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정부 첫 경제수석 홍장표 “재난지원금 보편·선별 논란, 지나치게 정치화”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전 경제수석) 인터뷰 전문

한국의 코로나19 선방은 재정의 역할이 지대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이 과정에서 정치가 개입한 점을 문제점으로 꼽는다. 문재인정부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한 홍장표(사진)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가 긴급재난지원금의 보편·선별 지급 논란에 대해 “지나치게 정치화돼 있다”고 비판했다. 집값 상승을 불러 온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정책 신뢰도’를 찾는 게 급선무라고 제언했다.

논란이 되는 재정 여력과 관련해선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적정한 국가채무비율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부족한 재정을 대신할 장치로 여권이 내놓은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코로나19 이후 정부와 시장의 역할을 미리 고민해 볼 것도 당부했다. 지난달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 직을 내려놓고 경제학자로 돌아간 그가 내놓은 답은 정부 정책 방향을 견지하되 정책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혔다. 박근혜정부 마지막 경제수석을 지낸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공통 질문지를 보내 받은 답변에 녹아 있는 홍 교수의 제언을 25일 정리해봤다. 지면(국민일보 2021년 1월 25일자 4면)에 반영하지 못한 전문을 일문일답 형태로 요약했다.

코로나19 위기 선방, 집값 상승 커다란 아쉬움
-지난해 한국 경제, 총평해 주신다면
“전례 없는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나름 선방했다. 사람중심경제를 추구하는 문재인정부 국정기조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였다. K-방역, 확장적 재정, 가계소득 보전 대책이 성장률 급락을 억제하고 가계의 어려움을 줄이는 방파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집값 상승을 제대로 막지 못했고 자산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 예견된다. 5년차 맞은 소득주도성장 평가가 필요해 보인다
“소득주도성장은 소득분배와 경제구조의 불균형을 개선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에 대한 인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에서는 포용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공유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그간 소득주도성장정책으로 임금격차와 소득격차를 완화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투자와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지난해 국민의힘에서도 정강정책 1호로 기본소득을 내걸면서 분배를 중시하는 입장을 채택했다.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 소주성이 지향하는 방향은 앞으로 보수와 진보를 떠나 가야할 길이 분명하다.”

-국가부채비율 증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국가채무비율 증가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다. 오히려 느린 나라에 속한다.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맞아 많은 국가들이 전례 없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채택했고 국가부채비율이 급격히 상승했다. 지난달 OECD 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국가부채의 증가속도는 42개국 중 네 번째로 느리고 재정부양책은 세 번째로 적게 썼다. 외국에 비해 방역이 성공적이었던 영향이 크지만 재정건전성에 대한 과도한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나라 곳간이 튼튼해야 경제도 안정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19 재난으로 민생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가계가 가난해졌는데 정부만 부자일 수는 없다. 전례 없는 위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구하는데 재정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했으면 한다.”

긴급재난지원금, 보편·선별 문제 지나치게 정치화
-추가 긴급재난지원금 필요하다지만 지급 방식에 대한 논란이 크다
“보편과 선별 이전에 재난지원금 규모가 문제다. 어려운 시기에 재정건전성에 대한 과도한 우려 때문에 정부의 영업제한 조치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 보상조차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보편 대 선별 지급방식 논란이 지나치게 정치화되어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은 선별복지냐 보편복지냐의 이념 논쟁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방역과 경제상황에 따라 그에 맞는 지급방식을 채택하면 되는 문제다. 지금처럼 코로나 확산으로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된 시기에는 영업제한 조치에 들어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를 두텁게 보전하는 맞춤형 지급이 필요하다. 코로나 확산이 진정된 국면에서는 경기회복과 소비 진작을 위해 이보다는 넓게 지급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준책’에 대한 입장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이라 그 어느 때보다도 재정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지금은 깊은 불황으로 많은 이들이 생존의 위협에 직면해 있고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만큼 정부가 빚을 내 소득과 일자리를 지켜야 할 때다. 재정준칙 얘기가 나온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국가부채비율 60% 기준도 코로나 이전 인식에 머물러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3월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국가부채비율 60%라는 EU 재정준칙 적용을 중단했다. 코로나19 위기극복 이후 국제적인 재정건전성 기준이 달라지고 국제 표준이 재설정되리라 예상된다. 60% 기준도 달라질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새로운 국제표준에 따라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적정 국가채무비율을 공론화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법인세 감세? 양극화 다시 부를 수 있어
-경제 침체 속에서 국민 세부담이 올라갈 거라는 의견이 있다. 어떻게 보나
“우리나라는 지난 과거 오랫동안 작은 정부와 균형재정을 중시한 결과 소득재분배와 사회안전망 구축에 재정의 역할이 부족했다. 문재인정부는 복지증세를 정책기조로 내걸지 않았으며 복지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증세를 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보다는 재정 기능의 정상화를 추구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초기에 추진했던 소득세나 법인세 인상은 핀셋 증세로 불렸고 과세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앞으로 코로나19 위기 극복 이후 조제와 재정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지난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많은 국민들이 세금 낸 보람을 느꼈고 어려울 때 국가가 도와준다는 인식이 생겼다. 코로나위기 극복 이후 중부담 중복지 사회로의 이행과 이를 뒷받침하는 세수확충방안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기대한다.”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 대기업 법인세율 등을 유지하는 게 맞다고 보는지
“코로나19로 취약한 안전망이 전면에 드러났고 소득 불평등이 심화될 위기에 처해있다. 자영업자들은 반복되는 영업제한으로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19 재난의 고통은 균등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이나 고소득자에게 큰 혜택이 돌아가는 일률적인 감세는 바람직하지 않고 투자나 소비 진작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시 이명박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양극화가 심화되었던 과거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이다.”

금융세제, 예고된 대책 뒤바뀌는 일 부적절
-대주주 요건 3억원 이상으로 확대 등 금융소득과세 개편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장기적으로 주식양도차익 과세 확대와 증권거래세 인하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 대주주 요건 하향 조정은 논란의 소지가 분명히 있었다. 합리성이 부족했다. 다만 이미 오래전에 예고된 대책이 이해당사자의 반발로 뒤바뀌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부동산 대책, 정책 신뢰도 회복해야 효과
-24번의 부동산 대책으로도 집값 잡지 못했다. 어떤 방안 필요하다고 보나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투기수요 억제와 함께 공급확대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이 둘은 대립되거나 상충되지 않는다. 그동안의 수요관리대책으로 부동산수요가 투기 수요에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실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투기수요는 줄었지만 공급부족에 대한 시장의 불안과 우려는 사라지지 않았다. 공급대책은 물론 시일이 많이 소요되는 정책이다.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특단의 공급대책으로 공급부족 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

-부동산 문제 관련해 양도소득세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와 양도세 완화는 정상시장에서 취해야 할 정책방향이다. 지금처럼 이상 과열 시장에 적용하자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매물 잠김을 해소하기 위해 양도세 완화가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시행일까지 정해 발표했는데 갑자기 정책을 바꾸면 득보다 실이 더 많다. 과열 부동산시장에서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작은 정책발표에도 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한다.”

-정부와 국민들의 부동산을 바라보는 인식 괴리가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새해에도 많은 사람들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사람들 마음속에 집을 사는 건 곧 안전한 곳에 투자하는 거라는 부동산 불패의 믿음이 강고히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값을 잡을 생각이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정책 불신이 팽배하다. 이처럼 정책 불신이 큰 상황에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 회복이 최우선이다. 시장에 오해를 야기할 수 있는 정책변화나 변경을 암시하는 듯한 당국자의 발언은 불신을 더욱 가중시킨다. 시장을 이기는 정책이란 없다. 그렇지만 일관된 정책에 시장도 맞서지 않는다. 실추된 정책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편법·탈법 증여 막아 자산 양극화 줄여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격차’가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 해법이 있다면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정책에 힘입어 소득양극화는 완화됐다. 하지만 부동산대책이 시장에 제대로 통하지 않았고 부동산가격이 많이 올랐다. 이로 인해 자산양극화가 심화돼 큰 걱정이다. 최근 은퇴한 베이비 부머 세대가 부동산이나 자산을 자녀에게 증여하면서 부의 대물림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에코 붐 청년세대들 사이에서 금수저 흙수저 얘기가 나오는 배경도 이 부분이다. 부모 재산의 대물림은 곧바로 청년세대의 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자산양극화 대책은 편법 탈법 증여를 막는 한편 흙수저 청년의 자산형성을 지원해 출발선을 일치시키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빚투’를 필두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심상찮다. 해법이 필요하다
“실물 부문이 아직 제대로 회복되지 못한 상황이라 금융과 실물의 괴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유동성이 너무 많이 풀렸다. 특히 최근 ‘빚투’로 가계부채가 국민총생산을 넘을 정도로 급속히 증가한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 코로나 재확산을 조기에 막고 내수 증진책을 통한 실물부문의 빠른 회복으로 풀어야 한다고 본다.”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소득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어떡해야 하나
“문정부의 소득격차 완화대책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일자리 창출과 최저임금 인상 등 시장소득 개선 대책이고 다른 하나는 공적이전소득 보강대책이다. 이 두 대책으로 코로나 경제위기 이전인 2018~2019년에 걸쳐 소득격차를 완화시키는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로 정책수단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위기상황인 만큼 최저임금보다는 일자리 창출과 이전소득 보강 대책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익공유제, ‘따듯한 시장경제’ 가는 길 도움
-공정경제 3법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서도 그렇다
“공정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공정경제 3법은 기울어진 운동장과 시장의 경쟁 질서를 바로잡는 한 걸음이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제 체질 개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중대재해법도 가야할 길이다. 생명존중과 산업 안전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도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입법과정에서 서로 다른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 노사 양측 모두 아쉬운 점이 많았다. 앞으로 노사 간 대화와 협력으로 제도 안착에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에서 코로나19 극복 방안으로 ‘이익공유제’를 논의한다. 어떻게 보나
“이익공유제는 이름 때문에 오해도 있지만, 우리 경제가 코로나를 극복하고 따뜻한 시장경제로 가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코로나19 피해를 충분히 보상하고 지원하려면 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코로나로 이득을 얻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일 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물론 정부는 이를 강제할 수 없고 참여를 높이는 제도 확충에 주력해야 한다.”

미·중 갈등,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미·중 갈등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힘의 원리에 따른 미국우선주의를 지양하고 WTO와 같은 공식적 협력기구와 다면적인 국제공조를 중시한다고 공약했다. 최저임금 인상, 소득격차 완화, 에너지 전환, 탄소중립 등 바이든정부의 정책기조는 문재인정부와 친화력이 높다. 게다가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에 협력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문제도 잘 알고 있다. 그만큼 긴밀한 외교와 정책 공조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이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제언한다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경제장기침체와 불평등·양극화 심화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여기에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라는 우리 사회의 인구 변화가 더해지면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비해 정부와 시장은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좋을지 사전에 준비해서 국민들에게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홍장표 교수는
문재인정부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임명된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론’의 주창자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대 사회과학대를 수석 졸업하며 대통령상을 받은 인재로, 유학 대신 국내에서 학위를 받는 길을 택했다. 모교인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주로 학자로 활동했다. 노무현정부 당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전문위원 활동과 국무총리실 정부업무평가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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