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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검 “준법감시제 제대로 만들었다면…” 소회

박영수 특별검사가 8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박영수 특별검사는 지난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실형 선고 직후 “특검이 진정성 있게 제안했을 때 삼성그룹이 제대로 된 준법감시제도를 만들었어야 한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고 한다. 박 특검은 이 부회장의 법정구속에 “안타깝다”는 반응도 보였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면서도, 삼성에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제도가 도입·운영된다면 ‘중요한 양형사유’로 고려돼도 좋다는 태도로 재판에 임했다.

이는 특검이 파기환송심 재판장인 정준영 서울고법 형사1부장을 기피신청했던 지난해 2월에 비해 달라진 태도다. 특검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놓고 “이 부회장 집행유예 선고를 위해 만든 제도”라고 반발했었다. 하지만 대법원이 재판부 기피신청 재항고를 기각한 뒤엔 특검도 준법감시제도를 반대하지 않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법률가로서 대법원 판단을 존중하는 의미도 있었지만, 삼성 기업지배 구조에 영향을 줄 두 가지 환경적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요인은 지난해 총선 이후 제21대 국회에서 이뤄진 보험업법 개정안의 발의였다.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보험사의 보유 주식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고, 보험사가 특수관계인의 발행 주식을 총 자산의 3% 이상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으로서는 20조원가량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검 관계자는 “삼성 지배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이었다”며 “경제민주화 조치와 관련한 삼성 전체의 대응도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이건희 회장의 별세도 재판 중 발생한 또 다른 변수였다. 특검은 향후 삼성 내부에 복잡한 상속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봤다. 이 부회장 등 유족이 이 회장의 소유 주식에 대해 내야 할 상속세는 11조366억원으로, 일부 지분의 매각 시나리오도 등장했다. 특검은 결국 기왕에 논의되기 시작한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라면 제대로 정착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결론은 삼성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특검은 “‘사업지원TF’에 대한 실태 점검이 이뤄지지 못한 점이 재판부의 실효성 판단 과정에 핵심적이었다”고 분석했다. 특검은 이 TF가 사실상 옛 미래전략실을 계승한 컨트롤타워라고 봤지만, 삼성 측은 ‘미전실의 후신’이 아니라고 부정했다.

2016년 11월 출범한 박영수특검팀은 대부분의 활동을 마무리했고 규모도 많이 줄어들었다.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공소유지는 양재식 특검보와 허진영 특별수사관 2명이 도맡았다. 징역 20년형이 최종 확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대해 사면이 거론되지만 특검은 입장이 없다. 박 특검은 다만 “특검 활동이 모두 종료돼야 적폐청산 이후의 새 시대가 되는 것이며, 그때에야 사면 이야기도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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