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벽에 ‘쿵’…유모차 손잡이 꼭 잡은 정인이 생전 모습

TV조선 뉴스 화면 캡처

입양한 16개월 딸 정인이를 끔찍한 학대로 숨지게 한 양부모의 첫 재판이 열리기 하루 전날, 아이를 폭력적으로 대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됐다.

TV조선은 지난해 8월 정인이 양모가 남편이 다니던 회사 엘리베이터 안에서 정인이를 폭력적으로 대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입수했다며 12일 공개했다. 당시 정인이는 생후 14개월에 불과했지만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공개된 영상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승강기 안에 있던 사람이 내린 뒤 정인이 양모인 장모씨가 유모차를 밀고 들어오는 장면이 담겼다.

장씨는 유모차를 붙잡지 않은 채 거칠게 밀었다. 이 때문에 유모차가 엘리베이터 벽에 ‘쾅’하고 세게 부딪혔다. 유모차에 탄 정인이는 불안한 듯 손잡이를 꼭 붙잡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장씨는 자신의 큰딸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장씨는 또다시 유모차를 거칠게 밀며 내렸다. 이때 정인이는 버티지 못하고 뒤로 넘어졌다. 그 충격에 정인이의 두 다리가 하늘로 붕 뜬 모습도 포착됐다. 영상이 찍혔을 당시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정인이는 마스크를 씌우지 않았다. 반면 장씨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해당 영상은 정인이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당시 양부 회사 직원이 CCTV영상을 확인해 경찰에 제보한 것이라고 매체는 설명했다. 정인이 양부의 회사 직원은 TV조선에 “그날 봤다. 그날 여기서도 (아동학대) 신고하냐, 마냐…”고 말했다.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도 영상을 본 뒤 “아이는 안전하지 않은 데에 대한 공포를 느꼈을 거다. 평소에 이 아이를 이렇게 대했을 거라고 보는 거다”고 말했다.

영상이 공개된 다음 날 장씨의 첫 재판이 열렸다. 장씨는 13일 오전 10시30분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회 공판에 출석했다. 남부지법은 이날 국민적 관심이 쏠린 것을 고려해 본 법정 외에 재판 과정을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중계 법정을 두 곳 더 마련해 생중계했다.

장씨 측 변호인은 “과실과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둔력을 이용해 고의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가 밥을 먹지 않는다는 점에 화가 나 누워 있는 피해자의 배와 등을 손으로 밀듯이 때리고, 아이의 양팔을 잡아 흔들다가 가슴 수술 후유증으로 떨어뜨린 사실이 있다”면서도 “장기가 훼손될 정도로 강한 둔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장씨 측은 좌측 쇄골 골절과 우측 늑골 골절 등에 대한 일부 학대 혐의는 인정했다. 그러나 후두부, 우측 좌골 손상과 관련된 학대 혐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 장씨 측은 “피고인은 부모로서 아이를 돌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아이가 사망에 이르게 된 부분에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며 “방치하거나 학대할 의도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아이를 힘들게 한 부분도 모두 인정한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공소사실을 주위적으로 살인, 예비적으로 아동학대치사로 바꾸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정인이는 등 쪽에 가해진 강한 충격에 따른 복부 손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충격이 가해졌는지 밝혀지지 않아 장씨에게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다.

다만 뒤늦게 숨진 정인이에게서 췌장 등 장기가 끊어지는 심각한 복부 손상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씨에게 살인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한 재감정을 벌였다. 사건 수사팀과 지휘부는 전날 법의학자들의 재감정 결과를 토대로 장시간 논의를 거쳐 장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살인 혐의가 인정되면 장씨의 형량은 대폭 늘어날 수 있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살인죄는 기본 양형이 10∼16년이다. 가중 요소가 부여되면 무기 이상의 중형도 선고가 가능하다. 반면 아동학대치사의 경우 기본 4∼7년, 가중 6∼10년으로 상대적으로 양형 기준이 낮다. 다만 살인죄는 아동학대 치사죄보다 혐의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더 크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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