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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잃은 교육세·농특세… 40년 연명 ‘좀비 세금’ 유감 [스토리텔링경제]

목적세로 이득 보는 이해관계자들 때문에 조정 어려워


지난해 예상 밖에 많이 걷혔을 것이라 예상되는 세금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농어촌특별세’다. 농특세는 목적세 중 하나로, 개별 징수되지 않고 증권거래세, 종합부동산세, 개별소비세, 법인세 등에 포함돼 걷힌다. 지난해는 ‘동학개미운동’으로 증권거래세 수입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이 최고 6%로 상향돼 농특세 징수가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여기서 생기는 의문이 있다. 농특세는 과연 무엇이고, 왜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증권거래세와 종부세에 부과되는 것일까. 우리나라 목적세(국세)는 농특세 외에도 교육세와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있다. 이들은 모두 1980~1990년대 만들어졌지만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목적이 다한’ 목적세를 계속 걷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40년 가까이 연명하는 ‘좀비 세금’
목적세는 말 그대로 사용 용도가 분명한 특정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징수되는 조세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목적을 달성하면 본세로 통합돼, 각자의 종료 시점이 정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목적세들은 애당초 정해져 있던 종료 시점을 넘어 끊임없이 일몰 연장되고 있다.

일단 교육세는 정부가 1982년 학생 수 급증에 따른 교육투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5년만 한시적으로 도입하기로 했으나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농특세도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로 농산물시장 개방이 확정되자 농어업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됐고 2004년까지만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10년씩 두 차례 연장돼 아직도 존속 중이다. 휘발유·경유에 매기는 교통에너지환경세도 교통시설 확충이라는 목적 아래 1994년 도입됐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2010년부터 폐지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정부는 폐지 시점을 3년마다 늦추고 있다.

이중 교육세와 농특세는 세원과 목적 사업 간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농특세는 종부세(20%) 증권거래세(0.15%) 등에서 걷히는데, 왜 하필 이 세금에 부가돼 과세되는지 논리 근거가 부족하다. 정부는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 세율을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0.15%보다 더 낮추지 못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농특세 때문이다. 박상원 한국외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1970년대 방위세에 적용된 ‘서브택스’ 개념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각각의 목적세가 정말 그 목적만을 위해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크다. 실제 농특세는 여러 부처가 나눠 사용하게 되면서 사후평가가 어려워졌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아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사용하는 예산은 절반도 채 되지 않고, 나머지 부처가 예산을 나눠 사용하며 중복 투자하거나 사업들이 도입 목적과 연계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꼭 필요한 곳에 돈이 가지 않는 재정의 비효율성 문제도 생긴다. 교육세가 대표적인데,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최근 몇 년간 교육부 이·불용액이 꾸준히 5조원 가량 발생하는 실정이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교육세는 이미 지방교부금도 있고, 학령인구도 줄고 있으니 이를 없애고 대신 돈이 필요한 곳에 쓰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해관계자들, 본세 통합 장애물
목적세가 지닌 한계에 공감하는 목소리는 많지만, 막상 손을 대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본세에 통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10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일몰 기간이 다가올 때마다 계속 연장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이미 목적세를 걷음으로써 이득을 보는 이들이 ‘기득권’이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목적세는 세수가 쉽다는 특징과 더불어, 각각과 관련된 특정 이해관계자들이 정해져있다는 특징이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당 세금으로 이득을 보는 이들이 이미 오랜 시간 존재해왔기 때문에 손질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도 “이미 목적세를 통해서 혜택을 보는 곳은 기득권이 됐고, (폐지를 하면) 이해관계자들이 반대할 게 뻔하다”며 “정치적인 문제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정부도 단순하게만 접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목적세 사용처가 이미 여러 곳에 분산돼있기 때문에, 목적세가 사라지면 이를 어느 세금이 대체할 것인지 등 조정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목적세 정비라는 것이 원론적 방향에서 맞긴 하지만, 세법적인 측면에서만 봐야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목적세를 없앰으로써 다른 것으로 어떻게 대체를 할 수 있을 것인가까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본세 통합 방향이 맞다는 데 입을 모은다. 재정 구조의 단순화와 더불어, 경직된 예산 구조를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하기 위함이다. 박상원 한국외대 교수는 “농어촌 경쟁력과 교육, 교통환경에너지 문제가 중요하다고 해도 지금은 너무 재정 구조가 경직적이어서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재정의 투명성 및 효율성 제고를 위해 본세에 통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목적세 등장 가능성은
한편으로는 새로운 목적세 등장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난세를 비롯,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탄소세·로봇세·데이터세·국토보유세 등 새로운 세금 도입에 대한 이야기가 잊을만하면 봇물처럼 쏟아져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도입이 성사된 적은 없다.

목적세는 말 그대로 특정 목적에 쓰기 위해 거두는 세금이다. 때문에 국민의 선호를 반영할 수 있어 수용성이 높고, 목적에 맞는 재원을 안정적으로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재정구조의 경직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 재원 배분의 왜곡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약점이다. 또 도입 시 국민 저항이 클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증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존 세제와 조화를 고려해야 하는 점도 까다롭다. 정부 관계자는 “어떻게 제도를 설계할 것인지, 기존 세목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도입이)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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