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알린 교사, 징계 내린 교육청” 靑청원


2019년 유명 정신과 의사의 ‘그루밍 성폭력’에 대해 폭로했던 교사가 품위손상 등을 이유로 징계를 받아 지금까지도 고통을 받고 있다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11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임에도 ‘공무원 품위손상’으로 부당하게 징계받은 선생님을 사면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지난 7일 올라왔다.

청원인은 “성폭력 가해자와 싸우다가 교육청의 부당한 징계로 고통받고 있는 한 교사의 사면을 고려해달라”며 “경북교육청은 규정상 징계를 철회할 수 없다고 하니 대통령이 특별 복권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사 A씨는 2018년 대구 수성구의 한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던 중 정신과 의사 B씨에게 성폭력을 여러 차례 당했다고 경찰에 고소했다.

B씨는 피감독자간음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대구지검은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A씨의 항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씨에 의해 또 다른 피해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 A씨는 언론과 SNS를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다.

특히 A씨는 B씨의 범행이 정신과 의사라는 지위를 이용한 그루밍 성폭력(가해자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B씨는 지난 2월 명예훼손 혐의로 A씨를 고소했으며, 검찰은 벌금 100만원으로 약식기소했다.

이에 따라 경북교육청은 A씨에게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따른 견책 처분을 내렸다.

이후 A씨는 벌금형에 반발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첫 재판에서 B씨는 고소를 취하해 공소기각으로 결론 났다. 하지만 징계는 철회되지 않았다.

A씨는 피감독자간음 혐의를 무혐의 처리한 데 반발해 2019년 6월 대구고법에 재정신청을 냈다가 기각되자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그러나 B씨는 대법원의 재정신청 재항고 사건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해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폭력 혐의 부분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돼 A씨 입장에서는 성폭력 피해는 묻히고 명예훼손에 따른 징계만 받는 결과가 나왔다.

청원인은 “교육청은 공소 기각 판결에도 불구하고 ‘한번 내려진 징계는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 만을 반복할 뿐 A씨의 명예 회복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교육청의 부당한 징계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악화돼 휴직을 내는 등 지금까지도 교직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부당한 징계 기록을 지우고 건강하게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나서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에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검찰의 벌금형 통보에 따라 징계절차를 밟았다”며 “징계 통보 때 (A씨가) 기한 내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행정소송을 냈다가 각하 처리됐다”고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그러나 벌금 100만원에 약식 기소된 A씨가 정식재판을 요구할 경우 재판 결과를 보기 위해 징계를 연기해야 함에도 경북교육청은 이를 무시했다.

김정순 대구여성의전화 대표는 “(A씨는) 1차 성폭력 피해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당한 걸로 징계를 받았다”며 “경북교육청은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를 준 만큼 징계를 철회하고 명예를 회복시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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