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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넘은 정치 금융”…코로나 대출 상환 유예 성에 안 찼나

소상공인 대출 금리 인하 시나리오에 은행권 “난감”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중소기업에 적용됐던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추가 연장되는 쪽으로 굳어지자 은행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여권 인사들 입에서 이른바 ‘이익공유제’에 금융기관을 참여시키는 방안까지 거론되자 더욱 난처해진 상황이다. 정치권이 민간 금융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은행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금융의 공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대의에는 이견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원금이 아닌 이자 상환까지 계속 늦춰주면 차주(돈을 빌리는 주체)의 부실 정도를 제 때 파악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을 큰 문제로 꼽았다. 이자도 내지 못할 정도의 한계기업, 취약 차주에 대해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칫 은행까지 동반 부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A은행 관계자는 20일 “상환 유예를 신청한 소상공인·중소기업의 경우 현재는 당연히 연체로 잡히는 부분이 없지만, 유예가 끝나면 숨겨졌던 부실 위험이 한꺼번에 드러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B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면 바로 경기가 좋아지고 영업도 잘 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지 않나”며 “이자라도 조금씩 갚아나가는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당초 예상보다 이자를 갚고 있는 차주가 많다는 점을 내세우며 올 3월말이 기한인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재연장돼도 은행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올 업무계획 발표 때 “1만3000건(약 1570억원 가량)만 이자를 유예하고, 나머지는 다 냈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라며 “이자가 유예된 대출 원금이 4조7000억원 정도인데 그 정도는 금융권이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단순히 4조원의 대출을 갚을 수 있을지가 문제라기보다 과연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 등이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 말대로라면 수조원 가량의 부실은 상관 없다는 얘기인가”라고 반박했다.

은행들은 궁여지책으로 대출에 대한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C은행 관계자는 “개별 여신 단위를 벗어나 차주별로 대출 리스크 징후가 발생하고 있는지 면밀하게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대출 관리가 필요한 업종을 확대하고 있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자 부분 상환을 조건으로 만기 연장을 해주거나, 금융사와 차주 간 자율적 채무 재조정 등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법들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여당에서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금리 추가 인하 시나리오까지 거론되는 것도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이 전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이익공유제 방안 중 하나로 일명 ‘이자 멈춤’까지 언급한 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본에 대한 이익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건데,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반하는 발상”이라며 “이자를 받지 않은 건 은행 입장에선 배임 행위에 해당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은행 여신 건전성 문제는 어떡하란 말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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