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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공유 좀∼ 이자유예도∼금융 흔드는 정치 ‘위험한’ 손

공매도 금지,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 재연장 굳어져
민주당, 이익공유제에 금융권 동참 ‘압박’
4월 선거 앞두고 ‘정치금융’ 현상 거세져


정치가 금융시장의 영역에 개입해 정책 방향을 좌지우지하거나 금융회사 운영에 간섭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오는 3월 종료될 계획이던 한시적 공매도 금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는 더불어민주당의 공공연한 요구에 따라 재연장 쪽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이에 더해 은행 예대마진을 거론하며 대출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가 하면, 여권이 밀고 있는 ‘이익공유제’에 금융권의 동참을 주문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큰 이익을 챙긴 업종’이라는게 그간 여권 인사들이 드러낸 금융권을 보는 기본 인식이다.

금융위원회 등 당국은 관련 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아예 ‘패싱’되거나 마지못해 따라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금융의 공공재적 성격이나 사회적 책임 등을 감안하면 정치권의 관여는 일부 정당성이 인정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치가 ‘보이는 손’으로 시장 논리를 휘젓는 사례가 반복되면 시장 안정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결국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경제 전문가들은 “금융 포퓰리즘은 자칫 시장 시스템을 망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은 지난 22일 5대 금융그룹 수장들을 한자리에 불러 “코로나19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중소상공인의 고통 경감과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계속 고민해달라”고 했다. 민관 협력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원리금 상환 유예 연장을 비롯한 이익공유제에 적극적인 참여를 주문한 것으로 읽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소확행위원회 '금융비용 절감 상생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 비용 절감 상생 협약식’도 열고 3월 말 끝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 조치를 재연장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1일 당 내부회의 때 “이번 조치가 가급적 올해 연말까지 연장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최근까지 금융권의 일시상환대출 만기연장 규모는 116조원(35만건), 이자상환 유예 금액은 1570억원(1만3000건)에 이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코로나19 관련 정부 규제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등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정치권이 이자 상환 유예 등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여당이 주도하고 정부가 받아들이는 식의 형태는 포퓰리즘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의 공매도 재개 문제도 정치권이 금융당국을 옥죄는 양상이다. 금융위는 지난 11일 ‘한시적 공매도 금지조치는 3월 15일 종료될 예정’이라는 공식입장을 냈다가 여당 의원들의 공개 반대에 부딪히자 “결정된 게 없다”며 꼬리를 내렸다.

최종 결정은 다음 달 금융위원장 등 9인으로 구성된 금융위 의결을 거쳐 이뤄지지만, 여권에서는 이미 공매도 금지 연장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금융의 정치화’ 현상은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다가올수록 짙어지고 있다. 문제는 금융이 정치 논리에 좌우되면 후유증이 크다는 데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매도 같은 문제는 금융위가 중심을 잡고 나갔어야 했다”며 “정치권 목소리에 금융당국, 금융 전문 기관들이 그냥 따라가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금융시장은 굉장히 정교하게 관리해야 하는데, 지금 (정부·여당이) 하는 여러 조치는 시장 기능을 과하게 잠식한다”며 “시장이 망가지면 금융이 굉장히 왜곡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조민아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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