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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vs LG전자, 두 대기업의 ‘김환기 점화’ 활용법을 보니

롯데백화점 vs LG전자.

업종이 다른 두 대기업이 한국 추상화의 뿌리 김환기(1913∼1974)의 작품 세계를 불러냈다. 롯데백화점은 오프라인 갤러리, LG전자는 온라인 갤러리를 통해 선보인다는 점에서 노선이 달라 보이지만 공통점은 있다. 둘 다 원화가 한 점도 없다는 점이 그렇다. 또 상업적인 이해가 깔려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두 대기업 갤러리를 둘러봤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얼 아트홀 ‘유니버스_환기_1-Ⅰ-21 롯데미디어프로젝트' 전시 전경. 갤러리 제공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얼 아트홀에서 하는 ‘유니버스_환기_1-Ⅰ-21 롯데미디어프로젝트’는 김환기의 작품 세계를 가볍게 일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132억원 낙찰가의 주인공 ‘유니버스(우주)’(1971년 작)가 나왔다. 세로 두 폭짜리 캔버스를 하나로 합쳐 2.5×2.5m짜리 대작인 ‘우주’는 2019년 11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 작가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한국 미술시장사를 다시 썼다.

하지만 이 작품을 비롯해 전시된 모든 작품이 원화가 아니다. 원화를 복제한 판화나 원화를 재료로 활용한 미디어 영상 작품들이다. 그 때문에 원화만이 주는 물감의 질감, 원화의 크기가 주는 감동은 없다.

원작의 부재를 스토리텔링과 친절한 안내, 다른 형식의 신선함으로 채웠다. ‘우주’는 LG전자와 협업해 원래 2폭 캔버스를 LG전자 디스플레이 7장에 병풍처럼 구현했다. 또 ‘우주 룸’이라는 별도 방에 미디어아트로 제작돼 광활한 우주 안에 들어선 기분을 느끼게 한다.

김환기의 주치의로 ‘우주’를 50년 가까이 소장했던 김마태 박사의 컬렉션 스토리 등 작품 뒷이야기 등을 설명하는 친절함도 좋다. 그런 친절함은 ‘목소리 도슨트’에서도 묻어난다. 음반 레이블 회사 안테나 소속인 가수 유희열, 루시드폴, 페퍼톤스, 권진아, 이진아, 윤석철, 적재 등이 참여해 점화 제작 방식, 아내 김향안 여사와의 러브 스토리, 푸른빛이 갖는 의미 등을 전한다. 비록 판화이긴 하지만 푸른 점화, 붉은 점화, 노란 점화 등 각종 점화와 추상으로 넘어가기 이전 한국에서 시도했던 반구상 작품 등을 판화로 보여주면서 판매도 한다. 관계자는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이 찾는다”면서 “의외로 이것저것 다 볼 수 있는 걸 좋아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온라인갤러리인 LG 시그니처 아트갤러리를 지난달 21일 오픈했다. 자사의 고가 브랜드인 LG시그니처를 내세워 “예술 같은 가전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시도됐다. 온라인 공간은 가전제품을 보여주는 시그니처관과 미술 전시를 하는 기획전시관으로 나뉜다. 두 전시관의 공간 설계는 유현준 건축가가 맡았다.
LG 시그니처 아트갤러리 '다시 만나는 김환기의 성좌' 홈피 캡처.

기획 전시관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첫 전시는 ‘다시 만나는 김환기의 성좌’다. 문화역서울284 감독을 지낸 김노암 씨가 기획을 맡았다.

전시는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에 있는 환기미술관을 온라인상에 구현한 느낌을 준다. 마치 실제 전시관을 찾듯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 관람 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작품을 감상하도록 구성이 됐다. 총 5관에서 전면 점화 10점을 소개한다. 1관에서는 푸른 점화 대표작인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1970), 2관에선 다른 다양한 푸른 점화, 3관은 옐로, 그린 등 다른 색상의 점화, 4관은 아카이브, 5관은 ‘우주’를 전시한다. 환기미술관 큐레이터의 오디오 가이드가 제공되고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음악 감독 카입과 협업한 음악이 흐른다.

미술관 동선을 온라인상에 자동대입하면서 작품 그 자체보다는 건축가가 설계한 전시공간 자체에 방점이 찍힌 전시 같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작품 자체를 다각도로 해부해 보여주는 게 김환기 작품 세계에 대한 몰입도를 더 높였을 거라는 아쉬움이 든다. 잦은 버퍼링(끊김)도 관람을 방해한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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