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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고 기준 마련도 어렵고… ‘자영업자 손실보상제’ 갸우뚱


정총리 정부에 법 제도화 공개적 지시
정치권 법안들 월 최대 24조원 필요
법 경직된 기준 필요…시간 걸릴 수 있어
법 근거 없어도 정책 판단만 내리면 지원 가능

정세균 국무총리가 공개적으로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지시함에 따라 정부 부처 내 검토가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손실보상 법제화는 만만치 않다. 조(兆) 단위의 돈이 필요하며, 기준 설정도 복잡해 오히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법제화 여부에 정치적으로 매달리기보다는 현재의 지원금을 늘리는 게 더 낫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자영업자 손실 보상이 나온 배경에는 헌법 23조가 있다.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며, 공공필요에 의한 제한은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최근 국가는 방역을 위해 자영업자들의 영업을 제한했는데, 어떻게 보면 공공 필요에 의한 재산권 침해로 볼 수 있다. 지금도 군사 목적, 가축 방역 등에 대한 피해는 정부가 보상한다.

그러나 자영업 영업 제한은 일부가 아닌 전국적으로 시행됐으며, 민간 시장의 사업자라는 점에서 동일한 보상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과거 선례가 없다.


가장 큰 부담은 재원이다. 정치권에서는 직전 년도 대비 손실액의 50~70% 보상(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저임금 소득 수준을 맞춰주는 방안(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법안으로 나오고 있다. 필요한 돈은 월 1조2370억~24조원이다. 24조원은 지난해 1~2차 추가경정예산(23조9000억원)과 맞먹는 돈이다. 만약 월 24조원씩 넉 달 준다고 하면 96조원이며, 올해 연간 총 예산(558조원)의 17%에 달한다.

올해 국가채무비율이 이미 40% 후반까지 치솟아 재정 당국은 당연히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사회연대기금도 제안하고 있지만 실제 시행은 불투명하다.

시간도 오래 걸릴 수 있다. 법에 명시한다는 것은 바꿀 수 없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라 매우 정확하고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의 손실은 같은 영업금지·제한업종 사이에서도 천차만별이다. 자영업자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도 어렵다. 3~4차 재난지원금을 놓고 형평성 항의가 빗발치는 이유다. 어떤 기준을 만들어도 탈락한 사람들의 불만이 상당할텐데, 그렇다고 법을 하루 만에 뜯어고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기준을 만드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법제화 때문에 되레 빠른 피해 지원이 불가능할 수 있다. 더욱이 법제화는 코로나19가 끝나도 영향을 미친다. 법에 명시하는 순간 앞으로 다른 위기마다 손실을 보상해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

이런 까닭에 외국도 법제화는 찾아보기 힘들고 재난지원금과 비슷한 재정·금융 지원에 국한하고 있다. 일본은 영업시간 단축 지원금으로 월 매출이나 가게 규모에 상관없이 한 달에 186만엔(약 1976만원)에 가까운 지원금을 지급했다. 독일도 500억 유로(약 67조원)를 풀어 10인 이하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지원했다.

시장에서는 ‘자영업자 손실보상 법제화’가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둔 자영업 표심잡기용일 뿐이라는 시각이 비등하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자영업자에게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은 맞다. 그러나 법제화는 경직적 기준을 만들어야 해서 사회적 합의 등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법적 근거가 없어도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유연한 정책 판단만 내리면 된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신재희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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