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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으로 한 것 아니다” 호소에도… 끝내 ‘영어의 몸’으로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18일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면서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측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회삿돈을 건넸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을 향한 수사는 국정농단 사태를 기점으로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과 개별 면담한 이후 미르·K스포츠 재단 등에 지원금이 전달됐고, 비선 실세로 불린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말 구입비와 전지훈련비를 지원하는 등 특혜 지원을 했다는 의혹이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2월 국회 국정조사에서 “자발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며 대가성과 부정 청탁 존재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구속을 피하진 못했다. 박영수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됐음에도 불구하고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영장청구서에 “기업이 더 이상 대통령이나 주변 권력자에게 돈을 주거나 청탁을 하지 않고도 공정하게 이윤추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적었다. 법원은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이를 받아들였고, 결국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17일 구속됐다. 특검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6개월여 만인 2017년 8월 25일 열린 첫 번째 재판에서 이 부회장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최씨의 딸 정씨에 대한 승마지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등 뇌물 공여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 것이다. 반면 2심에서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했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과 재산국외도피 부분 등이 무죄로 뒤집혔고, 2심 재판부는 삼성의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 자체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받고 석방됐다. 구속된 이후 353일 만이었다.

대법원은 2019년 2월 국정농단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전원합의체는 같은 해 8월 29일 이 부회장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최씨 측에 건넨 말 3마리와 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이 모두 뇌물이라고 봤다. 또 핵심 쟁점이었던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해서도 “최소비용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그룹차원에서 승계작업을 진행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은 2019년 10월 25일에 열렸다. 파기환송심에서는 재판부가 삼성에 기업범죄 방지를 위한 준법감시위원회 도입을 제안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특검은 재판부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으나 기각됐다. 특검은 적극적인 뇌물공여와 부정청탁이 인정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모든 국민들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기업을 만들 것”이라며 “이것이 진정한 초일류기업, 지속가능한 기업인 것이고 기업인 이재용이 추구하는 일관된 꿈”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날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하면서 이 부회장은 또 다시 ‘영어의 몸’이 됐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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