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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 보험연수원장 취임… 금융권 장악 끝낸 관피아·정피아

민병두 신임 보험연수원장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보험연수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약 3개월간 잡음이 많았던 속칭 ‘관피아’(관료+마피아) ‘정피아’(정치인+마피아)의 민간 금융단체장 나눠 먹기가 막을 내렸다. 요직은 한 자리도 빼놓지 않고 고위 금융관료 출신과 여권 정치인이 차지했다.

보험연수원은 이날 민병두 신임 원장이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수원은 민 원장에 대해 “다년간의 금융·경제·교육 분야 의정활동과 다양한 방면의 연구·교육·저술 경험을 바탕으로 연수원이 전문 산업연수기관으로서 경쟁력과 위상을 강화해 나가는 데 앞장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보험연수원은 1965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보험 전문 연수기관이다.

민 원장은 지난해 11월 일부 은행장 추천으로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군에 올랐지만 선거에서 금융정보분석원장 출신인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게 패했다. 그가 최종 후보 발표를 앞두고 페이스북에 출마의 변까지 올리며 강한 의욕을 보였지만 은행권은 ‘정피아’보다 ‘관피아’를 선택한 것이다. 당초 원했던 인물도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었다는 후문이 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가장 유력했던 최 전 위원장이 관피아 논란 속에 입후보를 포기한 상황에서 민간 금융권 경력을 보유한 김 회장은 ‘안전한 선택지’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연합회가 김 회장 등을 포함한 후보군을 발표했을 때 금융권에서는 “민간 금융권 인사끼리 경쟁하는 것처럼 위장했을 뿐 실제로는 경력을 세탁한 ‘올드보이’로의 선수 교체”라는 냉소가 흘러나왔다.

야인으로 남는가 싶었던 민 원장은 한 달여 뒤인 지난달 말 차기 보험연수원장 단독후보로 추대돼 무난히 선임됐다. 3선 의원 출신인 정희수 전임 원장이 생명보험협회장으로 옮기면서 생긴 자리였다. 당시 후보추천위원회는 “연수원을 이끌어 갈 적임자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선으로 보험연수원장은 처음으로 2대 연속 여당 정치인이 맡게 됐다. 기존에는 금융감독원 보험 담당 부원장보 출신이 퇴직 후 가던 자리로 여겨졌었다. 보험 관련 경력이 전무했던 정희수 생보협회장이 2018년 11월 보험연수원장으로 새롭게 선임됐을 때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낙하산 인사’이자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

원래 정 회장은 한나라당·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서 17~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대표적 ‘친박’ 의원이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민주당으로 옮겨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에서 일했다. 보험연수원장 배턴을 주고받은 정 회장과 민 원장은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친정부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정부가 의원 배지 대신 수억대 연봉인 금융기관장 자리를 챙겨줬다는 뒷말을 듣는 대목이다. 보험연수원장 연봉은 3억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9일 임기를 시작한 정 회장은 관피아·정피아 논란 속에서 비교적 주목을 덜 받은 인물이다. 가장 유력시됐던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이 앞서 손보협회장직에 이어 생보협회장직까지 고사하면서 정 회장에게 순번이 돌아갔다는 평가다. 최종구 전 위원장도 하마평에 오르기는 했지만 은행연합회장직을 마다한 그가 생보협회장으로 나설 가능성은 희박했다.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

어수선했던 금융권 수장 인선의 처음과 끝에는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과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있다. 두 사람은 각각 행정고시 27회, 33회로 금융위에서 고위직을 지낸 선후배 사이다. 정 회장이 거래소 이사장이던 지난해 11월 2일 손보협회장으로 내정됐고, 손 이사장이 금융위 부위원장 퇴임 28일 만인 그달 30일 후임으로 내정됐다. 금융권에서 손 이사장 내정설은 이미 정 회장의 손보협회장행이 결정됐을 때부터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금융권 관계자는 “시기상으로는 정 회장의 자리 이동이 먼저지만 실제로는 손 이사장의 거래소행이 결정된 뒤 정 회장의 거취도 확정됐다는 게 중론”이라며 “손 이사장이 이번 연쇄적 금융단체장 인선의 ‘키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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