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부차적 논란이라지만… 커지는 ‘김학의 출금’ 수사 명분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0월 28일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내려진 출국금지 조치의 위법성 여부를 따지는 검찰 수사가 또다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법무부는 “‘부차적 논란’을 수사한다”고 평가했지만, 검찰에서는 “위법한 절차가 수사관행이 되면 안 된다”고 맞선다.

검찰은 피의자나 피내사자 신분이 아니었던 김 전 차관이 ‘임시 사건번호’에 따라 출금된 것을 문제라고 본다. 향후 검찰 수사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예외적인 출금을 과연 누가 지시했는지까지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검찰에게도 수사에 부담이 없지 않다. 수사가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검찰이 나서서 김 전 차관을 두둔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으로서 2019년 3월 22일 밤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금을 요청했던 이규원 검사는 출금 조치 직후 서울동부지검 측에 “대검과 법무부가 모두 승인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검사가 서울동부지검 내사사건 번호를 임시로 발급한 경위를 설명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이 검사에게 내사번호를 발급할 권한이 과연 있었는지, 대검과 법무부 관계자들이 승인한 일이었는지 원점부터 다시 수사할 계획이다.

실제 검찰 구성원들은 “존재하지 않는 사건을 근거로 출금을 요청한다는 관행은 전무하다”고 한다. 당시에도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금 조치가 적법했는지는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이 검사가 기민하게 김 전 차관의 해외 도피에 잘 대처한 것이라는 여론에 묻혔다.

법무부가 이번 검찰 수사를 ‘부차적 논란’에 대한 것이라고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이 검사의 출금 조치로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추 장관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당시 검찰의 태도를 꼬집기도 했다. 추 장관은 “검사장 관인이 생략된 채 출금 조치가 이뤄졌지만 당시 검찰 수뇌부가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출금 조치를 오히려 연장 요청했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검찰 안팎에서 제시하는 이번 수사의 명분은 ‘절차적 정당성’이다. 김 전 차관이 진상조사단의 조사 대상에 올랐을 때에는 ‘권력’이라기보다는 그저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었을 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 간첩 조작 피해자’ 유우성씨 사건 등의 교훈이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설령 김 전 차관이 출국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적법절차가 중요하며, 허위공문서에 따른 출금은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법학계도 이번 수사에 미란다 원칙과 위법수집 증거의 배제 등 형사사법 절차의 가치를 되새기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법무부의 논리대로라면 고문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밝히면 된다는 얘기”라며 “공권력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은 작은 불법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아무리 좋은 의도로 행동했더라도 과정에 법 위반이 있다면 책임을 지는 것이 법치주의의 원리”라고 말했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대검의 사건 재배당 이후 사실상 특별수사팀을 꾸려 김 전 차관 출금 조치의 예외성과 위법성을 수사하고 있다. 법조계는 검찰이 우선 이 검사를 상대로 긴급한 출금 조치의 진상과 배경을 확인할 것이라고 본다. 사실상 윗선 ‘하명’에 따라 이뤄진 진상조사와 수사의 부작용들이 이번에 드러날 수 있다는 추측도 흘러나온다.

구승은 허경구 기자 gugiza@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