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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지킨 美판 ‘정인이 사건’ 우리나라와 달랐던 점

생전 정인이의 모습. 오른쪽은 시계방향으로 정인이 양부 안씨, 양모 장씨, 미국 사건 친모 크리스틴 스완, 양부 티모시 윌슨. 연합뉴스, WCJB 보도 영상 캡처

미국에서 친모와 양부에게 학대받던 11살 어린아이가 식당 종업원의 신고로 극적으로 구조된 사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 언론에 소개된 뒤로는 최근 거센 공분을 일으킨 ‘정인이 학대 사망사건’과 비교되고 있는데, 주변인이 가정 내 아동학대를 의심해 신고했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그 후 수사과정에서 보인 차이가 전혀 다른 두 결말을 만들었다.

WCJB-TV 등 16일 현지보도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올랜도 내 식당 ‘미세스 포테이토’ 종업원인 플라베인 카발로는 지난 1일 한 가족을 손님으로 받았다. 부모와 아들로 보이는 11살 남자아이가 자리를 잡고 앉는 순간 카발로는 수상한 분위기를 느꼈다. 아이의 얼굴과 팔에 멍든 자국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또 부모는 아들이 음식 주문을 하지 못하게 막기도 했다.

카발로는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건 이 아이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카발로는 아이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괜찮냐”고 물었지만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뿐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WCJB 보도 영상 캡처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느낀 카발로는 작은 메모지에 ‘도움이 필요하니?’라고 적은 뒤 다시 아이를 찾아갔다. 그걸 본 아이는 결국 도움을 요청했고 카발로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아이 몸에 난 멍과 상처들을 확인하고 즉시 양부인 티모시 윌슨(34)을 체포했다. 그리고 충분한 증거를 모아 며칠 뒤 친모 크리스틴 스완(31)까지 붙잡았다. 윌슨은 아이를 빗자루, 맨주먹, 가구 등으로 수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스완 역시 이 사실을 알고서도 오랜 기간 방조하고 아들을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 아동은 경찰 조사에서 “발목이 묶인 채 매달리거나 빗자루 등으로 맞아야 했다”며 “움직일 수 없도록 가구와 같은 물체에 묶이기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담당 형사인 에린 롤러는 “부모가 아이에게 행한 건 고문이었다”며 “어떤 영역에서도 정당화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사례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국민적 공분을 샀던 정인이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두 아이 모두 부모로부터 끔찍한 학대를 받았고 온몸에 상처와 멍을 드러내며 사회에 구조의 손길을 뻗었다.

이를 발견하고 기지를 발휘했던 카발로처럼 정인이 사건에서 역시 학대를 의심한 사람들이 있었다. 정인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들은 무려 두 번이나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고 아이 몸에 나 있던 상처를 사진으로 찍어 증거를 남겨두고 CCTV 영상까지 제공했다. 정인이의 상태를 본 아동의학전문의 역시 마찬가지였다.

양부모가 정인이와 함께 출연한 방송프로그램 화면. EBS 캡처

그러나 상황의 심각성을 한눈에 포착해 부모를 체포한 미국과는 달리 정인이 사건에서는 여러 차례 신고에도 수사는 신속히 진행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정인이의 입양 절차를 책임졌던 기관은 학대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악몽에서 깨어나 보호 시설로 인계된 11살 미국 소년과는 달리 정인이는 끝내 세상을 떠나야 했다.

외신을 접한 네티즌들은 “미국 사례처럼 정인이 양부모도 빨리 체포됐다면 정인이는 아직 살아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또 “11살 아이를 구해준 종업원에게 너무 고맙다” “우리나라는 법이 잘못된 것 같다” “아동학대를 뿌리 뽑을 수 있는 제도가 절실하다” 등의 댓글도 쏟아졌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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