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남의 3살 딸 때려 숨지게 한 30대 징역 10년 선고된 이유

게티이미지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끝에 숨진 ‘정인이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이후 처음 나온 아동학대치사 판결이 이목을 끌고 있다. 검찰은 동거남의 세 살 딸을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30대 여성에서 징역 20년을 구형했었지만 법원은 그의 절반인 10년을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13부(고은설 부장판사)는 15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35·여)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1월 28일 오후 3시쯤 경기도 광주시 자택에서 동거남의 딸 B양(3)의 머리를 둔기로 여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는 B양의 가슴을 세계 밀쳐 바닥에 부딪히게 하거나 손으로 반복해 폭행했다. B양은 우측 뒤편 두개골이 부러진 뒤 경막하 출혈로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한 달가량 뒤인 같은 해 2월 26일 숨졌다. A씨는 B양의 친부와 2018년 11월부터 동거하면서 B양을 돌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B양이 ‘장난감을 정리하지 않는다’ ‘애완견을 쫓아가 괴롭혔다’ 등의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세 살에 불과한 어린 피해자를 두개골 골절로 인해 숨지게 할 정도로 심한 학대를 했다고 보고 A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결국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뒤인 지난해 1월 초 A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고 선고까지 또 1년이 걸렸다. 검찰은 “둔기로 이런 피해자를 때리는 등의 범행 방법이 잔인하다”며 A씨에게 20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기준 형량에 따라 구형의 절반인 10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치사죄의 법정형은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형이며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기본 형량은 징역 4∼7년이다. 가중요소가 있다면 징역 6∼10년으로 권고 형량이 늘어난다.

그러나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가중요소와 감경요소를 각각 따진 뒤 가중요소 건수에서 감경요소 건수를 뺐는데도 가중요소가 2개 이상 많다면 특별가중을 통해 최대 징역 15년까지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가중요소가 3개 있고 감경요소가 1개 있으면 가중요소 2개로 보는 식이다.

법원이 고려하는 가중요소는 많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학대치사의 범행을 저지르거나 오랜 기간에 걸쳐 반복한 경우, 비난받을 만한 범행 동기, 학대의 정도가 심한 경우 같은 범행 반복 등이다. 반면 감경요소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행,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 심신미약, 자수 등이다.

A씨의 경우 반복된 범행과 죄책을 회피한 점 등이 가중요소로, 초범인 점 등이 감경 요소로 작용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두개골 골절과 관련해 “아이가 집에서 혼자 장난감 미끄럼틀을 타다가 넘어져 머리를 부딪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고 법정에서도 “치사 혐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양을 치료한 신경외과 전문의와 부검의 등은 두개골 분쇄 골절은 상당히 강한 충격에 의해 나타난다”며 “봉이나 죽도 등을 이용해 끌어 치는 타격처럼 강한 외력(外力)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밝히며 A씨의 학대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피고인에게 양형 권고 기준을 넘는 형이 선고된 가장 최근 사례는 2019년에 있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오상용 부장판사)가 15개월 된 여자아이를 맡아 키우다 굶기고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베이비시터(위탁모)에게 장역 17년을 선고한 사건이다.

당시 재판부는 “아동학대치사죄의 양형기준은 학대 정도가 중해도 징역 6~10년이지만, 이는 국민의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한다”며 “‘다시는 이런 참혹한 사건이 벌어지면 안 된다’는 사법부의 의지를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위탁모는 2심에서 징역 15년으로 감형을 받았고 지난해 3월 대법원도 2심의 형을 확정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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