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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취임 맞춘 ‘정의용 카드’… 한반도에 훈풍 불까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전격 지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에 맞춰 외교 라인을 재정비한 것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설계자인 정 후보자를 외교부 장관으로 기용해 임기 마지막까지 남·북·미 간 교차 대화의 ‘대전환’을 시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정 후보자는 평생을 외교·안보 분야에 헌신한 최고의 전문가”라며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3년간 재임하며 한·미 간 모든 현안을 협의·조율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행을 위한 북·미 협상과 한반도 비핵화 등 주요 정책에도 가장 깊숙이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 문재인정부 초대 안보실장으로 임명된 정 후보자는 3년여만인 지난해 7월 3일 물러났다. 이후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 임명됐고, 6개월 만에 다시 외교부 장관으로 복귀하게 됐다.


문 대통령이 원년 내각 멤버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전격 교체하고 정 후보자를 다시 불러온 것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속도를 내겠다는 생각 때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신년사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발맞추어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멈춰있는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회전문 인사’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임기 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속도전을 꾀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청와대도 “외교 라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외교 전열을 재정비하는 취지”라고 했다.


정통 외교관 출신인 정 후보자는 문재인정부에서 남북, 북·미 협상을 주도했다. 2018년 2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여 이후 조성된 ‘한반도의 봄’을 조율한 주역이다. 정 후보자는 그해 3월 5일 수석 대북특사로 대북특사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이후 4월 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다.

같은 달 8일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뒤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직접 발표했다. 정 후보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김 위원장의 뜻을 전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대표가, 한국 대표 이름으로 직접 논의 내용을 백악관에서 발표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같은 해 6월 싱가포르에서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남북, 북·미 정상 대화의 결정적 장면마다 정 후보자가 있었던 셈이다.


정 후보자가 외교 전면에 복귀했지만, 한반도 외교 안보 상황은 3년 전과 크게 다르다. 북·미와 남북 대화는 2018년 ‘한반도의 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색돼 있다. 2019년 하노이 2차 북·미 회담 결렬 이후 북·미 관계는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또 미 행정부가 교체되면서 정 후보자의 카운터파트도 모두 교체됐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등은 트럼프 행정부의 ‘톱다운식’ 접근에 부정적 견해를 밝혀왔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정 후보자가 이전과 같은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와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황희 민주당 의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권칠승 의원을 내정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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