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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남매 구조되자…백구 엄마는 눈을 감았습니다 [개st하우스]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성견 2마리와 새끼들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밥을 챙겨줬는데 컨테이너 밑에 숨어버리네요. 엄마 개는 목에 올무가 걸려 살이 썩어들고 있어요.”

이번 사연은 파주의 신도시 개발지구에 버려진 어미 백구와 7남매의 슬픈 실화입니다. 어미 개는 목에 철사가 파고드는 고통을 버티며 한 달이나 자식들에게 젖을 물렸어요. 그 간절함을 알기에 새끼 백구들을 필사적으로 구조한 제보자 그리고 남매들이 모두 구조되는 모습을 보고 결국 눈을 감은 어미 개의 슬픈 사연입니다.

"하나, 둘, 셋...여섯, 일곱. 이를 어쩌나" 지난달 21일 제보자가 현장에서 발견한 유기견은 컨테이너 틈새로 숨은 경우까지 모두 7마리나 된다. 그 모습이 측은해서 영상 속 제보자는 흐느끼고 있었다. 제보자 제공

"여기는 ‘파베리아’ …백구들을 구해주세요"

휴전선이 맞닿은 북쪽 끝, 여기는 경기도 파주입니다. 파주의 겨울은 영하 20도를 밑돌아서 ‘파베리아’라고 불릴 만큼 가혹하죠. 지난달 2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는 파베리아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유기견 사연이 올라왔어요.

제보자가 백구 가족을 발견한 경기도 파주 동패동 운정3지구. 신도시 개발이 예정된 이곳에서 이번 겨울에만 유기견 80마리가 추가로 발견돼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와 파주 시청이 공동 구조작업 중이다. 파주시청 제공

“여기는 경기도 파주 동패동의 신도시 개발지역입니다. 성견 2마리와 새끼 4마리가 돌아다니고 있어요. 밥을 챙겨줬는데 컨테이너 밑에 숨어버리네요. 엄마 개는 목에 올무가 걸려 살이 썩어들고 있어요ㅠㅠ잡아서 목 상태를 보려 했는데 자신을 해치려는 줄 알고 도망가네요. 구조에 도움 주실 분 계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가능한 한 다 돕겠습니다.”

올무가 목을 파고드는 와중에 새끼를 돌보는 어미 백구(왼쪽). 올무(오른쪽)는 어미 개의 목을 파고들어 생명을 위협했다. 제보자 제공

이런 사연을 읽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하지만 제보자 손윤정(42)씨는 사연을 읽자마자 구호용 사료를 챙겨 들고 현장으로 달려갔어요. 상황은 글보다 심각했어요. 새끼 백구의 숫자는 4마리가 아니라 7마리나 됐어요. 어미 개는 포획이 시급한데 50m 이내로 접근할 수 없을 만큼 경계심이 강했죠. 영상 속 윤정씨는 안타까움에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아,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유기견을 잡는 건 무척 어려웠어요. 사람을 무서워하는 개들은 음식만 받아먹고 비좁은 컨테이너 틈으로 숨거든요. 그물이나 마취총으로 억지로 구조하는 방법도 있지만 탈진한 백구들에게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길지도 몰라요.

"얘들을 어떻게 구조해야 할까요" 유기견들은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컨테이너 박스 좁은 틈으로 숨어들었다. 제보자 일행은 백구들에게 먹이를 주며 친화력을 키웠다. 제보자 제공

혼자서 구조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제보자는 SNS의 힘을 빌리기로 합니다. 그는 휴대전화로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켜고 “이 백구들을 함께 구조할 분을 모집한다” “구조한 다음 임시보호, 입양할 분도 모집한다”며 도움을 요청했죠.

제보자의 간절한 마음이 통한 걸까요. 추위 속에 굶주려 어미 개의 배설물과 쓰레기를 주워 먹는 새끼 백구들의 사연에 큰 관심이 쏠립니다. 사연 글에는 1500개 넘는 좋아요가 눌렸고 라이브 방송 첫날부터 시청자 30여 명이 접속해 “추운 날 고생이 많다” “거기 어디냐, 나도 돕겠다”며 호응했죠.

오죽 배고팠으면…백구들은 비닐·종이상자를 토했다

"저 용기낸 거예요. 밥 주세요." 제보자에게 앞장 선 것은 제일 굶주렸던 눈이였다. 구조 당시 2.9kg으로 7남매 중 가장 가벼웠다. 제보자 제공

구조 둘째 날, 백구 7남매의 경계심이 조금은 누그러졌어요. 특히 요 녀석은 대놓고 구조자 앞에 앉았네요. 추워서 오들오들 떨면서도 밥 달라고 애처로운 손짓을 하는 녀석. 특유의 친화력으로 7남매 중 제일 먼저 구조된 게 생후 1개월 된 백구 눈이입니다.

눈이는 동물병원에서 기초 검진을 받던 중 골판지, 비닐을 한참동안 토했다. 따뜻한 쉼터에 도착하면 유기동물들이 보이는 특징 중 하나다. 제보자 제공

“세상에…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이런 걸 먹었니.”

눈이는 동물병원에서 비닐과 골판지를 한참 동안 토했어요. 어미 젖을 떼고 배가 고픈 나머지 주변의 쓰레기들을 주워 먹은 것이죠. 이처럼 유기견들은 구조된 이후 속을 게워내는 일이 많아요.

셋째 날에는 시청자 2명이 현장에 찾아왔어요. 유기견의 포획뿐만 아니라 이후 필요한 치료비, 임시보호처 제공 및 입양 홍보까지 돕겠다는 봉사자들이었죠. 구조 방송을 하면서 “코앞에 저걸 못 잡냐” “관심을 받고 싶냐”는 악플은 많이 받았어도 적극적인 도움은 처음 받아본 제보자는 고마움에 눈물을 흘렸답니다.

이틀 뒤인 크리스마스에는 영하 15도의 강추위가 예보됐어요. 제보자 일행은 구조를 서둘러서 지난달 23일, 24일 이틀간 3마리를 구조하고 제일 추웠던 크리스마스 날에는 지게차를 고용해서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고 남은 3마리를 ‘줍줍’(유기동물을 주웠다는 뜻의 인터넷 유행어)했답니다. 어미가 얼마나 잘 돌봤는지 새끼 백구들은 아픈 곳 하나 없이 모두 건강했어요.

제보자는 이후 남은 6마리도 추가로 구조하는데 성공했다. 제보자 제공

그런데 그동안 쓰레기를 주워 먹고 깨끗한 모유를 만드느라 고생한 어미 백구. 7남매를 돌보느라 목에 걸린 철사도 빼지 못한 어미 백구는 7남매가 모두 구조된 다음 날 역할을 다하고는 결국 숨을 거뒀어요. 제보자는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의 도움으로 어미 개의 동물장을 치러주며 “남은 7남매에게 좋은 가족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했답니다.


백구 7남매의 가족이 되어주세요

어미 개의 희생으로 추운 겨울을 버틴 백구 7남매는 임시보호처에서 지내면서 새하얀 뽀송이가 됐어요. 기본 예방접종을 마친 5마리는 배변 교육도 끝내고 입양 신청을 기다립니다.

제보자는 “지금은 5kg 미만으로 작지만 다 크면 15~20kg의 중대형견이 된다. 그런 모습도 사랑해줄 수 있는 분들의 많은 입양 신청을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2주만에 쑥쑥 컸어요" 백구들은 구조 당시 3kg 남짓했으나 돌봄을 받으며 5kg에 근접한다. 생후 2개월된 견공들로 기본 예방접종 및 배변 교육을 마쳤다. 왼쪽부터 눈이, 만월이. 자세한 정보는 박스 내용 참조. 제보자 제공

왼쪽부터 보름이, 빵빵이, 뿡뿡이. 배변 교육을 마치고 입양을 기다린다. 자세한 내용은 박스 기사 참조. 제보자 제공


*올무 파고드는 고통 속…어미개가 지킨 7남매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생후2개월, 체중 4.5~5kg
-예방접종: 종합2차, 코로나, 광견병 완료
-배변 교육을 모두 마침

✔ 5마리 입양 정보
-눈이: 수컷 / 활발한 성격 / 실내 배변만 함 / 인스타그램 @let_it_snow_jindo
-만월이: 암컷 / 행동교육 습득력이 뛰어남 / 인스타그램 https://url.kr/Wa6nfS
-보름이: 암컷 / 영리하지만 고집 있음 / 인스타그램 https://url.kr/HX56hw
-빵빵이: 암컷 / 차분함 / 인스타그램 https://url.kr/CbD9qJ
-뿡뿡이: 중성화 수컷 / 매우 활발한 성격 / 인스타그램 https://url.kr/7uqtTs

✔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연락 바랍니다
-눈이 (@jindo_adopt)
-그외 견공들(@now_is_good_0926)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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