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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까마귀, 사실 CG예요”… ‘낮과 밤’ CG의 세계

tvN ‘낮과 밤’ CG팀 ‘매드픽쳐스’ 인터뷰
건물 붕괴 화재 전소 장면 모두 CG… 까마귀 깃털과 잔디도
CG 세계화 위해 대대적 투자 필요

커다란 화염이 마을을 집어삼키자 분위기는 이내 음산해진다. 이때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든다. 한마디 대사보다 까마귀의 날갯짓에서 풍기는 불길함이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하늘을 나는 까마귀는 어떻게 등장할 수 있었을까. K드라마로 우뚝 선 tvN ‘낮과 밤’의 CG(컴퓨터 그래픽)를 만든 ‘매드픽쳐스’에게 물어봤다.

tvN '낮과 밤' 4~5화 속 저택 화재 장면. 배우 남궁민(왼쪽) 뒤에 놓인 파란 배경이 CG 합성을 위한 크로마 스크린이다. 오른쪽 사진은 불꽃이 합성된 후 화면. '낮과 밤' 속 건물 붕괴 장면과 화재 전소 장면은 CG팀의 결과물이다. tvN 제공

CG활용의 좋은 예
최근 종영한 ‘낮과 밤’은 또 하나의 웰메이드 드라마 탄생을 알린 의미 있는 작품이다. 28년 전 한 마을에서 일어난 의문의 사건에 관한 비밀을 파헤치는 예고 살인 추리극으로 마지막 화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최고 8.1%(닐슨코리아·수도권 기준)로 종영했다.

높은 완성도의 일등공신은 CG다. 매드픽쳐스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까마귀 재현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CG팀이 가장 피하고 싶은 영역이 물과 크리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첫 장면부터 까마귀가 나와서 애를 먹었어요(웃음). 날개의 움직임, 골격 구조, 깃털 재질 등을 이질감 없이 구현하는 게 과제였죠.”

CG로 만든 까마귀. 드론을 활용해 활공 장면을 구현했고, 피부 질감과 윤기 나는 깃털도 CG의 결과물이다. tvN 제공

일단 지방 곳곳을 찾아다니며 까마귀의 모습을 촬영했다. 활공 장면은 드론을 활용했다. 날아다니는 드론에다 까마귀 원형을 합성하는 식이다. 후보정 작업도 만만찮았다. 까마귀 외형 특징을 연구하는 게 먼저였다. 적당히 기름 껴 윤기 있어 보이는 깃털에, 삐쭉 솟은 잔털까지 만들어 냈다.

매드픽쳐스는 “CG는 상상하는 모든 걸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CG를 활용하면 역사 속 대규모 전쟁, 하늘을 나는 영웅, 은하계를 가로지르는 우주여행이 가능해진다. 진짜를 더 진짜처럼 만드는 것도 CG의 역할이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바람에 날리는 꽃잎, 몰아치는 파도, 구름 낀 하늘을 기술로 연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tvN '낮과 밤' 4~5화 중 저택 화재 장면 촬영 모습. 배우 뒤에 놓인 파란 배경이 CG 합성을 위한 크로마 스크린이다. '낮과 밤' 속 건물 붕괴 장면과 화재 전소 장면은 CG팀의 결과물이다. tvN 제공

‘낮과 밤’은 현실을 진짜처럼 구현했다는 점에서 ‘CG 맛집’으로 불린다. 매드픽쳐스는 “화려한 시각적 효과보다 지극히 실제처럼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붕괴나 폭발 장면이 많았던 작품 특성상 CG팀 역할이 중요했다. 진짜 무너뜨릴 수 없어 건물 자체를 CG로 만들어야 할 정도였다. 실감나는 폭파 장면을 위해 시뮬레이션은 필수였다. 실내에 안전 기구를 갖춘 후 여러 번 폭파 실험을 했다. 매드픽쳐스는 “4면에 크로마 스크린(합성을 위한 파란 배경)을 세우고 폭파 장면에 등장하는 모든 것을 CG로 만들었다. 바닥에 깔린 잔디마저도 CG”라며 “배우의 안전을 위해 폭발과 배우를 분리해 촬영했고 후작업으로 폭발 효과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너무 진짜 같아 CG인 줄 몰랐던 장면도 있다. 4화에서 제이미(이청아)가 커피를 마시다 뒤로 넘어가는 장면은 안전을 위해 배우의 몸에 줄을 매달고 촬영했다. 하지만 녹화본을 보니 손에 줄이 걸려 있었다. 결국 스태프의 손을 스캔한 후 해당 장면에 합성했다. 5화에 도정우(남궁민)와 손민호가 건물 폭발 후 금고에 갇혀 있는 장면은 어딘가 밋밋했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손민호 콧속에 그을음을 합성해 넣었다.

“제작환경 개선 효과… CG 투자 늘려야”
CG가 드라마에 본격 도입된 건 1994년 MBC ‘M’부터다. 배우 심은하의 눈이 녹색으로 변하는 장면은 지금도 회자된다. 이때만 해도 장면 하나하나에 녹색을 입혀가며 수작업으로 완성했다.

현재 CG는 드라마 연출의 핵심이 됐다. 매드픽쳐스는 “보조 역할을 했던 CG가 지금은 극 분위기를 조성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며 “CG 덕분에 제작환경도 개선됐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거리적 제약으로 로케이션 촬영에 어려움이 있었고, 시간적 제약 탓에 한밤 중에 대낮 장면을 촬영할 수 없었다. 매드픽쳐스는 “CG를 활용한다면 서울도 부산으로 만들 수 있고, 밤을 낮으로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tvN '낮과 밤' 4화 화재 장면. 배우의 안전을 위해 폭파 장면과 배우를 분리해 촬영한 후 후보정했다. '낮과 밤' 속 건물 붕괴 장면과 화재 전소 장면은 CG팀의 결과물이다. tvN 제공

국내 CG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세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CG는 두 가지로 분류된다. 전문 그래픽 도구를 사용하는 방식과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국내 도구 활용 CG기술은 할리우드의 70% 수준으로 평가된다. CG업계는 시간상으로 5~6년 정도의 기술 격차가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매드픽쳐스는 “할리우드가 투자한 시간과 한국 콘텐츠의 역사를 비교하면 국내 기술은 짧은 시간에 상당한 성장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알고리즘 기술은 과제다. 할리우드 연출 기법의 비결은 결국 인력과 투자에서 비롯된다. 영화 한 편을 제작할 때 수많은 엔지니어가 참여하는데, 기존 도구 활용 기법으로 관객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팀을 꾸려 알고리즘에 기반한 해결책을 찾는다. 돈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매드픽쳐스는 “국내 제작사 여러 곳에서 자체 솔루션을 개발하고는 있으나 해외에 비하면 아직 뒤처지는 분야가 많다”며 “연구개발과 인력에 대한 투자가 적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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