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 멍든 채 발견된 5살 승진이… 코로나 사각지대 곳곳

[코로나 1년, 우리가 들어야 할 목소리] ③ 코로나가 드러낸 소외의 민낯


5살 승진이(가명)는 한달 전쯤 온몸이 멍이 든 상태로 집에서 발견됐다. 승진이는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어린이집에 거의 등원하지 못한 채 하루 종일 엄마와 단 둘이 집에서 지내는 날이 늘었다. 그동안 지적장애가 있는 어머니가 수시로 승진이를 학대했지만 주위에서는 1년 가까이 아무도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승진이는 지난달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와 경찰이 강제로 집에 들어가 학대를 확인한 후에야 구조될 수 있었다. 어머니와 분리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승진이의 몸에는 여전히 멍자국이 남아 있다.

승진이를 보호하고 있는 그룹홈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사회복지사들이 직접 방문 대신 전화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경우가 늘었는데 보호자가 ‘괜찮다’고 말하면 믿을 수밖에 없다”며 “승진이네 집처럼 직접 확인하지 않고서는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위기가정이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부터 취약계층 대상 복지 서비스들이 비대면으로 이뤄지거나 축소되고 있다. 문제는 유아, 노인, 장애인 등 의사소통이 어려운 취약계층은 사회복지사가 직접 만나거나 실제 방문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파악하고 적절한 도움을 안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선 사회복지사들은 취약계층이 코로나19로 인해 한층 더 복지 사각지대로 빠져든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복지기관 관계자들은 지난해 코로나19 방역 지침 때문에 대면 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취약계층 아동 대상 방과후교실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굿피플 관계자는 “2019년 참여 아동 수가 1만280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참여 아동수가 3539명으로 크게 줄었다”며 “도구와 재료를 갖고 하는 창의적 활동, 문화 활동 등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며 적절하게 교육을 제공하기 어려웠고 노트북이나 태블릿PC가 없는 취약계층 아동들도 제대로 교육에 참여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돌봄과 보육을 맡는 공공기관 운영에 차질이 생기며 개별 가정의 부담도 늘어났다. 선천적 성장장애가 있는 채하나(7·여)양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됐지만 입학을 1년 유예하기로 했다. 지난해 하나가 받는 진료와 교육이 크게 축소돼 일주일에 하루만 장애특수어린이집에 나가고, 재활치료도 주말에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동하는 데 제약이 있거나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장애인의 경우 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채양은 기도와 식도가 선천적으로 좁은 ‘코넬리아 드 랑예 증후군’을 앓고 있어 단 10초도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다. 채양 어머니 박은지(30)씨는 “지난해는 장애인택시를 타려 해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탑승할 수 없어 하나와 함께 이동하는 데 제약이 많았다”며 “지난해 재활훈련 횟수도 줄고 하나의 발에 변형도 일어났는데 이런 상황이 악화되면 치료에 더 많은 어려움이 생기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장애인 그래픽. 국민일보 DB

지난해 주요 사회문제로 부각된 ‘코로나 블루’ 등 정서적 고립감도 취약계층에서 더욱 크게 나타나는 모양새다. 서울 금천구에서 노인 대상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사회복지사 한현숙(57)씨는 지난해 여름 배식 중 한 80대 할아버지가 갑자기 욕설을 하며 다른 이에게 싸움을 일으키는 것을 목격했다. 온순한 성격이던 이 할아버지가 평소답지 않게 다른 어르신에게 “새치기를 했다”며 욕설을 하며 거친 몸싸움을 일으킨 것이다. 알고 보니 독거노인인 할아버지가 암 수술을 1달 정도 앞두고 불안감이 쌓였는데 이를 나눌 사람이 없다 보니 엉뚱한 곳에서 스트레스가 폭발한 것이었다.

한씨는 “독거노인의 경우 그나마 교류하던 교회 모임이나 노인학교 등 대면 모임이 취소되면서 정서적 불안과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유튜브 등을 통해 비대면 모임을 기획하기도 해봤지만, 80대 이상 노인들은 집에 인터넷도 안 되고 기기를 다루는 법도 잘 몰라 언택트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복지 관련 안내를 받기 어렵거나 직접 신청하기 어려운 소외계층은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관련 실직‧휴폐업 등으로 소득이 감소한 기준중위소득 75% 이하 가구 약 55만 가구가 재난지원금 지급 예상 대상이었지만 실제로는 35만 가구가 재난지원금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동작구에서 노숙인 구조활동을 하는 정미경 사회복지사는 “노숙인처럼 자립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의 경우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스스로 알기 어렵다”며 “노숙인들을 개인적으로 돕던 찜질방이나 고시원 등도 지난해는 ‘코로나 검사는 받았느냐’며 노숙인 지원을 꺼리는 분위기가 돼 더 도움을 받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한편 필수 운영 기관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인해 업무가 과중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서울 구로구 꿈의학교 지역아동센터 최요셉 센터장은 “3명의 사회복지사가 30명 가까운 아이들을 관리하고 있다”며 “아이들의 체류시간은 늘었는데 인원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경남 양산에서 연지그룹홈을 운영하는 한미나 원장도 “직원 3명이 7명의 아이들을 24시간 돌보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학교 대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근무시간과 업무량은 늘었지만 지자체에서는 시간외수당도 전혀 지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방역을 해야 한다는 지침은 내렸지만 구체적인 방역물품이나 교육을 제공하지 않아 그룹홈에서 직접 소독약을 사서 직원들이 방역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코로나 1년, 우리가 들어야 할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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