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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무장군인 2만5천명…테러 위협에 워싱턴 ‘준전시상태’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 워싱턴 경계
2만5천명 투입…주한미군 전체 규모와 맞먹어
의사당 습격 능가하는 테러 경보
바리케이드와 철제 펜스…레드존·그린존도 등장
백악관·취임식 열릴 의사당 등 통행 봉쇄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16일(현지시간) 소총으로 무장한 주방위군 소속 군인들이 군용 지프차로 도로를 봉쇄한 채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소총으로 완전 무장한 군인들이 도심 곳곳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군용 트럭과 경찰차, 민간 트럭 등이 주요 도로를 봉쇄했다. 바리케이드와 철제 펜스도 설치됐다.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고, 상공에선 헬리콥터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조 바이든 당선인의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나흘 앞둔 16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은 준(準) 전시상태와 비슷했다.

소총으로 무장한 두 명의 군인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거리에서 경계 근무를 펼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국방부 관리들을 인용해 워싱턴에 주방위군 4000명이 증원돼 모두 2만 5000명이 배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2만 8500명 규모인 주한미군 전체 병력과 맞먹는 군인들이 수도 워싱턴을 지키는 것이다.

오는 20일 열릴 바이든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무장세력의 테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워싱턴은 초비상 상황이다. 지난 6일 발생했던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습격 사건을 능가하는 테러가 워싱턴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경계근무 군인 “나도 워싱턴 지키는 것이 기이하다”

백악관 인근 0.3마일(480m)엔 바리케이드와 검문소가 설치됐다. 검문소를 지키던 경찰은 “미국 연방정부의 특별한 허가증이 없으면 더 이상 지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경찰차 두 대가 백악관으로 향하는 도로를 봉쇄하고 있다.

오는 20일 바이든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이 열릴 의회의사당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무장한 군인과 비밀경호국 요원들, 경찰들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며, 민간인의 이동을 봉쇄하고 있었다.

워싱턴 시내엔 긴장감이 지배했다. 무장한 군인과 길목을 막은 바리케이드가 공포감을 높였다. 백악관과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릴 의회의사당을 향하는 길목에선 검문이 실시됐다.

소총으로 무장한 채 경계 근무를 서고 있던 한 군인은 “나도 워싱턴을 지키는 것이 기이하다”면서 “밤이 되면, 위험할 수 있으니 서둘러 귀가하라”고 당부했다.

미국 워싱턴의 중심부에 검문과 통행 제한을 위한 철제 펜스가 설치돼있으며, 경찰이 이곳을 지키고 서 있다.

금융업에 종사한다는 닉 패커친은 “워싱턴에서 22년을 살았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 일부러 구경을 나왔다”면서 “마치 전쟁이 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빨리 통제가 풀려 정상적으로 통행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중심부의 도로는 물론 워싱턴으로 들어오는 주요 도로도 봉쇄됐다. 대통령 취임식이 개최되는 20일 이후에도 통제는 계속될 전망이다.

워싱턴 주차공간엔 ‘16일 오후 6시부터 23일 오후 6시까지 (일주일 동안) 주차가 금지된다’는 긴급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일부 상점들은 시위대의 습격을 우려해 출입문과 창문들을 판자로 막아놓고 있었다.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 앞에 설치된 검문소. 미국 연방정부가 발행한 허가증이 없으면 이곳을 통과할 수 없다.

워싱턴이 봉쇄됐다…이라크 연상시키는 레드존·그린존

미국 비밀경호국은 워싱턴 중심부에 ‘레드존(Red Zone)’과 ‘그린존(Green Zone)’을 설정했다고 WP는 전했다.

백악관과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릴 의회의사당 일대는 ‘레드존’으로 지정됐다. WP는 레드존엔 연방정부의 허가를 받은 차량만이 통행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레드존을 감싸는 지역은 그린존으로 설정됐다. 이 지역엔 민간인들의 통행이 제한된다.

미국 경찰과 군인들의 차량 단속으로 백악관을 향하는 도로가 텅텅 비어있다.

WP는 “‘그린존’이라는 용어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 이후 미국이 바그다드 중심부에 높은 폭발 방지벽과 검문소로 감싼 안전지역으로 널리 알려졌다”면서 “(워싱턴의 레드존과) 그린존 지정은 바그다드에 세워졌던 요새와의 비교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 중심부에 위치한 한 샌드위치 가게. 시위와 약탈을 우려해 판자로 출입문과 창문들을 막았다.

워싱턴의 상징이자 역사·관광 명소인 내셔널 몰이 지난 15일부터 취임식 다음날인 21일까지 임시적으로 폐쇄됐다. 내셔널 몰은 백악관 인근의 링컨기념관과 워싱턴 기념탑, 의사당을 잇는 국립공원이다. 관광객들과 워싱턴 시민들이 자주 찾는 데다 대통령 취임식이 열릴 때는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렸던 내셔널 몰에 민간인들의 출입이 금지된 것이다. 지난 15일부터 워싱턴의 13개 지하철역이 폐쇄됐다.

미국 워싱턴의 중심부 도로가 경찰차와 트럭으로 막혀 있다.

취임식 맞춰 테러 우려…전 미국이 떨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바이든 취임식을 앞두고 워싱턴을 중심으로 미국 전역에서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극도의 긴장 상태에 빠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무장세력이 의사당을 포위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한 남성이 지난 15일 권총과 실탄 500발 이상을 자신의 트럭에 싣고 워싱턴의 의사당 쪽으로 진입하려다 경찰의 검문을 받고 체포돼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남성은 사설경비업체에 근무하고 있으며 업무 관계로 차량에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의 의사당 인근 주차공간에 붙어있는 긴급 안내문. ‘16일 오후 6시부터 23일 오후 6시까지 주차가 금지된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긴장감은 취임식이 열릴 워싱턴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16일(현지시간)부터 20일까지 주(州) 의회를 겨냥한 시위와 무장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에 따라 50개 주 정부는 경비와 보안을 대폭 강화하고 주 방위군과 경찰 등의 배치를 늘리고 있다. 워싱턴과 가까운 버지니아주·메릴랜드주를 포함해 뉴멕시코주·유타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워싱턴=글·사진 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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