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호더로부터 구조된 영이…1일 4산책견 됐죠” [인터뷰]

철창 안 믹스견 2마리 견생 바꾼 ‘철수누나’ 안진양씨 이야기

반려견 영이(왼쪽)와 영이의 보호자 안진양 씨.

유기, 학대 등 아픈 과거를 딛고 행복을 찾은 동물들의 이야기는 많은 응원을 받는다. 새로운 입양자들은 SNS를 통해 동물 친구들의 행복해진 모습을 전시해 소소하고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유기견이었던 철수와 영이도 입양으로 평생 가족을 만났다. 차갑고 비좁은 보호소의 철창에서 나온 두 견공은 따뜻한 보호자의 품에 안겼고 이후 모델견으로도 활약했다. 그야말로 ‘견생역전’이다. SNS에 공개된 철수와 영이의 사진과 영상은 인터넷에서 유명하다. 철수와 영이의 일상이 담긴 인스타그램 계정 ‘철수누나(@chulsoo_dog)’의 팔로어는 어지간한 유명인보다 많은 11만명이다.

어두웠던 강아지들의 삶에 꽃길을 열어준 이는 보호자 안진양 씨다. 견공들의 ‘견생역전’은 곧 진양 씨의 ‘인생역전’이기도 했다. 진양씨와 철수가 서로에게 힘과 위로가 된 이야기를 써낸 수필집 ‘오! 나의 철수(2018)’는 동물 부문 베스트셀러가 됐다. 마케팅 일을 하던 직장인에서 지금은 반려동물용품 브랜드 운영자로 진양 씨의 직업도 바뀌었다.

첫 반려견인 철수가 지난해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 보호소에서 똑 닮은 영이를 만난 사연도 팬들의 마음을 찡하게 했다. 진양 씨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애니멀호더의 방치로 바깥세상을 전혀 모르고 살았던 영이가 산책을 나와 통통 뛰는 모습을 볼 때 기분이 그렇게 좋다”고 밝혔다. 1500만 반려인 사이에서 훈훈한 견생역전으로 통하는 철수영이네 사연을 소개한다.

'제 이야기를 한다고요?' 사랑스러운 바둑이 영이를 소개합니다.

유기견과 일상에 지친 직장인, 둘의 운명적인 만남

'철수누나' 인스타그램 계정

-첫 번째 반려견 철수를 입양한 사연이 유명한데

“철수를 처음 만난 것은 2015년 인터넷 유기견 입양 사이트에서였다. 공고 사진 속 철수는 철창에 갇힌 채 발 하나를 들고 카메라를 응시했다. 그 모습이 너무 짠해서 ‘빨리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 직접 만난 철수는 위생 차원에서 털을 빡빡 민 상태였는데 너무 마르고 지쳐 보였다. 그땐 나도 일상에 지쳐있었다. 몸이 안 좋아서 일을 잠시 쉬었는데 다시 취업한 회사의 상황 또한 안 좋아졌고. 문득 ‘이 친구(철수)도 내가 함께 있으면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입양 신청서에 ‘위로하고 위로받기 위해, 더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고 적어냈다. 그리고 그 말처럼 함께 살면서 우리는 함께 행복해졌다. 그러던 철수는 지난해 초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철수, 영이의 구조 당시 모습과 입양 이후 모습. 철수와 영이는 진양 씨를 만나 행복해졌다. 본인 제공.

-철수가 떠나고 꼭 닮은 영이가 나타나 팬들을 놀라게 했다

“철수를 보내고 종일 울기만 했다.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아침, 휴대전화를 열어보니 ‘철수와 꼭 닮은 아이 입양공고가 올라왔다’며 제보가 많이 와 있더라. 사진 속 아이는 털을 박박 깎았는데 그 모습이 철수와 쏙 닮았었다. 암컷이지만 철수처럼 행복하게 입양 가라는 뜻에서 보호소에서 ‘철수’라고 부르더라. 그렇게 경기도에서 전라도까지 수백㎞를 가서 입양한 아이가 영이다. 영이는 동물을 병적으로 수집하는 애니멀호더로부터 구조됐다. 구조현장에는 30마리의 개가 있었고, 50㎝ 짧은 줄에 묶여있던 개들도 있었다. 그 중 영이는 발이 오줌에 절어서 털과 발톱이 샛노랬고 너무 말라서 엉덩이, 허리뼈가 다 드러나 있었다. 바깥을 한 번도 안 나가봤는지 발바닥 패드도 아기처럼 뽀송뽀송했다. 심장사상충 등 치명적인 질병은 없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평생 갇혀 있어서 그런지 겁도 참 많았다. 첫 산책 때는 밖에서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에도 한 발짝도 못 걷더라. 적응을 돕느라 안고 산책하고, 사람 없는 곳이면 살짝살짝 내려주면서 조금씩 적응해나갔다.”

-철수와의 이별로 적응에 어려움은 없었나

“철수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지 얼마 안 된 시기여서 입양 초기에는 혼란스러웠다. 영이를 미워하거나 내버려 둔 건 아니지만 사이가 서먹서먹했다. 영이도 계속 캔넬 안에만 머무르며 내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다만 워낙 굶었던지라 밥은 참 잘 먹더라. 살을 찌우려고 하루에 5~6끼씩 나눠 주곤 했다. 그런데 입양 5일차 갑자기 영이가 밥을 안 먹었다. 검사 결과 치사율 높은 잠복성 장염 ‘파보’에 양성반응이 나왔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철수 대하듯 온 마음으로 대하지 못한 게 미안했다. 매일같이 병원 면회를 가서 ‘낫기만 해봐, 내가 정말 공주처럼 모실게’라고 되뇌었다. 그 마음을 알아준 걸까. 영이는 무사히 퇴원했고 이후로는 캔넬에 숨어있지 않고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겨줬다. 처음 왔을 때 3.3kg였는데 지금은 4.8kg이 됐다.”

'어디를 찍고 있는 거죠? 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영이는 산책을 하다 신이 나면 방방 뛰며 장난을 친다. 본인 제공

-영이가 실외배변만 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입양 첫날엔 실내에서 대소변을 봤는데, 이후로는 무조건 실외 배변만 하더라. 내가 뭘 잘못한 건지(웃음). 영이는 폭우가 쏟아져도 날이 추워도 하루 4번 밖으로 나가야 한다.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자기 직전에 배변 겸 산책한다. 그렇게 안 하면 애들이 물을 안 마셔서 건강을 해치므로 내가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지난여름엔 매일매일 비가 와서 힘들었다. 나갔다 오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나갔다 와서 털도 말려야 하니 하늘이 원망스럽더라(웃음). 이건 모든 실외 배변 견주들의 고통일 거다. 그렇지만 영이가 뛰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 구조 전에는 얼마나 뛰고 싶었을까 생각하면 짠하다. 영이가 뛸 때 보면 통통거리면서 엄청 높이 뛴다. 그 모습이 아프리카 초원의 톰슨가젤 같아서 ‘영슨가젤’이라고들 부른다.”

영이가 통통 뛰는 모습에 붙여진 별명, 영슨가젤 . 본인 제공.

모델견으로 활약…"견생역전의 상징, 영광이에요"

-개를 입양하면서 직업도 바꾸었는데

“철수를 데려오고 첫 출근날, 건물주한테서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하라’는 연락이 왔다. 철수에게 분리불안이 있었던 거다. 이웃에 피해를 주면 안 되니까 그다음 날부터 바로 개 유치원에 보냈다. 당시 회사에 다니던 나는 출근길에 철수를 맡기고 퇴근길에 데려오는 생활을 3개월 했다. 하루 2만5000원의 강아지 유치원 비용이 부담이다 보니 방음이 잘되는 집으로 이사도 했다. 소음은 줄었지만 철수의 분리불안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반려동물과 가족들을 촬영하는 스튜디오에서 이직 제안이 왔다. 근무조건을 살펴보니 ‘반려견 동반 출퇴근 가능’이더라.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다른 조건을 볼 필요 없이 이직을 결심했고 그때부터 철수와 함께 출퇴근했다. 함께 일터에 있으니 서로에게 위로가 됐다. 철수는 분리불안 등 스트레스를 덜 받았고 나 역시 ‘출근하기 싫다’고 생각한 적이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가방 무게까지 6㎏이 늘어나서 출퇴근길은 무거웠지만, 그 외에 단점은 없었다. 동반 출근을 적극 추천한다.”

진양 씨와 동반 출퇴근 당시의 철수의 모습. 본인 제공

-철수 영이는 반려용품 모델로도 유명하다. 모델견 관리법이 따로 있나

“사실 영이는 목욕도 한 달에 한 번 한다. 미용상의 관리는 크게 시키지 않는다. 대신 촬영 일정이 잡히면 스트레스나 컨디션 관리를 꼭 한다. 전날과 다음날은 푹 쉬게 해주고 촬영 당일에는 맛있는 간식으로 보상한다. 동물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로 꼬리가 말리고 포즈가 안 나온다. 촬영 외에는 영이를 만지거나 부르는 걸 최소화하자고 스태프들에게 부탁한다. 반려견 옷 한 벌 찍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2~3분이다. ‘촬영날’이라기보다 ‘앉아서 간식을 받아먹는 날’이라고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 억지로 하면 절대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

진양 씨가 운영하는 반려동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제품을 착용한 영이. 프로다운 옷태. 누누슴 홈페이지 캡처

영이의 관리 비법은 보호자의 사랑과 관심. 본인 제공

-불법 개농장을 방문하고 유기동물 보호소에 꾸준히 기부하던데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과 함께 촬영을 간 적이 있다. 개농장에 수백 마리의 개들이 뜬장에 갇혀 있었고, 배설물은 그대로 바닥에 흘러내렸다. 그 상황에서도 개들은 새끼를 낳았다. 간식을 건넸지만 먹어본 적이 없으니까 먹을 줄도 모르더라. 너무 안타까웠다. 영상을 편집하면서 그 애들과 집에 있는 반려견이 겹쳐 보였다. 똑같이 네발 달린 꼬리 흔드는 애들인데 이렇게 다른 환경에서 지내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이런 비참한 현실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직접 입양하는 것 말고도 유기견들을 돕는 방법을 생각해봤다. 가능한 최선을 다하려다 보니 기부하게 됐다. 보호소에는 늘 물품이 부족하다. 사료나 패드 같은 것들을 여력이 될 때마다 보내고 있다.”

-철수와 영이가 ‘견생역전’의 상징이 됐다. 대중의 시선이나 관심이 부담스럽지는 않나

“강아지가 견생역전을 했다는 건 내가 잘 보살폈다는 뜻 아닐까. ‘견생역전’이라고 하면 보호자로서 영광이다.”

철수와 영이. 본인 제공.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송다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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