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변호인단, ‘박근혜 탄핵 결정문’ 꺼낸 이유는


18일 열리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의 관건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받는지 여부다.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은 2019년 10월 25일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부터 지난달 30일 결심공판까지 1년 넘게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 여부를 두고 치열하게 다퉈왔다.

재판부가 정상참작을 해서 작량감경 등 적극적 선처에 나서면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받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말 3마리(비타나·라우싱·살시도) 대금 등 50억여원의 뇌물·횡령액수를 추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환송 취지에 충실한다면 실형은 불가피하다는 반론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집행유예를 역설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문까지 꺼내들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7년 3월 10일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재정·경제 분야에 대한 광범위한 영향력 등을 종합해 보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요구를 받은 기업으로서는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부담과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며 “응하지 않을 경우 기업 운영이나 현안 해결과 관련해 불이익이 있을지 모르는 우려 등으로 사실상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는 헌재가 박 전 대통령에게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한 헌법 위반이 있다며 탄핵 사유로 제시한 논거다. “대통령의 요구는 단순한 의견 제시나 권고가 아니라 사실상 구속력 있는 행위”라는 게 헌재의 결론이었다.

이 부회장 측은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결정문 내용을 들어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적 뇌물 요구에 ‘수동적 뇌물공여’를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의 뇌물공여죄 양형기준을 볼 때 감경요소인 ‘수뢰자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논리였다.

특검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이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판시한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요구를 적극 수용해 경영권 승계 등에서 이익을 얻으려 한 게 사건의 본질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특검은 “헌재 결정은 2016년 11월까지의 초동조사에 기반했고, 국정농단에 대한 종합적 성격 규정”이라며 “이 부회장 사건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검이 이 부회장의 ‘적극적 뇌물공여’ 근거로 제시하는 건 2019년 8월 29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대법 파기환송 판결문이다. 대법은 여기서 “박 전 대통령의 요구는 뇌물 요구에 해당하고 신동빈(롯데그룹 회장)과 이재용은 그에 편승해 직무 관련 이익을 얻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 등과 공모해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을 협박해 각각 K스포츠재단과 영재센터 지원 요구를 한 혐의(강요)를 대법원이 무죄로 판단하면서 나온 것이다. 이 부회장 등이 강요죄 성립에 필요한 ‘해악 고지에 따른 공포심’을 느끼는 상태로 보긴 어려웠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 본인의 파기환송 판결문에는 뇌물공여의 성격을 수동적 혹은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적지 않았다.

이 부회장 측은 “‘적극적 뇌물공여’가 등장하는 건 최서원 판결문이 전부이고, 강요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유의 설시로 봐야 한다”고 반론을 펴고 있다. 더 나아가 “적극적 뇌물공여가 이 사건 본질이라면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문에 그와 같은 판단을 명시했을 것”이라는 게 이 부회장 측 항변이다.

이 부회장 측은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7월 25일 2차 단독 면담에서 이 부회장에게 “지난번 승마 관련 지원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한 것이냐. 삼성이 한화보다도 못하다”고 질책한 사실도 구체적인 근거로 들었다. 반면 특검은 당시 면담 이후 삼성이 먼저 승마지원 용역을 가장한 계약 체결을 서둘렀고, ‘결정하는 대로 지원해드리겠다’는 등의 문자메시지가 오간 것을 근거로 “어쩔 수 없이 뇌물을 공여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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