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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전쟁이 ‘관악기 퍼포먼스’ 미술 작품으로

송은미술대상 수상 조영주 작가 인터뷰

음식점에 연기 빼는 알루미늄 덕트가 트럼펫처럼 구불구불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벽면에는 그 덕트를 무대 장치처럼 설치한 공간에서 관악기와 타악기를 연주하는 퍼포먼스 영상이 흐른다.
'세 개의 숨' 설치 전경. 손영옥 기자

송은문화재단이 만 45세 이하 유망 신진 작가에게 수여하는 제20회 송은미술대상을 수상한 조영주(43) 작가의 작품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후보작들과 함께 이 작품을 전시 중인 조 작가를 최근 만났다. 만 4살 딸을 둔 그는 이 작품이 육아 전쟁을 형상화한 것이라 소개했다.

“2017년 출산을 한 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에 바로 입주했어요. 서울서 인천까지 매일 왕복 4시간 출퇴근했지요. 길에 뿌리는 시간 빼면 작업 시간은 겨우 몇 시간인데도 모유 수유까지 해가며 죽기 살기로 했어요. 작가로도, 엄마로도 실패하지 않고 싶었거든요.”
'세 개의 숨' 설치 전경. 송은아트스페이스 제공

그런 와중에도 육아 일지를 30개월간 기록했다. 아기의 배변, 수면, 수유 등을 기호화해서 작성했던 그는 그 기호를 가지고 연주 퍼포먼스를 해야겠다는 구상을 하게 됐다. 악기로도 기능할 수 있는 설치물을 찾던 중 덕트가 떠올랐다. ‘세 개의 숨’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작품에서 공기의 통로인 배기관(덕트)은 엄마의 한숨과 아이의 날숨의 은유다. 그래서 영상에서는 흐르는 음악은 색소폰이나 북이 주는 웅장한 소리가 아니라 저음의 숨소리 같다. 관악기처럼 소리를 꽝 내지 않고 공기 빠져나가는 듯한 ‘에어 사운드’를 중심으로 했기 때문이다.
조영주 작가. 송은아트스페이스 제공

“작품 과정 자체가 육아 일지를 음으로 변환하는 과정이에요. 기저귀 한 번 간 것에 상응하는 음은 뭘까, 이런 고민을 한 거지요. 공장 노동과 다른 돌봄 노동을 작업에서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송은미술대상은 이번에 총 251명이 응모했고 예심과 본심을 거쳐 최종 4명이 대상 후보에 올랐다. “대상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힘들었던 지난 시간이 보상받은 것 같아, 그때 벌써 울컥 했다”라는 그는 “대상은 덤으로 얻는 느낌”이라며 빙그레 웃었다.

‘엄마 예술가’ 성공 스토리의 새로운 주인공이 된 조 작가는 성균관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이후 프랑스로 유학 가 파리-세르지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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