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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MBN의 ‘트로트 전쟁’이 의미하는 것

TV조선 '미스트롯 2'(왼쪽)와 MBN '트롯파이터'. 각 방송사 제공


최근 방송가는 트로트 예능을 둘러싼 소송전이 불붙었다. TV조선이 지난 18일 MBN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것이다. TV조선은 MBN ‘보이스트롯’ ‘보이스퀸’ ‘트롯파이터’가 각각 자사의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 포맷을 표절했다면서 “이 소송은 단순한 시청률 경쟁을 위한 원조 전쟁이 아니라 방송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경계심 없는 마구잡이 포맷 베끼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TV조선이 쏘아 올린 표절 소송전은 관행처럼 굳어졌던 방송가 포맷 도용에 대한 경종으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한 예능이 인기를 끌면 제목만 바꾼듯한 유사 예능이 우후죽순 등장해 피로감을 안기곤 했다. 특히 방송사가 타 방송사를 상대로 포맷 표절 관련 소송을 제기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사례여서 이목을 끈다.

현재까지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TV조선은 자사의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을 도용한 ‘보이스퀸’과 ‘보이스트롯’을 MBN이 각각 2019년 11월과 지난해 7월 방송했고 이에 대한 공식적인 중단 공문을 지난해 1월과 11월 보냈지만 1년여간 어떤 시정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TV조선은 “실제 소송을 앞둔 지난 13일 처음으로 표절 논란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덧붙였다.

MBN도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맞불을 놓은 상태다. 소재만 같을 뿐 내용과 형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스트롯’과 달리 ‘보이스트롯’이 남녀 연예인으로 출연자를 한정하고 있고 ‘트롯파이터’는 지난해 2월 방송한 ‘트로트퀸’이 모티브로 방송 시기로 보자면 ‘트로트퀸’이 ‘사랑의 콜센타’보다 두 달 먼저 방송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TV조선 ‘자연애 산다’가 자사 간판 예능 ‘나는 자연인이다’를 베낀 것이라며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방송가에서는 TV조선의 이번 소송을 자사의 간판 프로그램을 지키면서 트로트 예능 원조로서 선명성을 부각하려는 전략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부지기수로 쏟아진 트로트 예능으로 인한 피로감을 다른 방송사에 전가하는 효과도 있다. 실제 TV조선은 소송 배경을 설명하면서 “자사는 소멸해가는 트로트 장르를 신선하고 건전하게 부활시켰고 이를 통해 어려운 시기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국민가요로 발전시켜 왔다”면서 “무분별한 짜깁기와 모방, 저질 프로그램의 홍수로 콘텐츠 생태계가 교란되고 시청자 혼란과 피로감으로 트로트 장르의 재소멸 우려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특히 트로트 예능이 중·장년층의 큰 지지를 받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 범위가 겹친다는 것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이번 소송전으로 방송가 관습으로 자리 잡은 포맷 돌려막기도 변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사실상 포맷 도용은 어느 방송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다. 방송사마다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는 관찰 예능도 출연진 등이 다를 뿐 얼개가 유사한 부분들이 많다. 그런데도 현행 저작권법상 포맷 자체의 유사성이 아닌 자막이나 영상 구성 등 표현방식으로 표절 시비를 가름하고 있어서 소송까지 번지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방송가 안팎에서는 이번 소송이 결과를 떠나 무분별한 제작 관행에 얼마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방송사 PD는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제작진이나 방송사도 예전과 같이 홀린 듯이 비슷한 예능을 쏟아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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