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수급자가 한달치 생활비를 건네고 갔습니다”

광주 광산구 동 행정복지센터에 익명으로 기부된 현금. 광주 광산구 제공. 연합뉴스

“이름은 밝히지 않고 그냥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고만 했어요. 자기보다 더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찾아서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익명의 주민이 광주 광산구 우산동 행정복지센터를 도망치듯 떠나며 건넨 것은 현금다발이었습니다. 총 50만원. 정부에서 수급비를 받는다면 생활이 넉넉할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요즘 같은 엄동설한에 요긴하게 쓰였을 한 달 치 생활비를 선뜻 건네고 간 것입니다.

같은 날 송정1동 행정복지센터에도 한 주민이 찾아와 코로나19로 힘든 이웃에게 써달라며 100만원을 기부했습니다. 신기한 일이죠.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날 약속이나 한 듯 임곡동 행정복지센터에도 익명의 기부자가 찾아왔습니다. 그 역시 좋은 일에 써달라는 당부와 함께 100만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삶과 일상이 얼어붙은 지 꼬박 1년입니다. 새해가 밝아도 도무지 신년의 희망 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 우울한 2021년입니다. 혹한까지 덮쳐 마음은 더욱 춥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중고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지난 7일 광주 광산구의 몇몇 행정복지센터에는 마치 약속이나 한듯 따뜻한 기부 릴레이가 이어졌습니다. 모두 익명을 요청한 ‘이름 없는 기부천사’들의 조용한 선행이었습니다.

광산구 관계자는 “기부금을 다가오는 설 명절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겠다”며 “모두가 힘든 시기에 온정을 나눈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습니다.

모두가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힘든 코로나19 시기,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떠올리며 익명으로 기부한 이들의 마음은 참 넓고 따뜻할 거 같습니다. 그들의 사랑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잘 전해지길 바랍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신소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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