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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가 백신 빼돌려”… 유럽에서 무슨 일이

유럽 “화이자가 일방적으로 계약물량 축소”
화이자 “적법하게 줄였다… 문제 없어”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유럽에 공급하는 코로나19 백신의 물량을 줄이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일부 정부들은 접종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며 화이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현재 화이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화이자가 이번 주 공급할 백신 물량을 당초 계약보다 29% 적게 책정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 대변인은 “화이자는 지난 15일 일방적으로 백신 공급을 줄이겠다고 통보한 데 이어 19일에는 추가적인 감축을 예고했다”며 “우리 정부는 이와 관련해 매우 걱정스럽고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화이자와 유럽의 백신 갈등은 유럽이 백신 한 병에서 정량 이상의 주사분을 뽑아내며 시작됐다. 화이자 백신은 기본적으로 한 병에서 5회분을 추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화이자는 백신이 모자르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초과공급’ 조치의 일환으로 한 병에 최대 6회분의 백신을 담았다.

유럽은 이 점에 착안해 화이자 백신 한 병에서 5회분이 아닌 6회분을 추출해 백신 공급량을 늘리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 방식을 채택하면 백신 1병에서 5명이 아닌 6명이 접종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접종률이 기존에 비해 20% 높아지는 것이다. 백신 접종 속도가 생각보다 더딘 만큼 최대한 많은 양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화이자는 유럽과의 백신 공급 계약 단위가 ‘병’이 아닌 ‘도즈’라는 논리로 공급량을 줄였다. 유럽이 한 병에서 5회분이 아닌 6회분을 뽑아내고 있는 만큼 공급을 줄여도 계약을 위반하는 게 아니라는 논리다.

화이자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언제나 ‘도즈’를 기준으로 백신 계약을 체결해왔다”면서 “각국 정부와 진행한 협의에 따라 세계 곳곳에 대한 백신 공급을 차질없이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WSJ는 이탈리아 외에도 독일 등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화이자로부터 공급 축소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현존하는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최고 수준의 효능을 보이고 있는 백신이 화이자와 모더나 두 종류에 불과한 만큼 화이자에 대한 소송 계획을 구체화한 정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옌스 스판 독일 보건부 장관은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화이자가 갑작스럽게 공급 일정을 변경했다는 것”이라며 “이는 매우 짜증나며 불쾌한 일”이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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