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안줘서… 경찰 실수에 만취 운전자 무혐의 처분

지난해 10월 24일 새벽 1시30분쯤 경기 수원의 한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낸 음주운전자가 경찰의 실수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가해 운전자가 몰았던 차량(사진 속 빨간원).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만취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무혐의 처분을 받는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음주 측정 전 운전자에게 입안을 헹굴 물을 줘야 하는 규정을 경찰이 어겼기 때문이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음주운전 무혐의 받는 법’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 A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4일 오전 1시30분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한 도로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태운 A씨의 차량을 B씨의 승용차가 오른쪽에서 들이받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측정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09%였다.

하지만 B씨는 음주운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B씨가 음주 측정 전 경찰관에게 물을 요구했으나 단속 경찰관이 응하지 않았던 게 문제가 됐다.

경찰청 교통단속처리지침에는 ‘단속 경찰관이 음주운전 의심자의 호흡을 측정할 때 잔류 알코올을 헹궈낼 수 있도록 마시는 물 200㎖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시 음주측정 결과는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돼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았다.

A씨는 “B씨가 무혐의 처분을 받아 그의 과실도 90에서 70으로 변경된다고 하더라”며 “B씨에 대한 처벌 탄원서도 제출한 상황이었는데, 물적 피해와 정신적 피해는 저희가 받았다. 억울하고 황당하다”고 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15일 “B씨가 욕설하고 난동을 부리는 등 행패가 심해져 음주측정이라도 빨리해야겠다는 생각에 측정을 서둘러 진행하다 보니 음용수 제공 지침을 간과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소속 경찰서인 수원서부서 측은 “경찰 실수로 피해자에게 본의 아니게 부담을 지우게 된 부분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국가에 의해 입은 손실에 대해 보상받을 방법을 안내하겠다”고 했다.

한편 사고 처리 과정에서 출동한 경찰에게 욕설하고 행패를 부린 B씨는 모욕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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