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떠는 길냥이 보호해주려다 싸움날 판이에요”

캣맘 vs. 관리사무소 갈등 벌어진 사연

세종시 'ㅈㅇ아파트' 한켠에 위치한 스티로폼으로 만든 집 안에 들어가 있는 길냥이. 사진=제보자

힘겹게 겨울을 나던 길냥이(길고양이) 보호를 하겠다고 나선 캣맘(길고양이 돌봄이)과 아파트 관리사무소 간 갈등이 벌어졌다. 스티로폼으로 만든 집이라도 활용해 도와주려는 캣맘과 민원이 들어와서 안 된다는 관리사무소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린다. 제도 상으로는 중재할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같은 생명이지만 주인이 있는 집고양이와 길고양이의 처우는 이런 작은 갈등 만으로도 갈린다.

갈등이 시작된 곳은 세종시에 위치한 ‘ㅈㅇ아파트’다. 이곳 주민 일부가 길냥이들을 위해 스티로폼으로 집을 만들어 길냥이들을 위해 제공했다. 정확히는 건강이 안 좋아 보이는 한 마리가 안쓰러워서였다고 한다. 헌 옷가지로 스티로폼을 두르고 바닥에는 천을 깔았다. 아파트 1층 구석에 잘 눈에 띄지 않도록 설치해 사람을 꺼릴 수 있는 길냥이들을 배려했다. 주민 A씨는 “아픈 거 같아서 시작했고 다른 캣맘 분은 밥도 챙겨주고는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스티로폼 집은 얼마 가지 않았다. 관리사무소 측에서 쓰레기로 치부해 치워버렸다. 또 다시 집을 만들어 설치해도 마찬가지였다. 수차례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갈등도 커지기 시작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아침마다 깨끗하게 (집을) 치워주고 있는데도 관리사무소 측에서는 민원이 들어와 집을 설치해 둘 수 없다고 한다”며 “집을 치우면 추위에 떠는 길냥이가 울어서 오히려 더 시끄러울 수 있다고 해도 말이 안 통한다”고 토로했다.

세종시 'ㅈㅇ아파트' 한켠에 위치한 스티로폼으로 만든 집과 이를 바라보는 길냥이. 사진=제보자

반복되는 갈등을 봉합할 수단이 마뜩찮다는 게 문제다. 현행 동물보호법 상 길냥이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갈등을 촉발한 길냥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길냥이가 얼마나 되는지 실태 파악을 한 적이 없다. 서울시에서 2019년에 시내 17개 지역을 표본으로 삼아 조사한 결과 정도가 전부다. 당시 11만6000마리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전국으로 본다면 이보다 더 많을 거라는 정도의 추정만 가능한 상태다. 그만큼 비슷한 갈등이 비일비재할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주민들 간 협의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제언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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