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시켰다” 의회 폭동 시위대 진술… 탄핵 증거 되나

트럼프 탄핵심판 이르면 다음달 9일 개시

미국 극우 음모론 단체 큐어넌 회원 등 트럼프 지지자들이 지난 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 연방 의회 의사당에 난입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연방 의사당 난입 사태로 조사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통령의 명령에 따랐다”고 진술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내란선동 혐의로 두번째 탄핵 위기에 몰린 트럼프 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는 진술이라는 평가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6일 의사당에 난입한 혐의로 체포된 트럼프 지지자 중 최소 5명은 미 연방수사국(FBI) 조사에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의사당으로 행진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부추겨 의회 폭동 사태를 일으킨 혐의로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의 지시를 따른 것’이라는 이들의 진술이 향후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결정적 증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AP는 내다봤다.

뿔 달린 털모자를 쓰고 얼굴에 페인트를 칠한 채 등장해 ‘큐어넌(극우 음모론 단체)의 샤먼(주술사)’으로 불린 제이컵 앤서니 챈슬리는 조사 과정에서 “모든 애국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6일 워싱턴DC로 향했다”고 진술했다. 그의 변호인도 “챈슬리는 그저 트럼프의 명령에 응답한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의사당 난입 과정에서 경찰관 3명에게 소화기를 던진 혐의로 기소된 전직 소방관 로버트 샌퍼트도 FBI 조사에서 “대통령의 명령에 따랐다”고 진술했다. 깨진 의사당 창문 옆에 선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던 부동산 중개업자 지나 라이언도 지역 방송국 인터뷰에서 “나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을 따랐다”며 “대통령은 우리에게 그곳(의사당)으로 가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일관된 진술들은 검찰의 공소장에도 기록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의사당 내부나 주변에서 범죄를 저지를 혐의로 130명 이상이 기소된 상태다.

미주리대의 헌법 전문가인 프랭크 보우맨 법학 교수는 AP에 “지지자들의 진술은 트럼프가 말하고 행한 것들을 그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기대하는지를 증명하고 있다”며 진술들이 탄핵 심판에서 비중 있게 다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AP는 진술 한 마디 한 마디가 탄핵 심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괴롭힐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상원 탄핵 심판은 이르면 다음달 9일 개시된다. 새로 출범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내각 인준및 코로나19 경기부양안에 우선 집중할 수 있도록 2주 정도의 시간 여유를 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5일 탄핵소추안 상원 송부 발표가 나온 뒤 “우리가 위기들에 대처할 시간을 더 많이 가질수록 좋다”며 탄핵 심판 연기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바 있다.

탄핵 심판 연기는 야당인 공화당 측 요구에도 부합한다. 공화당은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탄핵 관련 법적 준비를 할 시간을 줘야 한다며 심판 개시를 늦춰달라고 주장해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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