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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폭행’ 영상 묵살 파문… 경찰 수사권 자격 논란도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 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차관이 지난해 11월 택시기사를 음주 상태에서 폭행한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경찰이 묵살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조사했던 경찰이 결정적 증거인 택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묵살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뒤늦게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담당 수사관을 징계하는 조치를 내놨지만 점점 궁지에 몰리는 모양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봐주기 부실수사’ 의혹에 더해 ‘거짓해명’ 논란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은 24일 “지난해 11월 11일 서초경찰서 소속 담당 수사관인 A경사가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사실이 있었다”며 “A경사를 대기발령 조치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A경사는 사건 조사과정에서 블랙박스 영상이 외부 업체에서 복원됐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택시기사 B씨에게 영상을 보여달라고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휴대전화로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A경사는 “못 본 걸로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건넸다고 한다.

앞서 경찰은 이 차관이 B씨를 폭행하는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객관적 증거가 없는 상태라 B씨 증언을 토대로 조사를 진행했고 결국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했다는 것이다. 쟁점이 됐던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운행 중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시킬 만한 근거도 부족했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로서는 입장을 스스로 번복함으로써 ‘거짓해명’을 한 꼴이 됐다. 경찰은 현장상황과 피해자 진술, 관련 판례 등을 검토해 폭행죄로 의율했다며 사건 처리 과정 전반이 정당했다고 해명해왔다. 하지만 A경사가 블랙박스 영상의 존재를 알고도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조사과정에서 ‘허위보고’가 이뤄진 셈이 된다. 국가 수사기관의 보고 체계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보고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경찰의 조직적 사건 은폐로 간주돼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이 차관이 내사종결 전후 A경사와 전화통화 시도를 한 사실이 있었던 만큼 외압성 청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차관의 변호인은 이날 입장문에서 “조사 일정 확인을 위해 통화를 시도했었으나 수사관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차관이 블랙박스 영상을 지워달라고 부탁했다’는 B씨 측 주장에 대해서는 “진위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영상이 수사기관에 제출된 것은 다행”이라고 했다.

시민단체의 고발로 사건 재수사에 들어간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검찰은 최근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고 블랙박스 업체 관계자와 A경사가 통화한 내역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결과 B씨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고 이 차관에게 특가법이 적용된다면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정 계급까지는 근속연수만 채우면 자동으로 승진하는 등 수동적 조직 문화를 타파하지 않으면 수사 전문성 확보는 요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지웅 나성원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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