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울자 띵동 ‘때리는지 확인 좀’… 정인이 사건 여파

11일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용인에 사는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아파트 주민과 한바탕 말다툼을 벌였다. 지난해 말 이사왔는데 바로 위층에 사는 유치원생 형제가 밤마다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녔기 때문이다. A씨는 주민 간 갈등이 우려돼 참아왔지만 최근 ‘정인이 학대 사망사건’을 접한 후 문득 아이들이 부모에게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윗집을 찾아갔다가 얼굴을 붉힌 것이다.

걱정이 커져가던 A씨는 지난 9일 윗집을 찾아가 활발하게 거실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야 불안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A씨는 12일 “최대한 공손하게 물어봤는데 윗집 주민은 ‘집안 사정을 물어보는 것 자체가 무례하다’며 날선 반응을 보여 옥신각신 했다”며 “결국 층간소음에 대한 사과는 단 한마디도 못 듣고 내려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정인이 학대 사망사건 여파가 최근 아파트 주민 간 갈등도 유발하는 분위기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은 주민이 이웃을 아동 학대 주범으로 의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졸지에 학대 가정으로 몰린 부모들도 불편한 심정을 토로한다.

경기도 부천에서 2살 된 딸을 키우고 있는 30대 주부 이모씨는 지난 11일 저녁 아래층 주민으로부터 아동 학대 의심을 받았다. 딸 아이는 누운 상태에서 발로 바닥을 쿵쿵 때리는 이른바 ‘발망치’ 행동을 자주 하고 이를 강제로 제지하면 곧장 악을 쓰고 울음을 터트리는데 이런 소음을 아래층 주민이 아동학대로 오인한 것이다.

이씨는 “며칠 전 아랫집 주민이 초인종을 누르더니 인사도 없이 대뜸 ‘아이한테 폭력을 쓰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주민은 아이 상태라도 잠깐 확인하고 가야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고 한다. 결국 이씨가 “아이가 한창 클 나이에 울지 않는 집안이 오히려 더 이상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묻고서야 실랑이가 끝났다. 하지만 아랫집 주민은 ‘또 큰 소리가 들리면 그때는 아이 상태를 확인하겠다’는 엄포를 놓고 내려갔다. 이씨는 복잡미묘한 감정이 북받쳐 그날 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전했다.

서울 관악구의 복도식 아파트에 사는 40대 주부 B씨도 5살 아들에게 안약을 넣어주려다 아동 학대 의심을 받았다. 평소 안약을 무서워하는 아들이 지난 주말 안약을 넣어주려 하자 현관문을 열고 뛰쳐나가 울면서 복도를 돌아다닌 탓이다. 아이 울음소리에 놀란 몇몇 주민이 문을 열고 B씨를 향해 “아이에게 왜 그러느냐”는 등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고 한다. B씨는 “사람들이 많이 예민해진 것 같은데 다시는 아동 학대 뉴스가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씁쓸해 했다.

한편 정인이 양부모의 첫 공판은 1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양모 장모(34)씨는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양부 안모(36)씨는 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지난달 8일 기소됐다. 검찰은 장씨가 정인이를 상습적으로 학대하고 등 부위에 강한 충격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정인이 사망 원인 재감정 결과를 토대로 살인죄 적용에 관한 법리적 검토를 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법의학 전문가 등으로부터 ‘정씨가 최소한 사망 가능성은 인지했을 것’이라는 내용의 감정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지웅 정우진 기자 woo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