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 안 된 8살 딸 잃고 극단적 선택한 아빠의 생전 문자

JTBC 뉴스룸 캡처

출생신고 안 된 채 엄마의 손에 숨진 딸을 잊지 못해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친부가 생전 친모에게 보냈던 문자 메시지가 공개됐다. 공개된 메시지엔 “돈을 보냈으니 출생신고를 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친모는 출생신고를 차일피일 미뤘고 결국 아이는 사망신고서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한 채 무명녀로 기록됐다. 이와 함께 친모의 살해 동기가 친부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대중들을 공분시켰다.

JTBC 뉴스룸은 지난 22일 8살 딸을 잃은 슬픔으로 세상을 떠난 아빠의 휴대전화를 입수했다며 생전 친부가 친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공개된 메시지를 살펴보면 지난 7일 친모 백모씨가 친부 최모씨에게 컵라면을 먹고 있는 아이의 영상을 보냈다. 이를 본 최씨는 “짜니까 물을 먹이라”고 답장했다.

다음날 아이는 목숨을 잃었다. 아이의 죽음은 일주일 뒤 엄마가 자수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 사이 친부 최씨는 받지 않는 딸의 휴대전화로 무려 47차례나 전화를 걸었다. 앞서 친부 최씨는 친모 백씨에게 수차례 출생신고를 해달라고 재촉해왔다.

“50만원을 보냈고” “10만원을 넣어놨다” “출생신고 결과를 알려달라” “출생신고 됐냐”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출생신고 한다고 받아 간 돈만 세 번째다”라며 몇 달 동안 계속 출생신고 해달라고 요구했다.

친부가 직접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던 이유는 숨진 딸이 혼외자식이었기 때문이다. 친모 백씨는 전 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채 최씨와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다. 친모는 친부에게 “출생증명서만 다시 제출하면 끝나”라고 말했지만 마지막까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결국 8살 딸아이는 사망증명서에 이름 없는 사람, 즉 무명녀로 적혔다. 딸의 죽음을 알게 된 지난 15일 친부 최씨는 남동생에게 “딸을 혼자 보낼 수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동안 친모는 생활고에 시달려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선 친부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서라는 취지로 진술해 대중들을 공분시켰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친모 백씨는 경찰조사에서 “친부가 충격을 받을 것 같아 딸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딸을 살해한 날 친부 최씨와의 통화에서 “너 때문에 내가 망가졌다. 딸을 다시는 못 볼 줄 알라”며 신경질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딸을 살해한 후엔 “딸을 지방 고향집에 보냈다”고 했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지난 20일 딸을 살해한 혐의로 친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는 지난 8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주택에서 딸의 호흡을 막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친모는 일주일간 딸의 시신을 집 내부에 방치했다가 지난 15일 “아이가 죽었다”며 119에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출동 당시 집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 쓰러져 있던 친모와 숨진 딸을 발견했다. 당시 친모는 화장실 바닥에 이불과 옷가지를 모아 불을 지르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 결과 사실혼 관계였던 이들 부부는 2013년 딸을 낳았다. 그러나 친모에게는 이혼하지 않은 남편이 있어 딸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 현행법상 딸의 출생신고는 친모와 법적 남편 앞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친부는 딸의 출생신고가 안 돼 있다는 것을 2018년에야 알았으며 백씨가 이혼하지 않은 유부녀라는 사실도 지난해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백씨와 최씨는 지난해 6월부터 별거에 들어갔다.

딸을 살해하기 일주일 전쯤부터 친모 백씨는 지인들에게 “아이 아빠와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셋이 합쳐 지방으로 가겠다”고 말하며 직장까지 그만 뒀었다. 하지만 아이는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아 무연고 시신이 됐다. 한편 숨진 아이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언은 “부패가 심해 사인을 알 수 없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