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징역 20년형이 14일 확정된 직후 야권에선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라”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사면 요건인 확정 판결이 나왔으니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통합’ 차원에서 결단을 내리라는 주장이다. 여당은 국민 여론과 박 전 대통령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배신의 정치’로 찍혔던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대통령은 사면을 결단하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유 전 의원은 “내가 사면에 동의하는 이유는 이제는 국민 통합과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이기 때문”이라며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주장했다. 이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년 인터뷰에서 사면론을 제기했던 점을 거론한 뒤 “친문세력이 반대하자 이 대표는 ‘당사자의 반성과 국민 공감대’로 말을 바꾸었고, 청와대는 ‘국민의 눈높이’를 얘기했다. 결국 사면을 하지 않겠다는 말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주자들도 일제히 사면을 촉구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상처의 아픔이 너무 컸다”며 “이제는 화해와 포용의 시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문 대통령을 향해 “국민 마음을 모으고 그 에너지를 모아 코로나19 위기를 넘기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는 용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 공식 논평(윤희석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국민과 함께 엄중히 받아들인다.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당 관계자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에 대해 당의 공식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 깊은 상처를 헤아리며 국민께 진솔하게 사과해야 옳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적절한 시기에 사면을 (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에 대해서 당은 국민의 공감과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정리했다. 저는 그 정리를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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