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던 ‘내복 아이’ 안고…‘아줌마가 엄마 찾아줄게’ 말했다”

신고자 라디오 인터뷰
“아이 엄마와 연락 안 돼 경찰 신고”
“아이, 엄마 오자 품에 안겨…엄마도 걱정”

한파 속에 내복 차림으로 집 밖을 나온 아이와 아이를 도와준 A씨. SBS 캡처

한파 속에 내복 차림으로 집 밖을 서성이던 만 3세 여아를 도와준 행인 A씨가 라디오에서 당시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그는 “아이의 거주지에 가보고, 보호자에게 연락해보는 등 여러 조치를 취했지만 소용없었다”며 “굉장히 난감했다”고 말했다.

A씨는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편의점에 물건을 사러 갔다가 아이를 발견했다”며 “아이가 내복만 입고 울면서 엄마를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이해하기로는 (아이가) 자고 일어났더니 엄마가 없어졌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일단 아이를 안고 아이가 말해준 집으로 갔다고 한다. 그는 “갔더니 현관문이 비밀번호로 된 집이었다”면서 “열 방법이 없으니까 그때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몸을 녹이려고 편의점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또 “처음에 아이를 안고 집에 갈 때는 저희도 정신이 없었는데, 도착 후에야 정신이 나서 외투를 입혔다”며 “몸을 녹일 수 있도록 아이에게 따뜻한 초콜릿 음료를 사서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그때 진정이 됐는지 조금씩 자기 이름과 팔찌에 엄마 전화번호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팔찌에 적힌 번호로 전화했지만 연결이 안 됐다고 했다. 그는 “아이가 많이 울어서 ‘아줌마가 엄마 찾아줄게’라고 얘기했는데 연결이 안 돼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며 “(출동한) 경찰도 아이 엄마와 연락이 안 되니까 고민하다가 ‘생년월일 아니?’ 이렇게 물어보던 중 어머님이 오셨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과 엄마의) 대화 내용으로 추측했을 때 (아이 엄마가) ‘집에 왔는데 아이가 없고 화장실에 아이 흔적이 있어서 편의점까지 왔다’고 한 것 같다”고 했다. ‘화장실 흔적’에 대해서는 “아이 엄마가 되게 걱정하면서 ‘너 화장실에 그렇게 한 거 엄마가 다 봤어’라고 말했는데 아이 바지에 대소변이 다 묻어 있었지 않느냐. 아마 그런 게 묻어서 자기가 처리하다가 무서워서 나온 게 아니었나 추측했다”고 말했다.

A씨는 “아이 엄마가 굉장히 급하게 들어오면서 아이를 안았고, 경찰이 집을 확인해보겠다고 해서 아이가 엄마를 만났으니까 저는 이제 그만 가보겠다고 하고 나왔다”며 “아이가 저랑 얘기할 때는 단어만 나열하는 정도였는데 엄마를 만났을 때는 품에 안겨서 말도 잘했다”고 했다. 아울러 “아이 엄마도 ‘너무 추웠지?’라며 걱정하고 쓰다듬어줬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 9일 아이의 어머니인 B씨를 아동복지법상 유기·방임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아이는 8일 오후 5시40분쯤 집 근처에서 내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다가 A씨에게 발견됐다. 당시 서울에는 최저기온 영하 18.6도, 최고기온 영하 10.7도의 강추위가 몰아쳤다.

이날 아이는 B씨가 아침에 출근한 뒤 9시간가량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혼자 있었으며 잠시 집 밖으로 나왔다가 문이 잠겨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 등과 함께 출동해 이들의 집을 확인한 결과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임을 확인했다.

B씨는 남편 없이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은 B씨의 이혼이나 기혼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인근 주민들이 이전에도 아이가 혼자 거리를 떠도는 모습을 목격하는 등 아이가 상습적으로 방치됐다고 증언함에 따라 상습방임 등이 있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다만 아이에 대한 학대 의심 사례 신고가 접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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