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기억이 돌아온 게 아니다

경쟁상대 장점 흡수하고
코칭스태프 조언 곱씹고
혼자 연구해서 새로 채웠다


KT 롤스터 ‘유칼’ 손우현의 시즌 초반이 심상치 않다.

손우현은 지난달 ‘2020 LoL KeSPA컵’에서부터 심상찮은 모습을 보였다. 16일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 정규 리그 리브 샌드박스전에서는 ‘플레이어 오브 게임(POG)’을 독식하는 수준의 맹활약을 펼치며 부활을 예고했다. 지난 스토브리그 동안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정노철·강동훈 등 지도자들 조언 밑거름 삼아

요즘 손우현은 ‘야생성을 살리되 침착함을 유지하라’는 말을 모토로 삼고 있다. 그는 조급한 스킬 사용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노페’ 정노철 코치가 2020 KeSPA컵 당시 개인 방송을 통해 자신에게 조언했던 내용을 보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

“그동안 많은 분께서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정 코치님의 말씀이다. 정 코치님은 함께했던 2019년 아프리카 프릭스 시절에도 ‘우현이는 스킬을 침착하게 쓰면 더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하셨다. 최근에 정 코치님이 개인 방송에서 또 그 말씀을 하신 걸 들었다.”

“2020 KeSPA컵부터는 마음이 조급해지려 할 때마다 ‘더 침착하게 하자’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게 플레이로 이어지는 것 같다. 강동훈 감독님이 지난해 서머 시즌부터 좋은 말씀을 해주신 것도 제 플레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서머 시즌 당시에는 빛을 발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그게 쌓이고 쌓여서 올 시즌엔 더 좋은 플레이가 나오는 것 같다.”

경쟁 상대들 솔로 랭크 복기하며 장점 흡수

손우현은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를 연구하며 그들의 장점을 흡수하고 있다. 가령 그는 이날 두 세트 모두 ‘우주적 통찰력’ 룬을 선택했다. 담원 기아 ‘쇼메이커’ 허수가 2020 KeSPA컵 조별 예선에서 농심 레드포스 상대로 같은 룬을 들었던 걸 보고 참고했다.

“잘한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의 리플레이를 자주 챙겨본다. 다른 미드라이너들의 개인 방송이나 솔로 랭크 게임을 보면서 제가 유독 급하게 플레이하고 있다는 걸 인지했다. 그리고 같은 팀 ‘도란’ 최현준이 한타를 정말 잘한다. 최현준이 게임 하는 걸 뒤에서 지켜보면서 제가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연구하기도 했다.”

“‘쇼메이커’ 선수가 농심전에서 상대 팀에 말파이트가 있어서 우주적 통찰력을 들었다는 얘길 들었다. 오늘은 저도 말파이트와 아지르를 상대하는 만큼 ‘점멸’이 자주 필요할 것 같았다. ‘시간 왜곡 물약’으로 라인전에 힘을 주는 것보다 점멸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줄이는 게 중요해 보였다.”

“오늘 제가 플레이한 빅토르, 오리아나는 ‘도란의 반지’와 효율이 꽤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저는 신드라로는 도란 스타트가 어려워 보인다. 신드라는 ‘부패의 물약’ 스타트가 좋다고 생각한다. ‘쇼메이커’ 선수가 신드라로 도란의 반지·우주적 통찰력 빌드를 활용하는 걸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지난해 팀에서 주전 자릴 놓고 경쟁했던 ‘쿠로’ 이서행의 존재도 그의 성장 밑거름이 됐다.

“사실 저도 아마추어 때 빅토르 장인이었다. 그런데 ‘쿠로’ 형이 오리아나, 빅토르,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정말 잘한다. 작년에 ‘쿠로’ 형이 게임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천천히 이론을 정립했다. 제가 몰랐던 부분을 많이 캐치할 수 있었다. 특히 ‘쿠로’ 형이 빅토르를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다.”

올 시즌 미드라인에선 AP 메이지 챔피언 간 매치업이 자주 나온다. 손우현은 여러 선수의 플레이를 보고, 배우고, 생각하면서 요즘 메타에 대한 자신만의 이론을 정립해놨다. 이날 1세트에 나왔던 빅토르 대 아지르 구도에서 1레벨에 ‘죽음의 광선(E)’이 아닌 ‘힘의 흡수(Q)’를 찍으면서 라인전을 풀어나간 게 그 예다.

“아지르는 라인을 박아놓고 때릴 때 좋은 챔피언이다. 최대한 상대가 라인을 못 밀게끔 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제가 1레벨에 E를 찍으면 라인이 많이 당겨진다. Q를 찍어서 상대가 미니언이 아닌 저를 때리게 만들어야 했다.”

앞으로 더 과감한 플레이 다짐

손우현은 올해 목표를 “1등부터 10등까지 다 가능한 미드라이너”로 잡았다. 안정적인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고, 동시에 그의 원래 장점이었던 과감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제가 각오한 게 있다. 팬들께서 기대만큼 실망도 많이 하실 수 있다. 10등부터 1등까지 전부 가능한 미드라이너가 되기로 했다. 어떤 주사위가 굴러갈지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맨날 1등만 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 이유? 그런 목표를 잡으면 절대 과감한 플레이를 할 수 없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