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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떠는 영화계에 등장한, 독특한 ‘예술영화관’

13일 개관 ‘라이카시네마’ “예술영화 친숙하게 풀어내는 공간 만들 것”

스페이스독 제공


서울 서대문구 연희IC 근처 골목길에는 최근 모던한 분위기를 풍기는 회색빛 건물 하나가 들어섰다. 겉만 보면 카페와 전시장, 창작 공간으로 이뤄진 평범한 4층짜리 복합문화공간이지만, 속은 평범치가 않다. 지하 1층에 연희동 최초의 예술영화관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13일 문을 연 ‘라이카시네마’ 운영사 에스피디지 이한재 대표는 전날 본보와 통화에서 “코로나19에도 예술영화계는 좋은 작품을 전하려 노력해왔다”며 “39석(장애인석 1석 포함)의 작은 단관극장이지만, 연희동의 젊은 창작자에게 큰 영감을 주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우주로 보내진 최초의 개 라이카에서 이름을 딴 라이카시네마는 영화로의 광활한 여정을 담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독 지하에 마련된 이 극장은 개관 기념 기획전을 시작으로 최신 예술영화를 꾸준히 상영하고 연희문학창작촌 등 동네 특색에 맞춘 이색 이벤트를 펼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예를 들면 연희동에 사는 김영하 작가를 비롯해 래퍼 기리보이, 가수 오혁 등 내로라하는 창작진과 여러 행사를 열길 희망하고 있다”면서 “바(BAR) 등 동네 상권과 결합한 이색 이벤트에 힘입어 예술영화를 친숙하게 풀어내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독 제공


1994년 국내 최초의 예술영화 전용관 동숭씨네마텍이 붐을 일으켰던 예술영화관은 21세기로 넘어오면서 멀티플렉스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그럼에도 탄탄한 마니아층에 힘입어 동작구 아트나인, 종로구 씨네큐브, 서대문구 아트하우스 모모, CGV 아트하우스, 롯데시네마 아르떼 등 알찬 예술영화관들이 꾸준히 선보였다. 이들의 운영 주체는 주로 영화를 유통하는 배급사나 대기업, 멀티플렉스였다.

그런데 라이카시네마는 개인이 만들고 젊은 창작집단(에스피디지)이 운영하는 공간이어서 독특하다. 연희동 토박이로 30여년간 중소기업을 운영한 서기분 이화유니폼 대표가 세운 스페이스독 건물을 영화배급사·공연장 등에서 일했던 20~30대의 젊은 청년들이 나눠서 꾸려가는 식이다. 스페이스독 운영으로 첫발을 뗀 에스피디지는 계약직 직원을 포함해 8명 규모인 작은 법인이다.


스페이스독 제공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불거진 KT&G상상마당 영화사업 축소 논란을 비롯해 예술·독립영화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가운데 세워진 동네 예술극장이어서 의미가 있다. 힘들수록 위로를 전하는 예술영화관이 필요하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이 대표는 “지난해 개관하려던 영화관이 코로나19로 오픈을 아예 취소할 뻔도 했으나 복합문화공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공간에도 품 들인 라이카시네마는 프리미엄급 좌석과 최신식 영상 설비, GV·공연을 위한 가구 등이 갖춰져 있다. 특히 서울 내 예술영화관 중 돌비 아트모스 시스템을 갖춘 유일한 상영관으로 생생한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

13~24일 열리는 개관 기획전 ‘라이프 라이브 라이크’(LIFE LIVE LIKE)도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컷’ ‘화양연화’ ‘패터슨’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윤희에게’ 등 상영작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대표는 “방역 지침상 19석 규모로 오픈했는데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일상으로의 복귀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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