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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총리 “기재부의 나라냐” vs 홍남기 “재정 화수분 아냐”


정세균 국무총리가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장관)가 이끄는 기획재정부를 향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자영업자의 손실 보상 법제화를 강조하면서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질타했다. 홍 부총리도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는 소신을 밝히며 이견을 재차 확인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지난해부터 이어진 당정 간 갈등이 내각 서열 1, 2위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는 해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의 이견은 지난 20일부터 시작됐다. 이날 정 총리는 “정부의 방역기준을 따르느라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며 “이미 보상·지원하는 법안들을 발의했으니 기재부 등 관계부처는 국회와 지혜를 모아 법적 제도 개선에 나서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그러나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 어렵다”며 우회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정 총리는 당시 김 차관의 발언을 보고받고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목소리를 높이며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날 정 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법적 제도개선을 공개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공감대를 이뤘다고도 했다.

이날 정 총리는 연합뉴스TV에 출연해 김 차관을 겨냥해 “개혁 과정에 항상 반대 세력, 저항 세력이 있지만 결국 사필귀정”이라며 질타했다. 정 총리의 이런 ‘기재부 때리기’는 지난 4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 이어 두 번째다. 기재부에 대한 누적된 불만과 집권 후반기 공직 기강 다잡기 차원으로 보인다.

평소 정 총리는 당·정·청의 지원 방침마다 소극적 입장을 보이는 기재부에 대해 “국가 살림을 책임지지 그럴 수 있지만 국민을 가장 우선에 둬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재부의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부 점검을 하는 상황”이라며 정 총리의 뜻을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는 표현으로 과도한 재정 지출에 반대한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가보지 않은 길이라 이에 대해 기재부도 충분한 검토가 필요했다. 깊이 있게 고민하고 검토할 것”이라고 한 홍 부총리는 “영업 제한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제도화 방안이 무엇인지 부처 간, 당정 간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지혜를 모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홍 부총리는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 상황, 재원여건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정책 변수 중 하나라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한다”며 “국가재정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쓰여지도록 하는 것 등 나라 곳간 지기 역할은 기재부의 권리, 권한이 아니라 국민께서 요청하시는 준엄한 의무이자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홍 부총리는 채무 비율을 자세히 설명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2020년 애초 예산 편성 시작 39.8%로 ‘40% 논쟁’이 제기되곤 했는데 코로나 위기 대응 과정에서 43.9%로 올랐고 올해는 47.3%, 내년은 50%를 넘을 전망”이라고 한 홍 부총리는 “2024년엔 59% 전후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를 지켜보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 국가신용등급 평가기관들의 시각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고 했다.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면서 국가채무가 빠르게 늘어나는 등 재정여건이 악화돼 가고 있다”고 한 홍 부총리는 “적자 국채 발행이 지난해 약 104조원, 올해 약 93.5조원, 내년에도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고 국가채무 총액은 내년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홍 부총리는 재정을 과도하게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정치권에서 나온 손실보상제 요구에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홍 부총리는 정치권에 끌려다녀 ‘홍두사미’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시작은 지난해 소득 하위 70%의 재난지원금이다. 정 총리의 중재로 결국 전 국민에게 지급됐다. 이후 그해 11월 홍 부총리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 강화를 주장하며 사표까지 냈지만 하루 만에 ‘없던 일’로 마무리했다.

1986년 입직한 뒤 기획예산처 시절 예산총괄과 서기관, 예산기준과장 등을 지낸 홍 부총리는 정부 사업과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예산의 용처, 재정 건전성 등을 우선순위로 두는 인물로 정평이 난 점을 감안하면 본인의 소신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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