3년 선배다. 이춘재 동생은 나하고 친구였다. 어렸을 때 동네에서 같이 자랐다. 그런데 같은 동네 살았어도 (이춘재) 얼굴은 몰랐다. 동네 선배들도 학교를 같이 다녔어도 이춘재를 잘 몰랐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그는 이춘재가 ‘화성 8차 사건’ 사실을 인정했을 때 어땠느냐는 질문에는 “순간 감정이 북받쳤다”고 했다. 그는 “아마 다른 분 같았으면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변호사님이 저를 말린다고 붙잡느라 고생하셨다. 변호사님이 가만히 계시라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했다. 부글부글 끓어도 재판 과정이니까 참았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그 심정을 모를 거다”라고 말했다.

윤씨는 교도소 수감 당시에도 자신이 무죄임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교도소에 있을 때 재심 신청을 3번인가 했다”며 “어차피 되든 안 되든 그냥 해보는 데까지 해보자, 이런 마음이었다. 법원이 증거가 부족하다며 재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도 교도소 안에서 계속 무죄라고 노래를 불렀다. 무죄, 무죄가 결국 내 별명이 됐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끝나면 가장 먼저 외국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윤씨는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다”며 “어머니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돌아가셔서 집안도 기울고 공부도 못했다. 그러고 나서 22살에 교도소 들어갔다. 전과자 신분으로 외국에 갈 수 없더라. 이제 무죄 판정이 났으니 인도네시아 옆에 있는 브루나이에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윤씨는 지난해 12월 17일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해당 사건은 경찰에서의 가혹 행위와 수사 기관의 부실수사로 결국 잘못된 판결이 나왔다”며 “재심 판결이 조금이나마 피고인에게 위로가 되고 명예회복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에서 중학생 박모양이 성폭행 뒤 살해당한 사건이다. 당시 화성 연쇄 살인사건이 이어졌지만, 경찰은 이 사건을 ‘모방범죄’로 규정하고 이듬해 윤씨를 범인으로 검거했다.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억울하다”며 상소했지만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2019년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과정에선 당시 경찰의 불법체포와 감금, 폭행·가혹 행위를 비롯해 유죄 증거로 쓰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가 조작된 사실이 드러났다.

김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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